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화이자(Pfizer)가 경구용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후보 물질인 팍스로비드(PAXLOVID, PF-07321332/리토나비르)의 긴급사용승인(EUA) 절차에 돌입하는 동시에 세계적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화이자는 입원 또는 사망 위험이 높은 경증~중등도 코로나19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요청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팍스로비드 비임상 데이터의 순차적 제출은 10월부터 시작됐으며, 이번에 2·3상 임상시험 EPIC-HR의 중간분석 데이터도 추가로 제출됐다.
팍스로비드는 바이러스 복제에 필수적인 단백질 분해효소인 3CL 프로테아제를 저해해 코로나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도록 설계됐다. HIV 치료제인 리토나비르와 병용 투여하면 PF-07321332의 대사 또는 분해를 늦춰 PF-07321332가 바이러스 퇴치에 도움이 되도록 더 높은 농도에서 더 오랜 기간 동안 신체 내에서 활성 상태를 유지한다. 승인되면 PF-07321332 300㎎(150㎎ 정제 2개)의 용량으로 리토나비르(100㎎ 정제 1개)과 함께 5일간 1일 2회 투여된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하지는 않았지만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EPIC-HR 연구에서, 증상 발생 3일 이내 팍스로비드를 투여하면 코로나19 관련 입원 또는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8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팍스로비드 치료군에서는 사망자는 없었다. 이같은 치료 효과는 증상 발생 후 5일 이내 치료받은 환자에서도 유사했다.
같은날 화이자는 유엔(UN)이 후원하는 공중보건기구인 MMP(Medicine Patent Pool)와 PF-07321332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 체결도 발표했다.
MMP는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에서 생명을 구하는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기관이다. 이번 계약으로 MMP는 자격을 갖춘 제네릭 의약품 제조업체에 하위 라이선스를 부여해 규제 승인 또는 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시험용 항바이러스제 추가 생산 및 유통을 촉진할 수 있다.
계약 조건에 따라 하위 라이선스가 부여된 전세계 적격 제네릭 의약품 제조업체는 팍스로비드를 전세계 인구의 최대 약 53%를 차지하는 95개국에 공급할 수 있다. 여기에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모든 저소득 및 중하위 소득 국가와 일부 중상위 소득 국가뿐 아니라 지난 5년간 중하위 소득에서 중상위 소득으로 전환된 국가가 포함된다.
화이자는 코로나19가 세계보건기가(WHO)에 의해 국게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분류되는 동안 저소득 국가에서 판매에 대한 로열티를 받지 않으며, 계약이 적용되는 모든 국가에서 판매에 대한 로열티를 추가로 면제한다.
화이자 알버트 불라(Albert Bourla)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코로나19 감염의 심각성을 줄이고 의료 시스템 부담을 낮추며 생명을 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우리는 거주지나 상황에 관계 없이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혁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MMP와 협력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전세계적으로 이 파괴적인 질병으로 500만명이 넘는 사망자와 수많은 생명이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생명을 구하는 치료 옵션이 시급하다"면서 "이 잠재적인 치료법을 환자에게 가능한 빨리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전세계의 다른 규제 기관과 함께 FDA와 신청서 검토를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팍스로비드에 대한 사전검토에 들어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화이자가 11월 10일 팍스로비드의 품질, 비임상 자료에 대한 사전검토를 신청함에 따라 현재 사전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질병관리청이 긴급사용승인을 요청하면 승인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