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3일 "대통령이 만나자는 말의 진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사실상 만남을 거부했다.
의협 비대위는 대통령이 앞으론 '정원 조정' 여지를 두면서 뒤론 2000명 '증원 후속 조치'를 계속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대통령 발언의 진의가 의심된다고 했다.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지난 4월 1일 대통령 담화가 있었다. 모든 국민들과 함께 기대를 가지고 지켜봤지만 실망만 가지고 돌아서야 했던 담화였다"며 "이후 대통령실이 대통령 담화문에 대해 증원 조정 등 유연성을 갖춘 내용이라는 설명을 추가했으나 그 진의를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 정책은 늘 열려 있고 의대 정원 역시 논의할 수 있다는 말의 진정성을 담보하려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2025년 의대 증원 배정을 중지해야 한다"라며 "하지만 오늘 국립의대 교수 증원 신청을 받는다는 발표가 나오는 등 후속 조치가 계속 이뤄지는 것을 보며 정원 조정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이 전공의들을 직접 만나겠다는 입장 발표도 했다. 지난 주 우리 비대위가 제안했던 대통령과 전공의와의 직접 만남을 진행해 주겠다면 환영할 일"이라며 "하지만 어렵게 성사되는 만남은 의미 있는 만남이어야 한다는 입장 또한 확고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어제까지 신규 인턴으로 들어와야 하는 분들이 등록을 대부분 하지 않았다. 이는 인턴들이 아직 정부의 진정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젊은 의사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려면 대통령과 정부의 진정성 있는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촉구했다.
의료분야 예산 지원을 과감히 늘리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반갑고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런 지시가 나오자 보건복지부는 4월 2일 각 학회에 전공의 수련비용 예산안을 만들어 4월 8일까지 보내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그 예산이 그리 간단히 만들어지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졸속으로 추진이 이뤄지는 예산이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문제와 관련해선 "다양성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매년 이뤄지는 건강보험 수가계약 과정 등의 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의료계가 들러리 역할을 하는 위원회가 구성된다면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