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에 해마다 수십억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오히려 원정출산은 증가하고 있어 정책 실패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의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이 지역의 분만병원이 아닌 대학병원과 지방의료원 같은 상급병원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지역의 분만인프라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현재의 상급병원 중심의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이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일 대한분만병원협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2008년부터 인근에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을 '분만취약지'로 지정하고 산부인과 설치·운영 비용을 지원하는 분만취약지 지원 사업을 매년 실시해 오고 있다.
이에 따라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총 5년간 복지부는 분만취약지에 379억원을 지원했으나, 지정 의료기관에서 분만한 산모는 전체 대비 25.8%이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해당 지역 산모들의 원정 출산이 증가한 것이다.
분만병원협회는 이에 대해 "정부가 지정한 의료기관의 신뢰도가 낮고 사업의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해당 사업 이후 분만병원의 폐업이 증가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정책 실패를 지적했다.
협회는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이 대학병원과 지방의료원 같은 상급병원 중심의 지원체계로 이루어져 있어 지역 분만 병의원의 운영을 악화시켜 폐업에 이르게 하고 결국 분만인프라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상급병원 중심의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의 시정을 촉구했다.
이에 협회는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은 상급병원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회는 "대학병원과 같은 상급병원의 역할은 고위험산모의 치료와 각종 응급상황에서의 적절한 조치의 수행이다. 하지만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은 상급병원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일반산모의 유치를 위해 인근지역의 분만 병의원과 불필요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결국 이들 상급병원의 입원실 부족으로 정작 고위험 산모는 타 지역의 상급병원을 찾아가야 하는 헤프닝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에서 인근 분만 병의원과 거점 상급병원의 서로의 역할에 충실하여 유기적인 의료전달체계를 만들어 안정적인 분만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분만취약지역 인근 분만병의원이 사업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 협회의 주장이다.
협회는 "분만을 담당하는 산부인과는 필수의료쳬계의 한 축을 담당한다. 분만취약지의 특성은 지역마다 다를 수 있다. 지역 분만병원은 해당 지역의 특수한 요구와 상황에 대한 이해와 대응력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통해 분산된 분만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해지며, 지역 사회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협회는 분만 수가의 현실화로 수가보상쳬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지방의 모든 병원과 의원은 규모와 상관없이 전문의료인력의 확보의 어려움, 치솟는 인건비와 물가의 상승으로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산모들의 요구와 기대도 높아지고 있어 이를 받쳐주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분만 관련 수가의 인상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지역에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