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28일 첩약 급여화 반대 집회를 진행했지만 큰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는 큰 정책적 흐름상 3년 전부터 계획돼 있었던 사업인 만큼 더 이상 미루는 것이 어렵다는 게 당국의 변함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한의계 내부 갈등 문제까지 찬성으로 모아진 만큼 급여화 추진 중단은 어려울 것으로 봤다.
복지부는 지난 9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통해 10월부터 한의원에서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관리 등 3개 질환에 대해 환자에게 치료용 첩약을 처방하면 이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한다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발표했다.
첩약 급여 시범사업 세부안에 따르면, 첩약 한제(10일분)당 수가는 ▲심층변증·방제기술료 3만 8780원 ▲조제·탕전료 3만 380원~4만 1510원 ▲약재비 3만 2620원~6만 3010원(실거래가 기준) 등을 합해 14만∼16만원 수준이다. 7월 중 건정심 본회의를 거치면 시행이 확정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9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통화에서 “첩약 급여화 문제는 이미 문재인케어에 포함돼 있던 사안이다”라며 “3차 종합 5개년계획에도 이미 내용이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어 정부로서도 의사들이 반대한다고 사업을 중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정심에 포함된 소비자 단체들이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이 크다"며 "의협에서 결의대회까지 진행하며 반대하더라도 의료계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긴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복지부는 의료계에서 주장하고 있는 한약재 안전성 문제와 관련해서도 기우라고 평가했다.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철저히 안전 문제를 규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미 한약재도 의약품처럼 식약처의 규제와 관리를 받고 있다"며 "2015년부터 한약재는 제조와 품질관리 기준(GMP)에 따라 한약재의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시범사업 추진과정에서 가장 큰 고비는 한의계 내부 의견 합치였다. 사업이 기존 2000억원 규모에서 500억원 규모로 대폭 축소되고 수가도 20만원까지 얘기가 오가다가 14~16만원선으로 5만원 이상 깎이며 한의사들 입장에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찬성 입장이 과반수 이상으로 도출되면서 시범사업 추진에 활기가 띨 것이라는 게 복지부의 예상이다.
앞서 한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회원 온라인 투표를 통해 시범사업 찬성여부 투표를 실시한 결과, 1만6885명이 투표에 참여(73.11%)했고 이 중 1만682명(63.25%)이 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실 이번 시범사업이 대폭 축소되다 보니 한의사들 입장에서도 그냥 첩약에 대한 실거래가를 그대로 주는 정도라며 큰 실효가 없다는 반대가 많았다"면서 "첩약의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오히려 가격통제만 받는 형국이라 반대표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대부분 예상했는데 결과가 찬성으로 나와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한의사협회 내부에서도 찬성이 이렇게 많이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고 오히려 부결될 것이라고 봤다"며 "의료계의 반대입장으로 결과가 뒤집혔다는 주장이 일리가 있다. 영향을 미친 것은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관련기사=한의협 첩약 급여화 찬반 여론 팽팽→의협 강력한 반대로 찬성표 늘어]
복지부는 다만 첩약 급여화 추진이라는 큰 흐름을 거스르기는 힘들지만 기간 조정 등은 가능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정부도 이번 시범사업 추진에 있어 물러서기 힘든 상황인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그러나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어 시행에 대한 기간조정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