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아이코스(iQOS) 등 국내에서 판매 중인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의 배출물에 포함된 유해성분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는 가운데 가열담배 흡연자 대부분이 이중 또는 삼중 사용자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새로운 형태의 담배 제품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기존 담배를 기준하는 것이 아니라 '비흡연'을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한금연학회는 15일 연세대 보건대학원 종합관에서 2018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담배규제정책 강화를 위한 과학적 근거, 담배종결전(Tobacco Endgame), 위해 저감(Harm reduction)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
먼저 플래너리 세션(plenary session)에서 국가금연지원센터 이성규 센터장은 '담배종결전을 위협하는 가열담배 쟁점 업데이트'라는 주제발표로 가열담배의 최근 이슈를 소개했다.
가열담배는 지난해 6월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의 아이코스 등장을 시작으로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의 글로(Glo), KT&G의 릴(lil) 등 3개 제품이 국내에서 출시, 현재 판매되고 있다. 2018년 1월 기준 전체 담배시장에서 가열담배의 시장 점유율은 9.1% 수준이다.
이 센터장팀이 국내 성인 남성(19~24세)을 대상으로 아이코스의 인지도와 경험, 흡연율에 대해 온라인 조사한 결과(Tobacco Control에 게재될 예정)에 따르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는 모두 아이코스와 궐련, 액상형전자담배를 동시에 사용하는 삼중 사용자(triple users)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담배회사의 주장처럼 궐련 흡연자고 아이코스로 완전한 전환(complete switch)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했다.
이는 자유연제 발표 세션에서 연세대 정금지 교수팀의 연구결과에서도 유사하게 확인됐다. 한국의학연구소(KMI)에서 실시 중인 건강검진 생활습관 심층문진표를 작성한 대상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열담배 평생 흡연율은 남성 17.5%, 여성 2.0%, 현재 흡연율은 남성 13.0%, 여성 1.5%였다. 가열담배 현재 흡연자 가운데 일반 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이중 사용자는 98%였다.
이 센터장팀의 연구에서 응답자들은 아이코스 사용 이유로 궐련에 비해 덜 위험하다는 인식과 금연 시도를 꼽았다.
하지만 식약처가 7일 발표한 가열담배 3종의 주요 성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포름알데히드‧벤젠 등 인체발암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개 제품은 타르 함유량이 일반담배보다 높게 검출됐다.
이 센터장은 "이번에 분석한 유해성분은 '니코틴'과 '타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각 국 정부에 저감화를 권고하는 9개 성분을 포함해 총 11개 성분에 불과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 따르면 담배배출물에는 최소 70종 이상의 발암물질과 7000종 이상의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다.
타르가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담배사들은 측정 방식이 맞지 않고, 타르는 규제해야한다는 확실한 근거가 없으며 수치는 오해의 수지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식약처의 분석 결과에 대해 플로어에서는 세 가지 측면에서 담배회사의 논리를 반박했다.
먼저 측정 방식이 기존 궐련에 맞춘 것이라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측정 방식이 맞지 않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담배회사가 개발한 방법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했다. 가열담배에 대해서는 현재 국제적으로 공인된 분석법이 없어 이번 분석에서는 일반담배의 국제표준기구(ISO) 분석법과 흡연자의 습관을 반영한 분석법인 HC(Health Canada)법을 적용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안에 어떤 물질이 있는지 알지 못해 어느 피크에서 어떻게 물질을 잡아야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측정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점은, 가열담배에 더 적합한 방법으로 측정했을 때 유해물질이 덜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며 "이러한 이유로 논란을 할 이유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전체 배출물에서 수분과 니코틴만 제외했을 때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우리가 모르는 성분이 있을 수 있다는 예측도 가능하다"면서 "타르 외 휘발성 유기화합물인 VOS 자체가 가열담배 스위치온 하는 상태부터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간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이는 이번 배출물에서 다양한 성분들이 측정된 것과 마찬가지로 간접흡연을 일으킬 가능성이 정말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분당서울대병원 이기헌 교수는 '담배 위해 저감(THR)'에 대한 발표에서 "THR이 과연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인지 담배회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아닌지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는 THR을 위해 전자니코틴전달장치(ENDS) 사용에 대해 관대한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실제로 액상형 전자담배를 금연치료 보조제로 권고하고 있다.
영국의 담배회사들은 ISCSH(Independent Scientific Committee on Smoking and Health)라는 위원회를 통해 영국 담배 정책에 관여했는데, 4가지 전제를 근거로 하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담배 함량을 낮추면 위험이 줄어든다 ▲안전한 담배를 제공하기 위해 정보는 담배회사와 협력해야 하고 ▲니코틴의존도로 담배를 도저히 끊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으며 ▲소비자에게 알맞는 해결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영국이 위해 저감 개념을 도입한 뒤, 미국도 이 개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됐다"면서 "ENDS는 이미 널리사용되고 있고, 위해 저감 연속(harm reduction continuum)의 관점에서 다양한 정책들이 제안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선행돼야 하는 규정과 규제, 이를 위한 연구들이 부재한 상태로 세계적으로도 국가적으로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독성이 적으면 위험이 적다는 담배회사들의 전제를 일반인들이 인식하고 있는데 이를 관철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전자담배의 위험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 이중 사용(dual use)에 대한 교육과 연구, 전자담배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전자담배의 안전과 금연효과에 대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윤리학적 쟁점들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이 교수는 "ENDS와 관련된 윤리적, 보건학적, 의학적, 그리고 그 외 분야의 다양하고 방대한 연구들이 조속히 이뤄져야 하며, 불확실성의 단계에서는 각 주체들이 흡연자와 비흡연자 건강권 보호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ENDS의 안전성과 금연에의 유용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못한 현 상황에서 ENDS는 담배이며, ENDS의 평가 기준선은 담배가 아닌 비흡연(금연)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플로어에서는 담배에서 위해 저감 개념을 적용하는 것이 맞을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위해 저감이 아닌 새로운 유해물질이 나왔다고 접근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제품이 소개되고 비교되는 방식이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새로운 담배 제품을 담배 또는 다른 유사제품과 비교하는 것을 비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담배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