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비의료인이 두 차례에 걸쳐 불법 사무장병원을 개설하다 적발됐지만 실형을 면했다.
의료생협을 설립하는 과정 역시 허술했지만 손쉽게 자치단체의 인가를 받아냈다.
비의료인인 A씨는 2002년 10월부터 2006년 2월까지 한의사를 고용해 한의원을 운영했다.
이 때문에 대전지법에서 의료법 위반죄로 벌금 2000만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A씨는 2008년 6월부터 2009년 7월까지 같은 장소에서 재단법인 한의원을 개설했다가 형식적 요건을 갖춘 의료생협으로 전환했다.
이를 위해 A씨는 실제 의료생협 설립을 위한 창립총회 등을 열지 않고, 마치 회의를 한 것처럼 허위로 회의록을 작성했다.
또 조합원들이 한푼도 출자금을 내지 않았지만 4000만원을 납부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S씨 등에게 돈을 나눠주고 K씨 명의의 은행계좌로 입금하도록 한 뒤 나중에 다시 돈을 회수했다.
A씨는 2010년 6월 대전시로부터 생협 설립인가를 받아 다음달 한의원 개설 신고를 마쳤다.
자치단체가 의료생협 설립인가 회의록, 허위 조합원 입금 계좌 등의 서류를 제대로 살펴보기만 했어도 불법 의료기관 개설을 막을 수 있었지만 무사통과시켰고, 이 때문에 A씨는 두 번이나 사무장병원을 개설할 수 있었다.
A씨는 280여 평 규모로 한의원을 개설해 한의사 2명, 간호조무사 7명, 물리치료사 2명 등을 두고 한의사 K씨 명의의 한의원을 개설,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3억 여원의 요양급여비용을 편취했다.
A씨는 환자들에게 의료생협 조합원 가입비 명목으로 1만원을 받은 뒤 매일 무료로 점심 식사를 제공하는 수법으로 유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A씨는 실형을 면했다.
대전지법 재판부는 "피고인은 2002년 사무장병원을 개설한 범죄사실로 형사처벌을 받고도 계속 한의원을 개설해 운영했으므로 죄질이 매우 나쁘고, 건강보험공단 피해 금액이 약 13억 원에 이른다"고 환기시켰다.
다만 법원은 "이 사건 한의원에서 의료인인 한의사들이 환자에 대한 요양급여 등을 실시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취득한 이익은 그다지 많지 않다"면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120시간 사회봉사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