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보건복지부가 의대정원 증원 문제로 의료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현 시점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의료계와 사전 협의조차 없이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총선선거용 정책으로 급조된 것으로, 의대증원 정책을 반대하는 의사들에 대한 압박카드로 활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복지부는 오는 15일부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응급의료취약지와 휴일·야간 등의 예외적 허용도 확대하기로 했다.
복지부 발표안에는 비대면 진료 허용 대상을 ▲질환에 관계없이 6개월 이내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환자 ▲섬·벽지, 응급의료 취약지(98개 시군구) 거주 환자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휴일(토요일 오후 1시 이후) 및 야간(평일 오후 6시 이후)에는 '기존 18세 미만 소아나 대면진료 경험 환자' 제한을 풀어 누구나 진료 이력과 상관없이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의대정원 증원 반대 압박카드?
이번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확대는 의료계 파업을 대비하는 방법인 동시에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의대 증원 반대 투쟁 전선과 새로운 비대면진료 확대 두가지 이슈를 놓고 분산정책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복지부는 파업기간에도 비대면진료를 전면 확대하도록 열어두고 병원급 외래기능을 대체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는 의대증원 반대 전선에서 병원과 의원간 분열을 꾀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어서다.
연휴 기간, 공휴일, 야간에는 의원급 의료기관 대부분이 문을 닫기 때문에 진료를 받기가 어렵다. 심지어 의원급은 당직을 서지도 못하는 구조다. 비대면진료는 의료기관에 소속된 의사가 해당 의료기관 내에서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의원급 의료기관에는 더욱 불리하다.
의원급 의료기관 현실적 운영 어려워
비대면진료 확대안에도 실제로 의원급 의료기관은 운영하기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어려워 비대면진료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의료기관을 1차적으로 선택하지만,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 향후 대면진료로 연계할 수 있도록 거주지 주변의 가까운 의료기관 선택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의 병원급 의료기관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비대면진료가 확대 시행된다면 대학병원에서 콜센터를 만들어 저렴한 임금으로 의사들을 고용해 비대면진료를 강요할 수 있다. 전국 각지에 당직근무를 통해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분원을 내고 동네 의원들을 '대형마트 앞의 동네 슈퍼마켓'처럼 죄다 말살시킬 것이다.
비대면진료 앱 이용 안착 의도도 다분
정부는 비대면 진료 영역을 플랫폼을 통해 국내 의료시스템에 비대면진료를 안착시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9월 1일부터 시행중이던 시범사업에서는 비대면진료 시 화상통신·전화 등을 활용하도록 했다. 단순 문자메시지나 메신저만 이용한 비대면진료는 불가능하고, 화상진료를 원칙으로 하면서 스마트폰이 없는 등의 이유로 화상진료가 불가능한 경우 등은 예외적으로 음성전화를 통한 진료를 허용했다.
하지만 이번 12월 1일 정부 발표안에는 이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처방전 위·변조 방지 목적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되면 진료 후 처방전을 팩스, 이메일 등으로 약국으로 전송하는 것이 금지되고 반드시 비대면진료 앱을 이용해야 한다.
처방에 따른 책임소재도 여전히 문제다. 복지부가 탈모, 여드름, 다이어트 의약품 관리에 대해서 검토하겠다고만 밝혔을 뿐 약품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제한을 두지 않았다. 불법 비대면 진료 신고센터를 운영한다고 해도 지침 준수 여부를 잘 모르는 환자나 지침을 어긴 당사자들은 신고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확대를 돌연 발표한 데 대한 의도가 의아할 뿐이다. 이는 총선공략용으로 급조된 것으로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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