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오는 15일부터 추진 6개월만에 전면 확대될 예정인 가운데 의료계에 이어 환자단체도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그간 비대면진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표하던 환자단체도 의료법 개정은 물론 안전장치조차 없이 비대면진료가 확대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환자단체연합회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의 시범사업 확대 보완방안 발표에 우려를 표명하며, 비대면진료 재진 원칙과 초진 예외적 허용 원칙을 계속 유지할 것과 오·남용 우려가 큰 의약품에 대한 비대면진료 처방 제한을 더욱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12월 1일 정부가 발표한 비대면진료 확대 보완방안에 따르면, 오는 15일부터 기존에 '섬·벽지' 등 의료취약지역에서만 가능했던 비대면진료 초진이 '전국 98개 시군구 응급의료 취약지'로 확대된다.
그간 휴일·야간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초진의 연령대도 '18세 미만 소아'에서 '모든 국민'으로 확대되며, 대면진료 유효기간도 '만성질환 1년 이내, 그 외 질환 30일 이내'에서 '모든 질환 6개월 이내'로 통일했다.
다만, 마약류 및 오·남용 우려 '처방금지의약품'에 '사후피임약'을 추가하고 의사의 대면진료 요구권 지침 명확화하는 등 기존의 우려를 보완하는 내용도 일부 포함됐다.
해당 발표 이후 일찍이 비대면진료에 반대해 온 의료계가 제일 먼저 반대 목소리를 냈으나 뒤이어 환자단체와 보건의료노조들도 정부를 향해 비판을 가하고 있다.
환연은 이번 발표에 대해 "대면진료 유효기간이 1년 이내로 너무 길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성질환의 경우 6개월로 단축된 것은 적절한 조치이지만 만성질환 이외 질환의 대면진료 유효기간을 30일 이내에서 6개월 이내로 크게 확대한 것은 대면진료 원칙을 후퇴시킬 수 있어서 우려스럽다"며 "비대면 초진을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섬·벽지의 범위에 대해서는 시범사업 기간 동안 지역적 형평성 논란이 있어서 확대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전국 98개 시군구 응급의료 취약지로 크게 확대하는 것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그동안 안전성 문제가 계속 제기되었던 사후피임약을 마약류 및 오·남용 우려 처방금지의약품에 추가한 것은 적절한 조치이지만 오·남용이 우려되는 '탈모, 여드름, 다이어트 의약품'의 처방을 여전히 허용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특히 비대면진료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계속해서 추진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을 제기했다.
환연은 "의료인과 의료인 간 비대면진료는 의료법 제34조에서 '원격의료'라는 용어로 허용하는 법적 근거가 있지만, 환자와 의사 간 비대면진료는 감염병예방법 제49조의3에서 감염병 위기 단계가 '심각' 단계 이상일 때 한시적으로 허용되는 법적 근거를 제외하면 의료법 등 그 어떤 법률에서도 허용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보건의료기본법 제44조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새로운 보건의료제도를 시행하기 위하여 필요하면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지만 본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한시적, 시험적, 보완적 역할이라는 넘어서는 안되는 한계가 있다. 이번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이 의료법 개정 없이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한 시범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는 내용인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에 있어서 여러 쟁점에 대해 의견을 청취하고 시범사업에 반영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의료계·약사계·산업계·소비자단체·환자단체·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문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발표는 의학계는 물론 환자단체와 소비자단체의 의견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환연은 "정부가 자문단에서 나온 의견들을 청취만 하지 말고 시범사업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자문단 내에서의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한 정부는 국회에서 현재 표류 중인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의 신속한 통과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공공운수노조의료연대본부,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등이 참여하는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도 5일 "원격의료 플랫폼 업체 돈벌이 위해 초진 대폭 허용하는 비대면진료는 환자 의료비와 건강보험 지출만 증가시킬 것"이라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확대를 중단하라고 성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