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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헬스케어 상품 만들어도 국내선 사업 못해”

    의료법 개인정보보호법 저촉...세계적 흐름에 대응해야

    기사입력시간 2017-11-22 06:15
    최종업데이트 2017-11-24 23:14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용자와 의사가 상담할 수 있는 '삼성헬스'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지만 의료법에 저촉돼 국내서는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미국, 중동 등 해외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하다.”
     
    정보통신기술(ICT)과 헬스케어가 융합한 디지털 헬스케어가 세계적인 흐름이 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법과 제도적인 한계로 이를 대비할 수 없고 사업조차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이미 세계적인 흐름
     

    분당서울대병원 백롱민 교수는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메디컬 코리아 2017’의 ‘디지털 헬스케어 전략포럼’ 세션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는 헬스케어의 범위와 효과를 늘리고 천문학적인 의료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세계적으로 ICT와 헬스케어가 끊임없이 융합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을 만들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ICT기업이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우리나라도 유전체 정보, 운동습관, 식습관, 환경 등 각종 생활정보가 통합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에 맞춘 치료가 가능한 정밀의료 서비스를 준비해야 한다”며 “디지털 헬스케어를 미래 성장을 책임지는 신성장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디지털 헬스케어는 법과 제도적 한계에 갇혀있다. 백 교수는 “우리나라 시장은 일단 규모가 작아 사업을 하기 어렵다”며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원활한 의료정보 공유와 서비스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정부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글로벌 시장으로 키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정책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라며 “법과 제도, 산업 생태계를 정비하고 헬스케어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법,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 금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료법 34조에 따르면 ICT를 활용한 원격의료는 의료인과 의료인 간에만 가능하다. 의료인과 환자 간 원격의료는 불가능하며 대면 진료만 허용한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3월 원격의료법을 ‘ICT 법’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추진했지만 시민단체로부터 ‘의료영리화’라는 반발이 나오면서 전면 중단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내년 원격의료 지원사업 예산은 기존 예산보다 7500만원이 줄어든 14억2000만원에 그쳤다.
     
    국내 한 의료ICT 기업 대표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활성화했지만 올해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모두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라며 “국내 사례가 있어야 해외에서도 사업을 확장할 수 있지만 국내 사례를 만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형병원 정보전략실 관계자는 “젊은층의 만성 질환은 스마트폰으로 의사와 상담하면서 관리할 수 있다”라며 “스마트폰에서 일상생활 건강을 관리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우리나라만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법, 환자 동의없이 정보 활용 불가
     
    개인정보보호법 제3조 1 2항과 제4조 2항에 따르면 개인정보는 원칙적으로 이용자의 사전동의를 받아 처리해야 한다. 해당 목적의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만 이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외부 기업에서 병원에서 보유한 환자의 전자의무기록(EMR) 정보를 활용하는 방안이 막혀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23조와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제18조에는 건강 정보와 유전자 검사 등의 정보를 '민감정보'로 규정한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 환자의 키나 몸무게, 진료기록, 유전자 정보 등이 구별되지 않고 민감정보로 규정된 것이다. 또 민감정보는 정보 주체에게 동의를 구해야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이에 복지부는 민감정보를 항목별로 분류해 중요한 정보와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제한하고, 이외의 정보를 활용하는 '보건의료 빅데이터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롱민 교수는 ”의료정보 공유에 보수적이었던 일본도 환자 동의를 통해 의료 정보를 활용하는 법을 통과시키면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도 이런 기회를 살린다면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비를 절감하고 지속 가능한 의료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고 했다. 

    대한의료정보학회 박래웅 이사장은 ”세계적으로 환자가 ICT 기술로 평소 건강을 관리하고 이를 데이터로 분석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우리나라에서도 개인정보보호라는 고유의 특성으로 막혀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국민은 의료를 공공재이자 복지 영역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라며 “보건의료산업을 '보건산업'이라는 용어로 변경하고 시민단체를 설득하고 있지만 의료영리화 논란에 갇혀 관련 산업 육성이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