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하은진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원과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이 10일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 방향에 대해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였다. 정부의 문제 진단부터 의료 정책 처방이 잘못됐다는 의대교수 측과 달리 복지부는 "원상복귀가 답은 아니다"라는 기존 주장을 재차 반복했다.
하은진 위원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의대 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마련한 '의료개혁 토론회'에서 정부의 의료개혁 처방전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너무 강력한 처방은 효과를 보기도 전에 환자에게 부작용을 발생시킨다는 게 하 위원 주장의 골자다. 특히 그는 의정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더 이상 대학에 남아 있는 것이 보람이 아닌 절망이라고도 했다.
하 위원은 "40대 젊은 교수로서 이대론 갈 수 없다는 절박함에 이 자리를 마련했다. 대학에 남아 후배를 양성하는 것이 1000명의 환자를 살리는 길이라 믿었다. 그러나 이제 깊은 절망을 느끼고 있다"며 "단순히 2000명 증원 논의나 행사 들러리를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니다. 25년 이상 의사로 일할 사람으로서, 후배를 배출할 선생으로서, 건강보험료를 내는 국민으로서 정부와 진지하게 얘기하고 싶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복잡한 의료계 문제는 정부 혼자 해결할 수 없다. 졸속합의는 몇 년안에 다시 위기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절대 원하는 바가 아니다"라며 "목표 달성이 될 때까지 의미있게 논의하겠다. 의료개혁의 목표는 환자중심의 지속가능한 의료이고 재정도 안정된 상태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K의료는 효율적이지만 싸고 좋은 시스템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중증 의료인력은 줄어들고 있었고 불균형 심화로 핵심 시스템은 병들어가고 있다"며 "단순한 수가 문제가 아니다.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지만 정부가 내린 처방은 한국의료의 취약성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로 인해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취약한 환자는 강력한 처방이 효과를 보기도 전에 부작용으로 사망한다. 이대로 가면 개혁이 효과를 보기 전에 체계가 무너지고 이를 현장에서 목도하고 있다"며 "한국 의료가 부작용을 견딜 수 있도록 제대로 처방해달라"고 촉구했다.
반면 복지부 정경실 단장은 원상복귀만 한다고 의료체계의 문제가 정상화되진 않는다며 '2025년 의대증원 재논의'를 요구하는 의료계 요구를 정면 반박했다.
정 단장은 "일부에선 (이번 의료대란 사태로 인해) 세계가 부러워하던 의료체계가 한 번에 망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반문하고 싶다. 이번 비상진료체계가 끝나면 (의료체계가) 원상복귀되나. 이 부분은 정부 뿐 아니라 의료계, 국민들도 아니라고 말할 듯 싶다"며 "실제 코로나19 때도 의료 공급이 합리화된 것처럼 보였지만 원상복귀됐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당시) 의료시스템 때문에 제때 바꾸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의료공급과 이용 측면에서 문제가 누적돼 더 이상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며 "더욱이 고령화 상황에서 시스템을 정비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와 의료개혁특위는 향후 10년을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위기,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25년 입학한 의대생이 의사가 되는 2035년이 골든타임으로 보고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를 만들어서 의사들이 근무할 때 중증의료에 자긍심을 갖고 헌신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수련받는 전공의가 보다 나은 환경에서 수련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