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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횡격막 탈장, X-레이에서는 다른 질환으로 보이거나 정상으로 보여"

    "CT검사해야 제대로 진단·치료 가능…증상 가벼운 환자라도 CT검사 일상화될 것"

    기사입력시간 2018-11-01 18:02
    최종업데이트 2018-11-01 22:1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횡격막 탈장은 X-레이에서 다른 질환으로 오진되거나 정상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아 전산화 단층촬영(CT)를 찍어야 한다는 의학계 보고가 다수 확인됐다. 

    앞서 10월 2일 8세 소아 환자의 횡격막 탈장을 변비로 오진한 의사 3명(응급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가정의학과 전공의)은 X-레이에서 횡격막 탈장 이상소견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원지법 성남지원으로부터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1일 대한내과학회지에 따르면,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내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 연구팀은 2014년 ‘급성 흉수처럼 보인 횡격막탈장 1예’ 증례를 발표했다. 횡격막 탈장을 X-레이로만 진단하면 단순히 흉수(흉강 안에 정상 이상으로 고여있는 액체)나 흉막염(폐를 둘러싼 흉막의 염증)으로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횡격막 탈장은 횡격막 근육이 결손 또는 약해짐(weakness)에 따라 복강 내 장기들이 흉강 내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횡격막 탈장은 주로 선천적으로 영유아기에 발견되며 급성 호흡기 증상을 유발한다. 성인에서는 주로 외상성으로 나타나며 통증, 복부 팽만감, 구토, 호흡곤란, 흉막 삼출액 등 다양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36세 남성 환자는 외상 과거력이 없이 내원 5일 전부터 갑작스럽게 발생한 왼쪽 옆구리의 찢어지는 통증으로 외래를 거쳐 인하대병원에 입원했다. 내원 2일 전에 외부 병원에서 시행한 흉부 X-레이 촬영 결과에서 흉막염이 의심됐고 이 병원으로 전원됐다. 

    입원 당시 환자 상태를 보면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폐음이 감소했으나 수포음은 들리지 않았다. 연구팀은 “흉부 X-레이 촬영에서 왼쪽 갈비가로막각(costophrenic angle)이 무뎌져 보였고 옆으로 누운 자세(lateral decubitus)에서 흉막액의 이동(pleural fluid shift)이 보였다. 처음에는 흉막액(흉막 내의 액체)을 의심했다”고 밝혔다. 
    ▲대한내과학회지, 급성 흉수처럼 보인 횡격막탈장 1예. 

    연구팀은 정확한 원인 감별을 위해 초음파와 함께 흉강천자(흉강 안에 작은 구멍을 내고 흉막강 내에 액체를 배액시키거나 검체를 흡인하는 검사)를 시도하려고 했다. 하지만 초음파상에서 흉막액이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연구팀이 흉부 CT를 확인한 결과, 횡격막의 왼쪽 앞부분이 결손되고 그물막(복부 장기를 감싸고 있는 복막의 층, omentum) 지방이 흉강 안으로 탈출(hernia)된 형태의 횡격막 탈장이었다. 연구팀은 곧바로 개흉 수술을 시행했고 CT검사가 꼭 필요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연구팀이 인용한 인도 저널의 한 논문에서는 X-레이에서 진단한 성인 횡격막 탈장의 38%는 흉막 삼출액, 폐 낭종, 기흉 등으로 잘못 진단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2001년 대한외상학회지에 발표된 ‘외상성 횡격막 손상에 대한 임상적 고찰’에 따르면 외상에 의한 횡격막 탈장의 경과는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손상 직후의 급성기, 증상이 없거나 비특이적인 증상만 있어서 진단이 이뤄지지 않는 잠복기, 탈장된 복부 구조물이 뒤엉키면서 급성 장 폐쇄 증상을 보이는 폐쇄기 등이다. 

    연구팀은 “전체 횡격막 탈장 환자군에서 폐쇄기 전까지의 기간이 2주에서 40년까지 다양했고 평균 기간은 7.3년이었다. 폐쇄기 전까지는 환자 43%에서 횡격막 탈장이 진단되지 않았다는 연구도 있었다”라며 "X-레이에서 외상성 횡격막 탈장을 진단할 수 있지만, X-레이 판독 결과의 20~50%는 정상적인 소견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도 구속된 A병원 의사 3명은 X-레이에서 이상소견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확인하지 못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흉수를 동반한 폐렴'을 진단했지만 복통 외에 환자의 특별한 임상 증상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의사들은 CT검사를 의뢰하진 않았다.  

    이에 대해 한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횡격막 탈장을 X-레이로 보면 횡격막의 경계가 희미해진 수준이고 장기가 이동했는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CT검사를 해야 확진을 할 수 있다"라며 "X-레이에서 이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CT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한다면 앞으로 일선 병의원에서 CT검사를 일상적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X-레이만 검사하면 횡격막 탈장을 제대로 진단은 물론 치료하기도 어려웠다. 앞서 인하대 연구팀은 “흉막액 검사를 위한 흉강천자를 시도하면 혈흉 등의 위험한 합병증을 동반할 위험이 컸다”라며 “CT 검사를 거친 다음에서야 제대로 진단하고 수술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번 사건에서 B병원 응급실의 의료진은 흉부 X-레이에서 환자의 충수돌기염, 급성 위장관염, 당뇨병성 케톤산증, 긴장성 기흉 및 혈흉 소견 등을 확인하고 환자의 좌측 폐에 흉강천자를 실시했다. 그 다음 흉관삽관으로 오래된 양상의 혈액을 빼내고 긴장성 기흉과 혈흉 등을 먼저 치료하던 중 환자는 의식 저하와 호흡부전, 저혈량성 쇼크 등을 일으켰다. 의료진은 원인 파악을 위해 3시간 36분이 지난 다음에서야 CT를 촬영했다. CT 검사 결과, 좌측 횡격막 탈장과 폐 허탈 소견을 추가로 확인했다.

    하지만 당시 응급상황 대처가 먼저였다는 이유로 법원은 이를 과실로 인정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