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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에 의사 없다고 환자 거부 안 돼? 복지부 응급의료과장에게 들어보니…

    이송 단계서 최적 병원으로 이송하도록 체계 개선이 전제…응급실 자체 중증도 분류나 초기 처치 없이 거부는 불가

    기사입력시간 2023-10-16 06:09
    최종업데이트 2023-10-16 06:0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보건복지부가 환자 중증도 분류나 초기 처치도 전에 최종치료과의 의사나 입원실∙중환자실 부족 등을 이유로 환자 수용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가령 의식 저하 등을 호소하는 응급환자에 대해 신경과, 신경외과 전문의 부재 등을 이유로 수용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응급실 병상 포화와 진단∙모니터링 장비 부족, 다수 중증응급환자 내원으로 응급환자 추가 수용이 불가한 경우 등에 대해 병원이 수용곤란을 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가 진료 가능 의사나 중환자실 부족 등의 이유로는 응급환자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시행규칙을 조만간 확정할 계획이란 보도가 나오자,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치료할 의사와 병실이 없는데도 환자를 무조건 받으라는 게 말이 되냐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복지부는 11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응급실 진료 의사가 없거나 병상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수용하라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아직 확정된 안이 아니라고도 했다. 복지부는 소방청, 지방자치단체, 중앙응급의료센터, 지방응급의료지원센터, 대한응급의학회,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환자단체, 법률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응급실 수용곤란 고지 관리체계 마련을 위한 협의체'를 통해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프리 케이타스∙지역별 이송 지침 마련하고 역량 따라 응급의료전달체계 개편
     
    이와 관련, 복지부 응급의료과 김은영 과장은 메디게이트뉴스와 통화에서 응급실 수용곤란 고지 지침이 이송 단계에서의 환자 중증도 분류, 응급의료전달체계 개편과 함께 추진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과장은 “이송 단계에서 파악할 수 있는 환자 정보와 응급실 단계에서 파악할 수 있는 환자 정보가 다르다. 예를 들어 중증외상이라면 외상센터를 가야 한다. 이렇게 잘 치료할 수 있는 곳을 먼저 가는 게 전제돼야 한다”며 “그렇게 해서 온 환자를 응급실 자체적으로 환자 평가나 응급처치도 하지 않고 최종 치료가 안 된다고 수용을 거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걸 위해서 이송 단계에서 프리 케이타스(Pre-KTAS, 병원 전 중증도 분류 기준)도 하고 지역별 이송 지침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송 단계에서 이건 같이 가야 하는 문제”라며 “현장에서 우려하는 것 처럼 우리 병원에서 전혀 안 되는데 무조건 받으라는 의도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지금 권역응급의료센터라고 해서 모든 치료가 완벽하게 다 되는 건 아니다. 응급실 단계와 최종 진료과의 역량 차이도 있다”며 “응급의료기관 중에 중증환자를 잘 볼 수 있는 곳들은 최종 치료 역량까지를 포괄해서 지정 기준을 개선하는 작업을 할 거다. 그래야 응급실에 갔는데 최종 치료가 안 돼 전원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과장은 그러면서 “그런 부분은 함께 추진하면서 응급실 쪽에서는 소방에서 수용 요청이 왔을 때 원칙적으로 받는 게 맞다. 그걸 지켜달라는 의미”라며 “앞뒤를 다 빼고 의사도, 병상도, 장비도 없는데 무조건 받아야 한다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일단 환자를 받았지만 최종 치료가 불가능해 전원을 하려해도 전원이 여의 않은 상황도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전원이 일어나지 않도록 응급의료기관 자체의 역량 강화를 한다는 게 전달체계 개편 논의에서 이뤄졌던 부분”이라며 “불가피하게 전원해야 하는 경우에는 현재 있는 중앙응급의료상황실 외에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을 만들어서 전원 조정을 지원하려 한다”고 했다.

    수용곤란 고지에도 환자 받은 경우 책임 감면 검토…현장에선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다"
     
    정당한 수용곤란 고지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환자를 받았다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대해선 법령 개정을 통해 의료진의 책임을 감면해주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 과장은 “지역의 모든병원이 다 환자를 받기 어렵다고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면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수용할 병원을 정해서 소위 환자를 밀고 들어가야 한다”며 “그럴 때 발생할 수 있는 의료적 책임에 대해서는 감면해 줄 수 있게 현행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한 형 감면 조항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장에서 느끼는 (법적 처벌에 대한) 불안감에 공감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어느 정도의 면책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협의체에  들어와있는 환자단체에서도 공감을 했다. 다만 너무 면책 범의를 크게 잡았을 때는 환자들의 방어권과 충돌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제한적 범위에서 단계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복지부의 해명에도 응급의료 현장에선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지침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복지부가 현재 시행하려는 내용을 안 지켰다고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건 복지부도 잘 알고 있다”며 “지침을 그대로 따를 수도 없을뿐더러 지침에서 모든 행위에 대해 케이스별, 지역별, 기관별로 분류를 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만약 복지부가 내놓는 지침이 강제성을 띤다면 그 순간 응급의료는 끝장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중앙에서 큰 틀의 가이드라인을 줄 테니 지역별로 협의체에서 지역 상황에 맞는 이송지침을 만들라는 수준으로 정리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