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지난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사고로 31일 오전 6시 현재까지 154명이 숨지고 132명이 다쳐 모두 28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압사사고는 다수의 군중이 좁은 공간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생기는 사고다. 압사사고를 의학적으로 보면 흉부와 복부에 압박이 크게 가해지면서 사망과 부상의 원인이 외상성 질식이 가장 많고 폐좌상, 기흉, 심근좌상, 간과 비장의 파열, 위장관 출혈 등도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이경원 교수는 2005년 10월 3일 경상북도 상주시 지역축제에서 159명의 사상자를 냈던 '상주 시민운동장 압사 사고의 임상적 고찰' 논문을 대한응급의학회지 2007년 10월호에 펴냈다. 이 논문은 국내에서 압사사고와 관련한 유일한 의학논문으로 알려져있다.
논문에 따르면 2005년 10월 3일 오후 경상북도 상주시 지역축제인 ‘상주자전거축제’ 행사의 하나로 모 지상파 방송사의 공개 녹화가요 프로그램인 ‘가요콘서트’ 녹화 리허설이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진행 중이었다. 시민들의 운동장 입장은 아직 허용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다가 높이 4m, 너비 12.4m, 운동장 내부로의 경사각 15도의 철제 출입문 가운데 한 곳인 상주시민운동장 직3문이 갑자기 열렸고, 이때 이 문으로 시민들이 갑자기 몰리면서 압사사고가 발생했다.
이 교수는 상주 사건을 빗대며 "많은 군중이 밀집하는 행사는 전국 어디에서나 개최된다. 재난 의학 전문가의 자문을 구한 행정당국, 경찰, 소방, 병원 등 유관기관들의 지역 실정에 적합한 재난대비계획을 수립하고, 병원전단계와 병원단계에서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상주 사상자 159명...제한된 구조인력과 의료자원 한계
논문에 따르면 당시 오후 5시 41분에 최초 신고가 이뤄졌고 6시 3분 구조대가 최초 상주시민운동장에 도착, 의식과 호흡, 맥박이 없는 12세 남아와 72세 여자 환자를 구조해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이후 상주성모병원과 상주적십자병원으로 이송된 159명의 사상자 중 사망자가 11명이었고 부상자가 나머지 148명이었다.
상주시는 다른 지방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서울이나 다른광역시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문화행사를 접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따라서 대중가요 가수들이 출연하는 지상파 방송사의 가요 프로그램에 많은 시민들이 운집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사상자의 다수가 여성이고, 고령인 점은 상주시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었다.
상주시는 도시와 농촌이 복합된 지역이면서 서울특별시의 2배 크기의 넓은 면적을 보유하고 있다. 소방서 구급대들이 상주시내와 주요 면에 분산돼 대형재난 발생 시 신속하고도 집중적인 구조구급활동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당시 202병상의 상주성모병원과 265병상의 상주적십자병원이 지역 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돼있으나,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실에 전속근무하지 않아 의료자원의 제한도 있었다.
사상자 159명에 대해 구급활동일지에 기록된 병원전처치는 의식, 호흡, 맥박이 없는 환자 2례에서 기도 확보, 산소소생기를 통한 구조호흡, 심폐소생술 등이었다.
복수로 시행된 응급실에서의 응급처치를 보면 수액 공급 74례, 상처소독 21례, 수혈 12례, 기도삽관 11례, 인공양압환기 10례, 전문심장소생술 9례, 부목 고정 1례, 국소마취하 단순봉합술 1례 등을 시행했다. 이후 수술실에서 전신마취하 응급수술 3례, 계획수술 22례가 행해졌다.
사망원인은 외상성 질식에 의한 심정지 가장 많아
당시 사망자의 경우 외상성 질식에 의한 심정지가 많았고, 부상자의 최종 진단명도 흉부좌상(타박상)이 가장 많았다. 전체 11명 사망군의 평균연령은 50.72세, 표준편차는 26.14세였고 남성은 3명, 여성은 8명이었다. 남성사망군의 평균 연령은 11세, 표준편차 3.60세로 최소 7세, 최대 14세였고, 여성사망군의 평균연령은 65.62세, 표준편차 6.56세로 최소 54세, 최대 76세였다.
부상자는 특히 근골격계 외상인 염좌, 긴장등이 많이 나타나 압사사고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거취를 확인할 수 없는 2명을 제외하고 146명에서 입원 109명(75%), 응급실 퇴원 37명(25%)이 결정됐다. 입원군 109명 가운데 의무기록 미비로 입원기간을 알수 없는 5명을 제외한 104명에서 평균 입원기간은 12.23일 표준편차 22.68일로, 최단 1일부터 최장 146일까지로 나타났다. 최장 기간 입원자는 회복 후 퇴원한 상태가 아니라 다른 병원으로 전원조치 된 상태이나, 이후는 추적되지 않았다.
당시 세계질병분류기호(ICD-10)로 기준으로 다빈도순으로 나열하면 ▲가슴의 타박상 60례 ▲어깨 및 상완의 좌상 20례 ▲심정지 11례 ▲요천골의 염좌 및 긴장 10례 ▲무릎의 타박상 10례 ▲넓적다리의 타박상 8례 ▲무릎 측부의 파열 7례 ▲발목의 타박상 6례 등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경추, 요추의 골절과탈골, 골반골절, 다발성 늑골 골절, 정강뼈 골절, 연조직염, 두통, 뇌진탕,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도 있었다.
이 교수는 "압사사고의 발생에는 개인들이 서로 기대고 밀침으로 발생되는 외력, 군중이 쇄도를 일으키게 하는 정보, 물리적인 공간, 사고의 지속 시간 등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대표적인 압사사고의 사망과 부상의 원인은 외상질식이다. 폐좌상, 기흉, 심근좌상, 동요흉, 간과 비장의 파열, 위장관 출혈 등도 합병될 수 있으나, 두개골절이나 뇌출혈은 거의 발생되지 않는다. 이는 압박이 주로 흉부와 상복부에 가해지며, 뇌 정맥동의 충격 흡수 능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라며 “다만 조기에 구조돼 호흡보조를 받고 저산소증에 대한 교정을 한다면 외상질식은 회복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특히 사고 이후 집단적으로 불면과 불안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발생해 최종 진단명으로 공황장애와 불안장애로 진단 받은 환자들도 있었다"라며 "또한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대한 재난 초기부터 적절한 정신과적 개입이 필요한데 지역사회와 시 행정당국의 준비나 관심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군중 밀집하는 곳에서 압사사고 위험 다수...재난 대응과 분석대책 필수
논문에 따르면 대표적인 운동장 압사사고는 1989년 영국 힐즈버러 스타디움(Hillsborough stadium)에서 발생한 운동장 압사사고로, 당시 95명이 사망하고 4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또한 2001년 한 해 동안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에서 4번의 운동장 압사사고가 발생했는데, 사망자만 180명에 달했고 부상자는 정확한 기록조차 없었다. 2001년 가나에서는 운동장 압사사고를 통해 12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압사사고는 운동장 외에 건물 화재나 콘서트 행사 등 대규모의 군중이나 인파가 밀집되는 곳에서도 어디나 발생 가능했다. 1942년 미국 보스톤 코코넛그루브(Coconut Grove)라는 무도회장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이에 놀란 군중이 일시에 탈출하려고 문으로 몰리면서 491명이 사망하고, 400명 이상이 부상한 사고도 있었다.
응급의료체계 및 재난 대응 체계의 선진국인 미국은 1979년 연방재난관리청(Federal EmergencyManagement Agency, FEMA)이 설치되고 현재까지 꾸준히 정비되고 있다. 모든 재난 상황에서 지역 수준까지의 통합적인 재난 계획과 권한을 가진 조직이나 기구의 설치와 지역협력사무소를 통해 정부기구 뿐 아니라, 비정부기구나 민간까지 협력과 조정을 이루고 있다.
이 교수는 "지역축제와 같이 많은 군중이 밀집하는 행사는 전국 어디에서나 개최된다. 기초자치단체라 하더라도 인적 재난의 안전지대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라며 "대형 군중 집회 개최에 앞서 재난 의학 전문가의 자문을 구한 행정당국, 경찰, 소방, 병원 등 유관기관들의 지역 실정에 적합한 재난대비계획의 부재, 재난 발생 시 병원전단계와 병원단계에 서 의무기록 미비 등의 문제점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형 군중 집회에 앞서 지역 실정에 맞는 재난대비계획 수립을 통해 병원전단계와 병원단계에서 보다 조직화되고 향상된 평가와 처치, 기록을 시행해 불의의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재난 분석을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