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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부터 2000명 증원? 방통대 만들어 의사 찍어내겠다는 것이냐"

    의학교육 전문가들 일제히 탄식 "전문가 의견 무시하고 총선 표몰이용으로 전락...서남의대 폐교 재현 우려"

    기사입력시간 2024-02-06 16:14
    최종업데이트 2024-02-06 16:5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당장 내년부터 의대정원 2000명을 늘리기로 확정한 가운데 의학교육 현장에선 일제히 탄식이 흘러나왔다.
     
    현재 의대정원(3058명)의 약 65%에 달하는 수를 단번에 늘리겠다는 것인데, 사실상 의학교육은 포기한 것이란 지적이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의 2000명 증원 발표에 앞서 정부 측에 350명 증원을 제안했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과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은 비상이 걸렸다. 정부의 의대증원 숫자와 속도가 당초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KAMC 신찬수 이사장은 “정부는 의사를 찍어내는 게 급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은 교육의 질을 논할 단계를 넘어섰다.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대로는 학생들이 실기시험도 보지 못한다. 지금도 3000명 정원에 맞게 빠듯하게 실기시험이 치러지고 있다. 이를 고려해 우리도 의대정원 350명 증원을 얘기했던 것”이라며 “당장 내년부터 정원 2000명을 늘리면 학생들 기숙사는 어떻게 하고, 실습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방송통신대학을 만들 생각인 것이냐”고 지적했다.
     
    의평원 한희철 이사장은 “1000명 이상 증원으로 생각하고 준비를 해오긴 했지만 당장 내년부터 2000명을 늘릴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며 “정부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의평원 안덕선 원장은 “의평원 규정상 입학정원의 10% 이상 변화가 있으면 의학교육의 중요한 변화가 발생했다고 판단해서 관련 평가를 하게 돼있다. 그 결과를 갖고 해당 의대 교육이 잘 이뤄질지 보게 될 것”이라며 “현재 내년도 증원과 관련해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의대정원이 결국은 총선 표몰이용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세계의학교육연합회 안덕선 전 부회장(고대의대 명예교수)은 “3~5년 시간을 두고 로드맵을 세워서 각 의대를 평가해가며 진행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식이라면 교육 질 저하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선거가 급했던 모양이다. 의대정원을 대폭 늘리면 표가 많이 올 것이라고 봤던 것 같다”고 했다.
     
    의학계 한 원로는 “국민들은 의료 과소비와 과욕에 빠져 헤어나질 못하고 정치권은 대책없이 여기에 영합하는 상황”이라며 “의대증원을 하면 강의실에 의자 몇 개 더 놓으면 된다는 무식한 생각이 의학교육의 철학을 짓뭉개고 있다. 서남의대 폐교 시 학생들을 대책없이 받아야 했던 의대들이 겪었던 한심한 현실이 또 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