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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수의료 강화'라고 말하지만 ‘필수의료 말살’로 해석한다

    [칼럼] 김현승 대한검진의학회 총무부회장

    기사입력시간 2026-06-27 15:32
    최종업데이트 2026-06-27 15:3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보건복지부가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전면 개편안을 발표했다. 27년만의 제도 개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정부는 '보상체계 합리화'와 '검사 질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반발의 목소리는 이 정책이 과연 누구를 위한 개편인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한다.

    숫자 뒤에 감춰진 현장의 현실

    정부 발표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위탁검사관리료(검사료의 10%)를 폐지하고 위·수탁기관별 수가를 새로 신설한다. 둘째, 위탁기관과 수탁기관 간 보상 비율을 35대 65로 강제로 분리한다. 2024년 기준 연간 3억 4000만 건, 2조 6000억 원 규모의 위수탁 검체검사 시장이 재편되는 것이다.

    정부는 기존 관행이 '보상체계 왜곡'과 '검사 질 저하'를 야기했다고 진단했다. 위탁기관이 일괄 청구한 뒤 수탁기관과 상호 정산하는 과정에서 검사료 할인과 과잉 경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오랫동안 상호정산을 시행중인 국가인 일본은 검사료 할인과 과잉경쟁으로 인해 문제가 많은 상황인지 뒤돌아볼 문제다.

    '합리화'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재원 이전

    이번 개편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재원의 흐름이다. 위탁검사관리료 폐지로 절감된 재원(2024년 기준 약 2400억 원)은 진찰료 등 저보상 영역 인상에 활용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표면상으로는 균형 잡힌 수가 조정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기존에 검체검사 수익으로 겨우 경영의 균형을 맞춰온 의원급·중소병원에게 일방적인 수익 삭감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얼마되지 않는 진찰료 인상으로 충분한 보전으로 이어질리 만무하며 말장난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쪽 수익원을 먼저 차단하고 보전은 나중에 검토하겠다는 접근 방식은 현장의 불안을 가중시킨다.

    더구나 과보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검체수가를 190%에서 150%로 낮추는 1단계 수가 조정까지 병행되니, 일차의료기관이 받는 타격은 단순한 구조 개편을 넘어선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검사수가가 190%나 과보상됐다는 논리는 납득하기 힘든 내용이다. 전 세계에서 수가가 최저수준인 나라에서 심지어 동물병원 검사비보다 훨씬 저렴한 국가에서 원가계산 자체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의심스럽다.

    필수의료 강화가 일차의료 약화로 이어지는 역설

    정부가 이번 개편을 필수의료 보상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포장하는 것은 심각한 개념의 혼동을 낳는다. 일차의료의 중심인 동네 의원은 그 자체로 필수의료의 근간이다. 지역 주민의 가장 가까운 접점이자 만성질환 관리, 조기 진단, 건강 교육의 최전선이 바로 일차의료기관이다.

    의료계가 우려하는 것은 단순한 수익 감소만이 아니다. 검사료에 대한 일률적 삭감과 구조 변경이 검사 시행 위축으로 이어지고, 검사 접근성 저하가 진단 지연과 치료 개시 지연으로 이어져 그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면서 필수의료의 토대인 일차의료 기반을 흔드는 것은 명백한 정책 모순이다.

    과정의 문제 — 의료 현장의 목소리는 어디에

    이번 복지부의 결정은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됐다. 정부안은 한 마디로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재앙적 발상'이다. 2조 6000억 원 규모의 시장을 27년 만에 전면 재편하면서, 실제 운영 주체인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용 구조조차 제대로 분석이 완료되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의결을 밀어붙인 것은 행정의 졸속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의 원가분석은 논란의 여지가 많고 자료의 왜곡여부 부터 따져봐야 한다.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왜곡된 자료로 이뤄진 원가분석 수치를 이용해 제도를 먼저 확정하는 것은 순서가 거꾸로 된 정책 집행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정밀함이다

    제도 개혁이 정당하려면 현장을 충분히 파악하고 보전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며 이해당사자와의 진정성 있는 협의를 거쳐야 한다. 원가 분석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익 감소에 대한 구체적 보전 계획도 없이 수천 개 의료기관의 청구 시스템을 일시에 바꾸도록 강제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충격이다.

    필수의료 강화라는 기치 아래 정작 필수의료를 떠받치는 일차의료 현장이 무너지고 있다. 정부는 숫자와 명분이 아닌, 현장의 실제 목소리와 환자의 접근성을 정책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개혁의 속도보다 방향이 먼저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