#170화. 대선 후보들의 과제, 건보 재정 부담 증가와 적절한 배분
미국과 유럽의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누가 뭐래도 제약업계의 리더다. 시장 점유율, 매출액, 신약 출시 빈도, 개수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다. 그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세계 의료시장을 선도한다. 세계 시장 선도가 가능한 이유는 꾸준한 신약 개발과 출시 덕분이다. 불과 10년 전까지도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C형 간염 등의 신약 출시로 어느새 완치가 가능해진 질병이 늘었다.
이렇게 제약업계가 끊임없는 혁신을 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개별 회사들의 자본을 향한 욕구 덕분이다. 약을 개발하려면 에베레스트와 같이 높은 임상시험이라는 산을 3번 넘은 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라는 저격의 명사수를 만나 저격을 당하지 않고 생존해야 약이 출시된다.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낙오와 실패가 발생한다. 약이 중간에 낙오되면 그 동안 투자됐던 돈은 모조리 매몰되고 가까스로 생존해야 겨우 이익이 생긴다. 제약회사들은 확률이 극히 낮은 도박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 이 도박에서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좋을까. 첫 번째, 약의 생존 시 발생하는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것, 두 번째, 약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약의 생존 시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환자 자체가 많은 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관절염 등과 같이 약을 필요로 하는 환자가 많을수록 치료제가 시판됐을 때 넓은 시장을 형성하고 제약회사도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다. 국내 회사들은 기존에 시판된 약을 복제하거나 적절하게 개량해 약의 생존 확률을 획기적으로 올리기도 한다.
그럼 반대로 해당 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환자가 극소수이고 기존에 개발된 적이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약을 개발한다면 어떻게 될까? 제약회사는 어디까지 깊이 들어가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 깜깜한 바다 속에 맨몸으로 뛰어드는 기분일 것이다. 매몰 비용이 얼마나 들지 알 수 없고, 운 좋게 약이 시판된다고 해도 이익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므로 거대한 글로벌 제약회사만이 그런 무모한 도전을 할 수 있다.
희귀난치병 치료제는 그래서 비쌀 수밖에 없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25억짜리 치료제를 건강보험에 적용해달라는 국민 청원이 올라왔다. 척수성 근위축증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24개월 안에 90% 이상 사망할 정도로 무서운 질병이다. 이 질병을 단 한 번의 주사로 완치시킬 수 있는 기적의 치료제가 나왔는데, 노바티스의 ‘졸겐스마’다. 그런데 미국에서만 약가가 무려 25억원이라고 한다. 아이의 부모님은 너무나도 높은 가격에 치료를 받을 엄두를 낼 수 없다며, 이 약을 건강보험에 적용해 본인부담금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이 약뿐만이 아니다. 각종 희귀병이나 암에 대한 고가 신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ATTR-CM) 치료제인 화이자의 '빈다맥스'는 연간 2억 5000만원이고 혈액암 치료제인 노바티스의 '킴리아'는 5억원이다. 이들의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두고 정부가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의학이 발전하며 이런 '초고가' 치료제가 자꾸 나오는데, 이들 약을 모두 건강보험에 적용시켜주자니 건강보험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 그렇다고 건강보험 적용을 해주지 않자니 빈부 차에 따라 생존 여부가 갈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는 이런 문제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들에게 고가 약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건강보험 부담이 증가할 수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 이는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한도가 정해져 있는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면서 적절하게 분배해야 하는 임무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져만 간다. 무분별한 건강보험 급여화로 건강보험 재정 지출과 낭비를 결정한 제도를 의료계가 앞장서서 반대하고 비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선이 몇 개월 남지 않았다. 대통령 후보들은 어렵지만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현실적인 얘기를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국민들을 설득시켜야 한다. 이런 리더가 국가를 이끌었으면 한다. 단지 건강보험 재정을 자신의 '인기 관리' '표팔이' 수단으로 삼는 정치인만은 없었으면 한다.
미국과 유럽의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누가 뭐래도 제약업계의 리더다. 시장 점유율, 매출액, 신약 출시 빈도, 개수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다. 그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세계 의료시장을 선도한다. 세계 시장 선도가 가능한 이유는 꾸준한 신약 개발과 출시 덕분이다. 불과 10년 전까지도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C형 간염 등의 신약 출시로 어느새 완치가 가능해진 질병이 늘었다.
이렇게 제약업계가 끊임없는 혁신을 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개별 회사들의 자본을 향한 욕구 덕분이다. 약을 개발하려면 에베레스트와 같이 높은 임상시험이라는 산을 3번 넘은 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라는 저격의 명사수를 만나 저격을 당하지 않고 생존해야 약이 출시된다.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낙오와 실패가 발생한다. 약이 중간에 낙오되면 그 동안 투자됐던 돈은 모조리 매몰되고 가까스로 생존해야 겨우 이익이 생긴다. 제약회사들은 확률이 극히 낮은 도박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 이 도박에서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좋을까. 첫 번째, 약의 생존 시 발생하는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것, 두 번째, 약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약의 생존 시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환자 자체가 많은 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관절염 등과 같이 약을 필요로 하는 환자가 많을수록 치료제가 시판됐을 때 넓은 시장을 형성하고 제약회사도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다. 국내 회사들은 기존에 시판된 약을 복제하거나 적절하게 개량해 약의 생존 확률을 획기적으로 올리기도 한다.
그럼 반대로 해당 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환자가 극소수이고 기존에 개발된 적이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약을 개발한다면 어떻게 될까? 제약회사는 어디까지 깊이 들어가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 깜깜한 바다 속에 맨몸으로 뛰어드는 기분일 것이다. 매몰 비용이 얼마나 들지 알 수 없고, 운 좋게 약이 시판된다고 해도 이익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므로 거대한 글로벌 제약회사만이 그런 무모한 도전을 할 수 있다.
희귀난치병 치료제는 그래서 비쌀 수밖에 없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25억짜리 치료제를 건강보험에 적용해달라는 국민 청원이 올라왔다. 척수성 근위축증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24개월 안에 90% 이상 사망할 정도로 무서운 질병이다. 이 질병을 단 한 번의 주사로 완치시킬 수 있는 기적의 치료제가 나왔는데, 노바티스의 ‘졸겐스마’다. 그런데 미국에서만 약가가 무려 25억원이라고 한다. 아이의 부모님은 너무나도 높은 가격에 치료를 받을 엄두를 낼 수 없다며, 이 약을 건강보험에 적용해 본인부담금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이 약뿐만이 아니다. 각종 희귀병이나 암에 대한 고가 신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ATTR-CM) 치료제인 화이자의 '빈다맥스'는 연간 2억 5000만원이고 혈액암 치료제인 노바티스의 '킴리아'는 5억원이다. 이들의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두고 정부가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의학이 발전하며 이런 '초고가' 치료제가 자꾸 나오는데, 이들 약을 모두 건강보험에 적용시켜주자니 건강보험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 그렇다고 건강보험 적용을 해주지 않자니 빈부 차에 따라 생존 여부가 갈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는 이런 문제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들에게 고가 약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건강보험 부담이 증가할 수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 이는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한도가 정해져 있는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면서 적절하게 분배해야 하는 임무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져만 간다. 무분별한 건강보험 급여화로 건강보험 재정 지출과 낭비를 결정한 제도를 의료계가 앞장서서 반대하고 비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선이 몇 개월 남지 않았다. 대통령 후보들은 어렵지만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현실적인 얘기를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국민들을 설득시켜야 한다. 이런 리더가 국가를 이끌었으면 한다. 단지 건강보험 재정을 자신의 '인기 관리' '표팔이' 수단으로 삼는 정치인만은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