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지난해 바이오헤이븐(Biohaven)을 116억 달러에 인수하며 빅 딜을 이끌었던 화이자(Pfizer)가 올해도 바이오 기업 인수 시장의 큰 손으로 나섰다. 사노피(Sanofi)와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도 인수를 통해 각각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 파이프라인 보강에 나섰다.
30일 메디게이트뉴스가 2023년 1분기 글로벌 주요 제약사들의 인수합병(M&A) 동향을 집계한 결과, 화이자가 시젠(Seagen)을 430억 달러에 인수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 BMS(Bristol Myers Squibb)은 세엘진(Celgene)을 740억 달러에, 애브비(AbbVie)는 엘러간(Allergan)을 630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후 가장 큰 거래는 390억 달러 규모인 2021년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알렉시온(Alexion) 인수였으나, 이번에 화이자가 넘어섰다.
화이자, ADC 선두주자 시젠 인수로 종양학 입지 강화
시젠은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의 선두주자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시판 중인 ADC 12개 중 4개를 보유하고 있다. 애드세트리스(ADCETRIS)와 파드세브(PADCEV), 티브닥(TIVDAK), 투키사(TUKYSA)는 각각 림프종과 방광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치료제로 승인 받았으며, 새로운 적응증으로 확장하고 더 많은 종양 유형을 포함하기 위해 임상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상업권이 있는 새로운 분자 11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ADC를 위한 차세대 링커/페이로드 기술과 이중특이항체와 같이 면역 체계에 직접 작용하는 기타 혁신적인 항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시젠은 자체 개발 의약품 4개와 로열티, 협업 및 라이선스 계약으로 2023년에는 전년 대비 12% 성장한 약 22억 달러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이자는 시젠 매출이 2030년에 100억 달러 이상에 이르며, 그 이후에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화이자 온콜로지는 전이성 유방암과 전립선암 치료제를 포함해 승인된 의약품 24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2년 121억 달러 매출을 달성했다. 시젠과의 합병으로 화이자의 초기 단계 종양학 임상 파이프라인은 두 배로 늘어난다.
화이자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앨버트 불라(Albert Bourla) 박사는 "종양학은 글로벌 의약품 분야에서 가장 큰 성장 동력이다. 이번 인수는 이 분야에서 화이자의 입지를 강화하고, 화이자의 단기 및 장기 재무 목표 달성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사노피, 인슐린 가격 하락으로 빈자리 프로벤션 인수로 채워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지 않기로 했던 사노피가 당뇨병 분야 선도 기업인 프로벤션 바이오(Provention Bio)를 29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발표한 것도 1분기 화제 중 하나다.
사노피는 당뇨병 블록버스터 약물인 란투스(Lantus, 성분명 인슐린 글라진)와 투제오(Toujeo, 성분명 인슐린 글라진)을 보유하고 있다. 2022년 매출은 각각 약 24억 달러와 12억 달러였다. 그러나 2019년 암과 희귀질환, 신경학 등 더 떠오르는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당뇨와 심혈관 질환 분야의 새로운 연구는 하지 않을 계획이라 발표했다. 이듬해 한미약품으로부터 기술 이전 받았던 당뇨병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개발 권리를 반환하기도 했다.
프로벤션은 제1형 당뇨병 치료제인 티지엘드(Tzield, 성분명 테플리주맙)을 보유하고 있다. 티지엘드는 지난해 11월 미국 FDA로부터 성인 및 8세 이상 소아 2형 당뇨병 환자의 3기 제1형 당뇨병을 지연시키는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더불어 새로 제1형 당뇨병(3기) 진단을 받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 PROTECT를 진행 중이며, 이 연구 데이터는 올해 하반기 나올 예정이다
사노피는 이번 인수가 미충족 수요가 높은 분야의 면역 매개 질환 및 질병 조절 치료제에서 성장하고 있는 것과 당뇨병 분야의 전문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전략적으로 적합하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에서 인슐린 가격 하락 압박으로 사노피의 당뇨사업 매출 하락이 예상되는 것도 인수 배경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이번 인수가 당뇨병 분야의 업계 리더로 남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사노피는 코프로모션 계약으로 이미 미국에서 티지엘드를 공급하고 있다.
AZ, 신코 인수로 심혈관 강화하고 포시가와의 병용 기회 노린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내성 및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과 만성 신장 질환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는 바이오 제약사 신코 파마(CinCor Pharma, Inc.)를 18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번 인수로 알도스테론 합성효소 억제제(ASI) 후보물질인 박스로스타트(baxdrostat, 개발명 CIN-107)에 대한 권리를 확보했다. 박스로스타트는 치료 저항성 고혈압 환자 치료제로 연구되고 있으며, 원발성 알도스테론증과 만성 신장 질환에 대한 잠재적 치료제로도 테스트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번 인수가 자사의 당뇨병 치료제인 포시가(Farxiga, 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과의 병용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 보고 있다. 포시가는 경구용 SGLT2 억제제로, 당뇨병 치료제이자 심부전 및 만성 신장 질환에도 승인된 의약품이다.
또한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심혈관계 질환 전반에 걸쳐 추가 혜택을 제공하려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전략을 보완할 것이라 기대한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바이오제약 R&D 총괄 부사장 메네 판갈로스(Mene Pangalos)는 "과도한 알도스테론 수치는 고혈압과 만성 신장 질환 및 관상동맥 질환을 포함한 여러 심혈관 질환과 관련돼 잇으며, 이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면 이러한 환자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바이엘, 디지털 영상 입지 강화…오가논, 자궁적출기 개발사 인수 옵션 확보
의료기기 분야로의 투자도 이뤄졌다. 바이엘(Bayer)은 디지털 의료 영상 분야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블랙포드 애널리시스(Blackford Analysis Ltd)를 인수했다.
블랙포드는 전략 영상 AI 플랫폼이자 솔루션 제공업체로, 이번 인수는 2020년 양사간의 개발 및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이뤄졌다. 블랙포드의 기술은 바이엘이 일부 국가에서 최근 출시한 의료용 이미징 플랫폼인 칼란틱 디지털 솔루션(Calantic Digital Solutions)의 기반을 마련했다.
블랙포드의 기술을 기반으로 추가 워크플로우 및 분석 구성 요소를 추가한 칼란틱 디지털 솔루션은 AI로 구동되는 애플리케이션을 포함한 디지털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접근을 제공하며, 질병의 진단부터 환자 치료까지 업무의 다양한 단계에서 의료 전문가를 지원한다.
글로벌 여성 헬스케어 기업인 오가논(Organon)은 최소 침습 복강경 자궁적출술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 중인 의료기기 개발 비상장 기업 클라리아 메디칼(Claria Medical)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클라리아의 초기 임상시험용 기기인 클라리아 시스템은 지능형 자궁 봉쇄 및 적출 시스템을 사용해 환자와 의사 모두를 위해 자궁 적출 절차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한다.
계약 조건에 따라 오가논은 선급금으로 800만 달러를 지불하고, 사전 정의된 조건에 따라 인수할 수 있는 옵션을 갖는다.
모더나, mRNA 제조 전문성 보완…바이오엔텍, AI 기반 신약개발 강화
mRNA 코로나19 백신으로 크게 성장한 기업들도 팬데믹 이후의 성장과 전략을 위해 바이오 기업 인수에 나섰다.
바이오엔텍(BioNTech)은 인공지능(AI) 기반 약물 발견, 설계 및 개발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인스타딥(InstaDeep)을 인수했다. 지난해 인스타딥의 시리즈B 투자에 이어 나머지 주식을 100%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약 3억6200만 파운드 현금과 바이오엔텍 주식을 선급금으로 지불하고, 향후 마일스톤에 따라 인스타팁 주주에게 최대 약 2억 파운드를 지불하기로 했다.
바이오엔텍은 치료 플랫폼 및 운영 전반에 AI와 기계학습 기술을 활용해 차세대 면역 요법을 발견, 설계 및 개발하는데 있어 세계 최소 수준의 역량을 구축할 계획이다.
모더나(Moderna)는 무세포(cell-free) DNA 합성 및 증폭 기술 분야의 선구자인 오리시로 지노믹스(OriCiro Genomics K.K.)를 8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조 전문성을 보완하고 연구 개발 엔진을 더욱 가속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