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우리나라의 공공병원 전문의 수는 병원당 85명으로 민간의료기관 137명에 비해 52명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허가병상 수도 637개인 민간의료기관에 비해 공공병원은 552개에 그쳤다.
이에 향후 한국의 의료체계 개편을 위해 공공병원의 양적·질적 확대와 함께 안정적인 의사인력 확보를 위해 국립중앙의과대학원을 설립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양대 의과대학 신영전 예방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용역으로 '한국 공공의료의 역사적 기원과 변화에 관한 연구'를 공개했다.
의료서비스 제공량, 공공 점유율 11% VS 민간 점유율 89%
우선 연구팀은 국내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을 비교했을 때 공공병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2018년 12월 말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요양기관 현황 자료와 건보공단 의료이용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비교를 실시했을 때, 허가병상 수 평균은 공공병원이 552개, 민간병원이 637개로 85개의 차이를 보였다.
전문의 수 평균은 공공병원이 85명, 민간병원이 137명으로 민간병원이 52명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고 간호사 수도 공공병원이 359명, 민간병원이 555명으로 차이를 보였다.
평균 재원일수(정신과 제외)는 공공병원이 9.37일로 6.68일인 민간병원 보다 길었고 수술비율 평균은 공공이 0.24%, 민간이 0.28%로 민간의료기관이 공공의료기관에 비해 수술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서비스 제공량을 비교해 봤을 때도 공공의료기관 전국 평균 점유율은 11.0%, 민간의료기관 점유율은 89.0%인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의료기관의 점유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제주도로 공공이 44.4%, 민간이 55.6%였고 그뒤로 강원도(22.6%), 충청남도(21.5%) 순이었다. 반면 민간의료기관 점유율이 높은 지역은 세종시로 민간 점유율이 100%를 기록했고 울산이 99.8%, 인천이 97.1%로 그 뒤를 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과 공공의료기관 수를 비교해 보면, 전체 의료기관 수는 한국이 3924개로 1253개인 OECD 평균을 웃돌지만 전체 51.79%(461개)의 의료기관이 공공인 OECD 평균에 비해 한국은 5.71%(224개)만이 공공의료기관이다.
한국의 민간의료기관 비중은 94.29%인 반면 OECD 평균은 44.48%로 구체적으로 보면 비영리 의료기관이 16.38%, 영리 의료기관이 28.10%였다.
6조8672억원 재원 투입해 공공병원 신축하거나 증축해야
이에 연구팀은 공공병원의 양적·질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들은 우선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해 공공병원을 확충해 공공보건의료 책임성을 강화하고, 의료이용의 수도권 집중 완화 등을 위해 필수의료 서비스의 지역 균형 발전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공공병원의 신축 또는 증축에 필요한 예산 추계비용은 총 6조8672억 원이다.
연구팀은 "대진료권과 중진료권을 구분하고 권역책임의료기관 및 지역책임의료기관을 지정,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선 권역 및 중진료권 단위 책임의료기관 중심 필수의료 제공 인프라 및 연계체계 등 지역의료체계 구축, 공공·민간 보건의료기관 간 연계·협력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진료권별 지역의 규모와 의료 공급 특성을 반영해 총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급성기 입원 자체충족률이나 치료가능 사망률이 열악한 진료권에 대해 공공병원을 증축하거나 신축할 수 있도록 인프라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구체적으로 거점공공병원이 없는 30개 중진료권에 공공병원을 우선 신축해야 한다. 역량 있는 민간병원 및 공공병원이 없어 양질의 필수보건의료서비스의 제공이 불가능한 중진료권부터 신축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제안된 신축 예정지는 부산동부, 대구동북, 인천서북 또는 인천동북, 광주광서, 울산동북 등 5개 진료권과 대전동부, 부산서부, 제천권, 익산시, 정읍권, 영광권, 경주권, 진주권, 김해권 등 9개 진료권 등 총 14개 진료권이다.
연구팀은 "지역거점공공병원이 있는 40개 진료권 중에서 취약한 역량을 갖고 있는 공공병원을 300~500병상 이상으로 증축 또는 이전 신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팀은 “책임의료기관으로서 역할 수행이 가능한 공공병원은 있으나 양질의 필수보건의료서비스의 제공이 불가능한 27개 중진료권의 지역거점공공병원 중 6개 진료권에 있는 공공병원을 이전 신축해야 한다. 해당하는 진료권은 의정부권, 영월권, 동해권, 상주권, 통영권, 거창권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소개한 시설, 인력 등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대대적인 증축과 인력 확충이 필요한 진료권은 대구서남, 인천남부, 파주시, 수원권, 포천시, 원주권, 강릉권, 속초권, 충주권, 서산권, 홍성권, 남원권, 순천권, 해남권, 포항권, 영주권, 창원권, 서귀포시, 공주권, 목포권, 안동권 등이다.
국립중앙의과대학원 설립하고 공공보건의료기금으로 재원 확보
공공병원의 질적 확대를 위해선 안정적인 의사와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구체적으로 국립중앙의과대학원을 설립해 안정적인 의사인력을 확보하자는 게 이들 주장의 골자다.
연구팀은 "공공보건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사 비율은 전체 의사 수의 약 11%에 불과하다"며 "필수보건의료 담당 전문의인력의 지역 간 격차가 커, 지역 필수보건의료를 담당하면서 지역보건의료사업을 선도하고 공공보건의료의 역량을 제고할 의료 인력의 양성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연구팀은 "2018년 공공의전원 설립을 추진했으나 현재까지 전혀 진행된 사항이 없다"며 "국립중앙의과대학원을 설립해 국내 의대 인적 및 물적 교류의 토대를 마련하고 교육과 연구 협력체계와 생활방역 체계 완성을 위한 역학조사관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적 재원 확보를 위해서도 연구팀은 "국민의 균등한 의료접근성 보장을 위해 필수보건의료 수행 인력·시설·장비 등 인프라 구축 및 지원, 사업의 재정적 지원을 위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공공보건의료기금을 조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공공보건의료의 정의 및 범위를 확정하고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 또한 보건의료세를 신설하고 주류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해 해당 재원을 공공보건의료기금의 세입원으로 설정하고 담배관련 제세공과금의 일부를 공공보건의료 기금의 세입으로 활용 등 세입기반 방안이 필요하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