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병원계가 의대정원 증원 규모와 관련해 의약분업 당시 줄인 350명 정도를 우선 늘리고 이후엔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정원을 조율하는 안을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에 건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정원을 우선 늘리고 나면 증원된 정원이 필수의료 등으로 얼마나 유입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해 추가 정원은 단계적으로 조정하자는 취지다.
이 같은 얘기가 오간 장소는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역 필수의료 혁신을 위한 병원계 간담회'다. 간담회엔 6개 병원계 단체 대표자와 더불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안상훈 사회수석이 참석했다.
당시 회의에 참여한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병원계는 지역과 수도권, 중소병원부터 상급종합병원 등에 따라 일부 의견차이는 있었으나 대부분 의대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선 뜻을 같이했다.
지역에 위치한 규모가 작은 병원일수록 필수의료 인력 부족 사태가 심각하다는 취지다.
특히 병원계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필수의료 의사 수 부족 사태를 촉발한 이유 중 하나로 젊은 의사들이 개원가로 이탈하는 문제를 꼽았다.
수가 역전 문제와 더불어 비급여 진료가 가능한 피부와 미용 등 진료가 인기를 얻다 보니 전공의 수련을 받지 않고 일반의(GP) 신분으로 개원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자연스럽게 응급과 야간 당직이 많고 중증도에 따라 형사적 분쟁이 많은 필수의료 과목엔 공백이 생기고 있다는 게 병원계 논리다.
회의에 참석한 한 병원계 관계자는 "전공의 수련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비급여 진료를 하며 돈도 벌고 개원을 해서 워라밸까지 챙길 수 있으니 많은 의사 인력들이 개원가로 빠지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병원에선 의사채용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공의 수련을 의무화하자는 내용도 건의됐다. 한국과 달리 해외 선진국에선 면허시험만 합격한다고 해서 바로 독립진료를 허용하지 않는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홍콩 등은 상급자의 지도감독 없이 독립진료 자격을 부여하는 시기를 최소 1년 이상의 기본 수련을 마친 후로 잡고 있다.
이 관계자는 "수련 자체를 하지 않다 보니 필수의료 인력으로 가게 되는 인력풀 자체가 부족해지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정원 확대와 더불어 1~2년 정도 의무적으로 트레이닝을 받도록 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건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원 확대 규모에 대해선 확정된 것은 없지만 단계별 증원안이 공감대를 얻었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규모에 대해서 확정지은 것은 없지만 병원협회 쪽에선 일단 의약분업 당시 줄였던 인원 정도를 늘리고 그 이후에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단계적으로 추가 논의를 하자는 입장이다"라며 "우선 (350명) 늘어나는 인력이 얼마나 필수의료 쪽으로 빠지는지, 질병 양상, 사회구조적 변화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추가 논의를 통해 규모를 조정하자는 얘기들이 오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