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대학병원들의 재정난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정부가 별다른 대책 없이 전공의·의대생들의 복귀만 호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다수의 병원이 전공의 공백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대학병원들은 일찌감치 직원들의 무급 휴가 등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충남대병원, 운영 자금 2개월치뿐…수도권 소재 A병원은 폐원 얘기도
23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전 소재 상급종합병원인 충남대병원의 상황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급감하며 운영 자금이 2개월분밖에 남지 않았다. 조강희 병원장이 내부 임직원 대상 공지를 통해 “존립 자체가 위기”라고 직접 언급했을 정도다. [관련 기사= [단독] 대학병원 줄도산 시작? "충남대병원 차입금 4000억 다 쓰고 400억 남아"]
충남대병원은 세종충남대병원 건립 등으로 차입금이 약 4200억원에 달하는데, 현재 남은 건 병원 운영 자금으로 쓸 400억원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은 현재 월 손실이 100억~150억원에 이르는 데다 원리금도 갚아야 해 앞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두 달가량이다. 추가 차입이 불가피하지만 이마저 여의치않아 결국 정부와 지자체에 손을 벌리고 있다.
충남대병원의 경우 분원 설립의 영향으로 더 심각한 편이긴 하지만, 다른 대학병원들도 경영 상황이 녹록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실제 2025학년도 의대정원을 대폭 늘린 지방 국립대병원 1곳은 이미 올 상반기에 200억원가량을 차입했으며, 환자가 큰 폭으로 줄어든 일부 지방 사립대병원들도 자금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 소재 병원들도 의료대란의 직격타를 맞고 있다. 최근 막대한 투자를 했던 빅5 병원 중 한 곳도 재정적으로 크게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수도권 소재 사립대병원 한 곳에선 폐원 준비를 하고 있단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지방 소재 대학병원 교수는 “무제한 차입 경영이란 얘길 들어봤느냐. 비급여 진료를 덜 하고, 직원도 가이드라인대로 뽑으면 (저수가 체제하에서)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며 그렇지 않아도 여유가 없는 대학병원들이 이번 사태로 벼랑 끝에 몰려있다"고 토로했다.
건보 선지급도 근본 해결책 안 돼…"政, 의대증원에 따른 뒷감당해야 할 시간"
대학병원들이 줄지어 도산할 위기에 처하자 정부는 지난 13일 인건비 지급 등에 어려움이 발생한 수련병원들을 대상으로 7월까지 3개월간 건강보험 급여를 선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급한 불을 끄는 것일 뿐인 데다, 사태가 더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어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교수는 “건보 급여 조기 지급을 건의했는데 그것도 마지못해하는 것처럼 병원별로 심사해서 준다고 한다”며 “의사에 이어 이제는 병원 길들이기를 하려는 모양인데 이제는 병원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제는 정부도 아차해서 수습 방법을 물어본다는데 이미 의대증원을 못 박은 상태에서 피할 도리가 없다. 너무 멀리 왔다”며 “증원 확정까지는 정부가 주도하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바쁘게 그 뒷감당을 해야 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들이 복귀할 경우 대학병원에 일부 숨통이 트이겠지만, 정부가 의대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원점 재논의 등 전공의들의 요구사항은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 이마저도 요원한 실정이다.
한 사직 전공의는 “정부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냥 돌아오라고만 하니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