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원급 의료기관의 전체 진료비는 증가했지만 내과·소아청소년과·이비인후과·가정의학과 등 진찰료 기반 필수진료과의 진료비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는 이 같은 필수진료과의 수입 감소세가 지역 기반 1차의료의 약화를 보여주는 지표라며, 2027년도 수가협상에서 추가소요재정, 이른바 밴딩 규모를 최소 1조5000억원 이상 확대해 필수진료과와 지역 1차의료를 유지할 재정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0일 서울 당산 스마트워크센터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2차 수가협상을 진행했다.
“의원급 전체 진료비는 늘었지만 필수진료과는 감소…1차의료 기반 약화”
협상 직후 박근태 의협 수가협상단장 겸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이번 협상의 중점은 1차의료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였다”며 “단순한 숫자 인상이 아니라 밴드를 늘려 1차의료를 살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날 협상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지역 기반 약화와 내부 양극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1차의료의 지역 기반이 약화되고 있고, 의원급 진료비 점유율이 20%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상위 5% 기관의 진료비 점유율이 27.7%에 달할 정도로 의원급 내부 양극화도 심하다”고 말했다.
특히 진찰 행위 기반의 필수진료과에서 인당 수입 감소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회장은 “전체 의원급 진료비 증가율은 7.2%였지만 내과,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며 “내과는 -2%, 소아청소년과는 -9%, 이비인후과는 -10%, 가정의학과는 -6%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체 증가율이 7.2%라는 것은 다른 분야가 많이 올라갔다는 의미인데, 정작 진찰료 기반 필수진료과는 감소하고 있다”며 “이 부분이 공단 협상단에도 상당히 어필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밴딩 최소 1조5000억원 이상 필요…의료물가지수·인건비 상승 반영해야”
의협 수가협상단은 이번 협상에서 밴딩 규모를 최소 1조5000억원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밴딩은 수가협상에서 전체 공급자단체에 배분되는 추가소요재정 규모로, 환산지수 인상률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박 회장은 “수가 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밴드 폭을 올리는 것”이라며 “의협이 계산한 결과 최소 1조5000억원 이상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협상단은 1조5000억원 산출 근거로 의료물가지수와 최저임금 인상, 의원급 의료기관의 인건비 상승 등을 제시했다.
박 회장은 “무조건 1조5000억원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의료물가지수를 봤다”며 “최저임금도 올랐고, 의원급 의료기관이 고용하고 있는 간호조무사 등 직원 인건비도 많이 올랐다. 이런 부분을 모두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협상단은 밴딩 규모가 충분히 확대되지 않을 경우 의원급 의료기관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수가 인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박 회장은 “작년만큼만 받으면 수가를 올릴 수 없다”며 “1차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밴딩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밴딩 사전 공개·수가조정위원회 설치 필요”
의협은 수가협상 구조 개혁 필요성도 제기했다. 협상 막판까지 공급자단체가 전체 밴딩 규모를 알 수 없는 현 구조에서는 실질적인 협상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박 회장은 “수가협상 구조 개혁 차원에서 밴드를 사전에 공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며 “또 수가조정위원회 같은 기구를 설치해 협상이 틀어졌을 때 곧바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로 가지 말고 다시 한번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다만 밴딩 사전 공개가 현실화되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박 회장은 “재정운영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밴드가 그날 아침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전 공개가 될 경우 더 이상의 밴드 폭 조정이 어려워질 수도 있어 어떤 방향이 좋은지는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협상단은 건강보험 재정 적자 전환 우려가 밴딩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박 회장은 “공단이 재정운영위원회를 다녀온 이후 건강보험 재정 적자 전환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이는 결국 밴드를 늘리기 어렵다는 의미로 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누적 국고지원 미지급금이 30조원에 달하는 만큼 이를 활용해 밴드 지원 폭을 늘려야 한다”며 “작년과 같은 수준으로는 의원급 수가를 실질적으로 올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환산지수 차등 적용에는 “여전히 반대”
지난해 수가협상에서 쟁점이 됐던 환산지수 차등 적용, 이른바 ‘환산지수 쪼개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회장은 “상대가치 개편 이야기는 있었지만,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지는 아직 파악이 필요하다”며 “오늘 협상에서 진찰료를 쪼개겠다는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번처럼 진찰료를 더 주고 다른 부분을 조정하는 방식이라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검체·검사 수가 개편 등으로 이미 진찰료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상대가치 개편을 차등 적용하는 것은 의협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다.
다만 1차의료 살리기 차원의 별도 지원이라면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 회장은 “상대가치와 연계한다기보다 1차의료를 살리기 위해 플러스를 더 준다고 하면 당연히 받아야 한다”며 “어떤 방식으로 연계하는지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창원 보험이사도 “작년에도 환산지수 쪼개기, 정확히는 저평가된 행위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을 의협은 완강하게 거부했다”며 “결국 1차의료 살리기 정책 지원 명목으로 0.1%를 받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협은 기본적으로 환산지수 차등 적용에 계속 반대 입장”이라며 “올해는 어떤 식으로 표현될지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