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가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에 대해 나보타(미국명 주보)를 21개월간 판매하지 못하도록 최종 결론을 내렸지만, 이를 두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의견 충돌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ITC 위원회 최종 판결문에 따르면, 대웅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가 보유한 나보타 재고 중 어떤 것도 미국에서 21개월간 판매하지 못하며, 미국 대통령의 심사 기간동안 나보타를 수입하거나 판매하려면 1바이알당 441달러의 공탁금을 내도록 했다.
이번 판결은 앞서 지난해 1월 메디톡스와 엘러간(현 애브비)이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를 균주 도용 등의 혐의로 미국 ITC에 제소한 최종 결정(Final Determination)으로, 미국 대통령 승인 절차만 남겨 두고 있다.
최종 결론이 나오자 마자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해석은 완전히 엇갈렸다. 메디톡스에서는 명백하게 균주와 제조공정 도용 혐의가 밝혀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지만, 대웅에서는 균주자체가 규제사항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결로 사실상 승소했다는 입장이다.
양사에서 각각 이 같은 입장문을 내놓은 만큼 최종결정문 전문과 미국 대통령 승인 절차까지는 별다른 의견 대립을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최종 결정 다음날인 18일 메디톡스 측에서 다시금 논쟁에 불을 붙였다.
메디톡스는 "대웅이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한 것이 맞지만, 균주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제조공정에 대한 영업비밀 침해만 인정한 것"이라며 "도용 혐의를 인정한 것은 환영하나, 균주는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한 점에 대해 항소절차를 통해 바로잡을 계획"이라고 했다.
메디톡스는 "결국 이번 ITC 최종 판결로 대웅의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혐의가 명백한 유죄로 확정됐다"며 "미국 법무법인에 따르면, 최종판결 후 10일 내 공개 예정인 ITC 판결 전문에도 대웅의 균주와 제조공정 도용 혐의 명확히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또한 "ITC의 판결은 광범위한 증거개시 절차와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포함한 전문가 검증, 증거심리를 위한 청문회를 통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국내 민형사 소송에서도 동일한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메디톡스는 확정된 유죄 판결을 바탕으로 국내 민사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메디톡스는 대웅이 메디톡스 소유의 보툴리눔 균주와 영업비밀인 제조공정을 도용했다며 2017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해 현재 7차 변론까지 진행된 상태다.
만약 민사소송에서 대웅의 도용혐의가 밝혀지면 메디톡스 측은 대웅이 도용한 균주 및 제조공정 기술의 사용 금지와 권리 반환을 요청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생산되거나 유통되고 있는 나보타는 폐기되고, 대웅 측은 메디톡스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메디톡스는 "균주 출처를 허위 신고했기 때문에 여러 국가에서 허가받은 대웅 나보타의 허가 취소는 당연하며, 관련 사업 지속도 불가능하다"면서 "'용인의 토양에서 균주를 발견했다'는 대웅 측 주장 역시 거짓이라는 방증이기 때문에 질병관리청에서 검찰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실제 최근 질병청은 보툴리눔 균주 출처에 대한 전수조사를 착수한 상황이다. 또한 대웅의 균주 출처에 대한 자료는 식약처의 품목허가 신청 자료 중 하나이기 때문에 불법여부가 판단되면 품목허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같은 메디톡스의 입장에 대해 대웅제약이 즉각 반격에 나섰다.
대웅제약은 "ITC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미국 법무법인 코브레앤킴의 담당 변호사에 따르면, 이미 예비결정에서 도용의 직접적 증거는 전혀 없다고 밝혔으며, 최종결정도 마찬가지라고 했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최종결정에서의 균주 부분을 제외한 다른 쟁점들은 새로운 판단 없이 예비결정을 그대로 인용한 것에 불과하다"며 "특히, 균주 도용에 대한 예비결정의 판단은 오히려 불충분한 분석을 통해 이뤄진 점을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ITC 위원회 최종결정(Final Determination)은 기존의 예비결정의 내용을 뒤집은 것"이라며 "최종 결정에 따르면, ITC 최종결정에서 균주에 대한 영업비밀 침해가 없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확인됐다"고 했다.
또한 "균주는 영업비밀이 아니기 때문에 도용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동시에 예비결정에서 근거로 한 균주에 대한 분석은 불충분한 방법으로 이뤄진 점도 인정했다"고 부연했다.
대웅제약은 "도용에 대한 판단이 명백한 오판임은 기술의 실체도 없는 메디톡스의 엉터리 기술을 도용했다고 인정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면서 "제조공정에 대해서도 영업비밀 침해가 없었다는 사실을 연방법원 항소를 통해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