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전공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전공의법에서 규정한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흉부외과, 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안과, 산부인과, 내과 등의 전공의와 인턴들은 60% 이상이 주당 80시간 넘게 근무를 하고 있었다.
이 같은 과로 속에 전공의들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일반 사람들 대비 2배 이상, 우울감 경험률은 3배 이상 높았으며 자살 생각 비율도 17.4%로 일반인구 집단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2 전공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 11월 16일부터 12월 14일까지 전공의 1만335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주 80시간 초과 52%...주 1회 이상 24시간 초과 연속근무 66.8%
조사 결과, 전공의 평균 근로시간은 77.7시간으로 예년 대피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주 평균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52%였다. 대전협은 이에 대해 “EMR 근무시간 기록이 시행되고 있는 병원이 상당수임을 고려하면, 개별 수련병원이 수련환경평가 등에서 전공의 총 근로시간에 대해 눈속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전공의 중 인턴(75.4%)이 4주 평균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고, 연차가 높아질수록 그 비율이 줄었다. 1년차 전공의의 경우는 4주 평균 주당 근무시간 중위값이 약 90시간으로 과중했다.
전공별로는 흉부외과(100%), 외과(82%), 신경외과(77.4%), 정형외과(76.9%), 인턴(75.4%), 인과(69.4%), 산부인과(65.8%), 내과(61.7%) 등에서 4주 평균 80시간 초과 근무 전공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별로는 대형병원(60.3%), 중대형병원(57.7%), 중소형병원(50.7%), 소형병원(36%), 기타(33%) 순이었다.
주 1회 이상 24시간 초과 연속근무를 하는 경우도 응답자의 66.8%에 달했다. 24시간 초과 연속근무 횟수는 2회(31.5%), 1회(18.1%), 3회(10.3%), 4회(5.9%) 순이었다. 역시 인턴이 주 1회 이상 24시간 초과연속근무 경험 비율이 84.4%로 가장 높았고, 레지던트 1년차도 70.2%에 달했다.
전공별로는 신경외과(87.1%), 산부인과(84.9%), 흉부외과(84.2%), 인턴(84.4%), 외과(84%), 내과(81.1%), 정형외과(75.4%) 순으로 24시간 초과 연속근무 경험률이 높았고, 의료기관별로는 중대형병원(70%), 대형병원(67.8%), 중소형병원(66.2%), 소형병원(63.6%), 기타(44%) 순이었다.
24시간 초과 연속 당직근무시 전공의 평균 수면 시간은 4시간에 불과했다.
정규근무 담당 입원환자 1~10명, 당직근무 담당 입원환자 1~50명 비율 높아
정규 근무시 주치의로 담당하는 입원환자(응급환자 포함)는 1~10명이 45.8%로 절반 가량이었다. 이어서 11~20명(29.9%), 21~30명(16%), 31~40명(4.4%)가 뒤를 이었고 41명 이상이라는 응답자도 3.9%나 됐다.
정규 담당 환자 수 10명 초과비율은 흉부외과가 89.9%로 가장 높았고, 내과(88%), 신경외과(85.2%), 외과(83.7%), 응급의학과(82%) 순이었다.
당직근무 시 온콜 등으로 담당하는 입원환자(응급환자 포함)는 1~50명(63.3%)인 경우가 가장 많았고, 51~100명(19.1%), 101~150명(9.5%), 151~200명(4.8%), 201~250명(1.8%), 301명 이상(1%), 251~300명(0.5%)가 뒤를 이었다.
당직 담당 환자 수 50명 초과비율을 전공별로 보면 내과(75.5%), 외과(71.4%)가 유이하게 70%를 넘겼고, 신경외과(54.8%), 인턴(48.7%), 산부인과(37.9%) 순이었다.
대전협은 이에 대해 “흉부외과, 내과, 신경외과, 외과,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등 필수중증의료를 주로 담당하는 분과를 중심으로 전담전문의 추가 치용 및 전공의법 개정 등을 통해 전공의 업무 부담을 경감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공의 스트레스∙우울감 일반인 대비 2~3배...폭언∙욕설 가해자 절반 이상이 교수
이 같은 과중한 업무 속에 전공의들의 정신 건강에는 빨간 불이 켜진 상태였다. 전공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54.3%로, 일반인구집단 26.2%(2021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기준)과 비교해 높은 2배 이상 높았고, 우울감 경험률(2주 이상의 우울감 지속) 역시 23.6%로 일반인구 집단 6.7% 대비 3배 이상 높았다.
자살을 생각한 비율도 17.4%로 일반인구 집단 12.7%(2022년 6월 정신건강실태조사 기준)과 비교해 5%가량 높았다.
폭언과 욕설도 전공의들을 힘들게 하는 요소였다. 업무 수행 중 폭언이나 욕설을 경험했다고 한 전공의는 34%였다. 가해자는 교수가 56.3%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환자 및 보호자(51.3%), 동료 전공의(33.8%), 전임의(11.4%), 간호사(8%), 기타 직원(4%) 순이었다.
전공의들은 몸이 아픈 상황에서도 동료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단 이유로 병가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었다. 몸이 아플 때 병가를 사용한 전공의는 24.4%에 불과했으며, 병가를 쓰지 않은 이유는 동료의 업무부담 가중 우려(57.9%)가 가장 많았다.
끝으로 임신 및 출산과 관련해선, 임신 및 출산 경험이 있는 2.8%의 전공의 중 87%가 출산전후휴가를 사용했다고 답했다.
대전협 강민구 회장은 “이번 전공의 실태조사는 전공의 수련환경을 연례적으로 조사해 이를 평가한단 점에서 상당한 의의를 갖는다”며 “특히 전공의법 시행 후 지속적으로 전공의 근무환경 변화를 추적해나가는 데 있어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가장 적절한 자료”라고 했다.
이어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연속근무제도 개선, 전담전문의 추가 채용 등 수련환경 개선 요구의 기반이 되는 자료로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전협은 추후 개인수준의 실태조사 자료를 연구목적으로 개방할 예정이며, 연차별∙전공별∙규모별 조사결과 및 종합 순위 등도 조만간 대전협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