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과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이 삭발투쟁까지 단행하면서 향후 간호법안의 통과 여부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사위 논의과정이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법률 전문가들은 쟁점이 되는 조항이 대부분 삭제됐다는 점에서 법안 통과에 무게 중심을 실었다. 다만 법사위 논의에서 상임위에서 여야합의가 충분히 이뤄졌는지에 대해 이견이 발생할 경우 논의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현재 간호법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9일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와 17일 전체회의를 통과한 상태로 26일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이 예고된 상태다.
쟁점 조항, 의료법과 일치되게 수정…간호법 1조 ‘지역사회’ 문구는 포함
우선 간호법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를 거듭하며 많은 수정을 거쳤다. 간호법은 김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정숙 의원(국민의힘), 최연숙 의원(국민의힘, 전 국민의당)이 각각 발의한 내용으로 중심으로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수정대안이 도출됐다.
구체적으로 수정된 대안의 핵심은 ▲간호법의 특별법 지위 삭제와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문구가 '의사의 지도하에'로 변경돼 기존 의료법과 일치됐다는 점이다.
특히 간호사 업무 부분에서도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진료의 보조'로 명확히 하면서 기존 의료법과 동일한 수준으로 개정했고 '전문간호사의 업무'로 규정돼 확대 해석될 여지가 있는 부분도 '전문간호사의 간호업무'로 조항이 구체화됐다.
또한 간호사의 여러 의무 조항과 벌칙 조항이 다 삭제되면서 기존 의료법의 적용을 계속 받게 됐고 보건복지부 장관의 '간호 종합계획 수립 의무'가 불필요하다는 지적이 수용되면서 삭제됐다.
간호사 인권침해에 대한 보건복지부 장관의 조사를 명시한 조항도 의료기관에 대한 필요 이상의 조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빠졌다.
이외 요양보호사와 조산사 관련 내용이 전부 삭제됐고 간호조무사협회를 법정단체로 인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반면 간호법 제1조(목적) 중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는 내용에서 '지역사회'를 삭제하자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기존에 의료법에서 규정하고 있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도 간호법으로 입법되고 기존 의료법의 내용은 삭제됐다. 의료계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내용을 기존 의료법에 원위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법사위 논의에서 통과 여부 판가름…쟁점은 ‘여야합의 충분히 됐나’
법률 전문가들은 대부분 간호법 통과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봤다. 다수석을 보유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추진 의지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다만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의 쟁점이 상임위에서 충분한 여야합의를 거쳤는지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간호법 통과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상임위 일정을 졸속으로 잡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법안이 단독 처리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법사위는 오는 26일로 예정돼 있는데 이날 간호법이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 법사위에서 통과된 내용이 큰 이견없이 본회의를 통과하는 수순을 감안하면 법사위가 간호법 제정 여부를 판가름 할 기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성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3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간호법이 복지위를 통과해 법사위로 넘어갔기 때문에 법사위 논의를 지켜봐야겠지만 필요하다면 복지위에서 적절한 의견을 낼 것"이라며 "법사위 측에 간호법 통과가 여야 합의에 의한 것이고 단독 처리가 아니라는 점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진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의 통과 의지가 강력하고 쟁점이 되고 있는 조항도 다 삭제됐기 때문에 아마 향후 국회 논의에서 브레이크가 걸릴 부분은 많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간호법, 위헌요소 있나…헌법소원 받아들여질 여부는 의견 분분
현재 간호법 반대 입장인 대한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 등 보건의료계 단체들의 저항이 거센 상황에서 만약 법안이 통과될 경우, 헌법소원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법이 통과된다면 곧바로 통폐합을 주장하면서 위헌 소송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과연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우선 긍정적인 부분은 간호법 제정이 법률 낭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의료법이나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등으로 정한 내용을 굳이 별도 법률로 제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전성훈 변호사(법무법인 한별)는 "이번에 간호법으로 새로 제정되는 내용은 대부분 기존 법률 체계내에서 규정돼 있는 내용이다. 새로운 신설이 필요하지 않다"며 "기본법으로 깔끔하게 정리해도 모자랄 판에 누가 봐도 중복적인 법 제정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절차적 하자도 지적했다. 그는 "제정법안인데 축조심사를 한 것이 맞는지 싶을 정도로 세부적인 조항이 잘못된 부분이 많다. 10조인데 11조라고 하거나 3, 4, 5조인데 4, 5, 6조라고 하거나 조문 조항도 맞지 않는 부분이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또한 위원장이 사견을 드러내면서 법안 통과를 위해 자신의 감정을 여과없이 발언하는 등 통상적이지 않은 장면도 나왔다. 굉장히 놀랐다"고 덧붙였다.
반면 법안이 한번 통과되면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간호법 내용 자체가 기존 법률에서 가져온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세부 조항에서 위헌적 요소를 발견하긴 어려울 것 같다는 취지다.
한진 변호사는 "충분한 검토와 논의없이 추진될 경우 법안 제정에 따른 부작용이 초래되고 이를 바로잡는데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시간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헌법소원에서 위헌적 요소가 받아들여질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법률의 평등권이나 재산권 등 기본권 침해요소들을 따져봐야 하는데 헌법재판소 판례들을 비춰봤을 때 헌법소원 인용 결정까지 끌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