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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희 의원 "정부 지원 신약 기술수출 방지" 주장에 제약업계 "시대역행적 주장" 거센 비판

조명희 의원 "리펀드 강화, 쪼개기 지원 철퇴 의도"...제약업계 "기술수출도 신약개발의 한 방법, R&D 재투자 가능"

기사입력시간 21-08-23 15:20
최종업데이트 21-08-2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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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최근 국회에서 신약기술의 해외 이전을 방지하는 임상 단계별 허가·승인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자, 제약업계가 오픈이노베이션, 기술수출이라는 신약개발과정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주장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조명희 의원실(국민의힘)은 보도자료를 통해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혈세를 투입해 국내에서 연구개발한 첨단 신약기술 대부분이 미국·중국·일본 등 해외로 넘어간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는 "신약개발과 임상시험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보도자료에 불과하다"라며 "해외 기술수출은 신약개발 방법 중 한가지일 뿐이며, 기술수출에 따른 R&D 재투자로 제약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신약개발 과정 충분히 이해...선순환 시스템 논의하기 위한 것"

조명희 의원실 측은 제약업계 비판에 대해 "신약 연구개발에 대한 몰이해가 아닌, 제대로 된 신약개발 투자와 이익 재분배를 논의하기 위해 작성한 보도자료"라고 설명했다.

조명희 의원실 관계자는 23일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국민들의 혈세를 보다 필요한 곳에 더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제안한 것이다. 쪼개기 지원을 지양하고 더 가능성 있는 곳에 집중 투자해 국가 제약산업을 강화하고, 국가 지원에 대한 이득 발생시 '리펀드'제도를 확대하자는 의미"라고 밝혔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는 국가의 세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고 있는지 확인하고, 더 올바르고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주요산업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제약산업은 큰 줄기에서 보면 국가의 지원이 필요한 산업 중 한 분야다. 동시에 감시와 관리가 필요한 분야기 때문에 덮어놓고 지원만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표 =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사업단 예산현황(과기부 제공).

조 의원실 관계자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당초 목적은 전주기 신약개발 지원을 통해 국가산업을 발전시키려는 것이었으나, 현재는 국가 자본을 지원받은 후 임상 1상 또는 2상까지만 임상을 하다가 해외기업으로 기술이 넘어가고 궁극적으로 해외기업들이 돈을 버는 게 팩트기 때문에 그 부분을 지적한 것"이라고 밝혔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은 대한민국을 글로벌 신약 국가로 도약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3개부처가 함께 2020년까지 글로벌 신약을 10개 이상 개발할 수 있는 사업 추진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신약개발의 특정단계만 참여해서 그 결과를 다른 외국 제약회사에 파는 기업들을 방지하고 전체 개발단계(전(全)주기)를 통해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겠다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실제 사업 성과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특정단계를 대상으로 연구개발을 실시하고 국내외 관련기업에 기술을 이전했다는 것이다.

조 의원실이 해당 사업의 성과를 살펴본 결과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 1월까지 총 57건의 기술이전을 실시했으며 이중 4건에 대해서는 기업의 보안요청을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해 내용을 파악할 수 없었다.

파악된 기술이전 53건의 기술료 수익은 총 14조 8828억원이었다. 기술이전 세부현황을 살펴보면 53건 중 45.2%인 24건이 특정단계에서 해외로 이전됐으며, 해외이전 기술료는 전체 기술료수익 14조 8828억원의 98.6%인 14조 6707억원에 달했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더욱 문제는 연구개발자가 해외기술 등으로 총 14조 8828억원의 수익이 발생했음에도, 국가가 지급받은 기술료는 총 137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라며 "특히 알테오젠은 항체의약품의 피하투여를 위한 신규의 히알루로니다제(히알루론산을 제거하는 효소) 개발 연구과제를 수행한 후 10대 글로벌 제약사에 총 6조 2667억원에 기술을 이전했으나, 국가가 징수한 기술료는 2억원뿐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비를 투입해 업계 역량을 발전시킨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추후 제약주권 향상에 따른 이익들이 국민에게 온전히 돌아올지도 의문이다. 제약업계 스스로가 R&D에 대한 혈세 지원이 국민에게 궁극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면서 "우선 객관적으로 업계 이익을 재분배하기 위해서는 지원해서 이득을 본 금액에 비례해 국가에 다시 환급할 수 있는 리펀드제도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10억원씩 쪼개서 여러 회사에 지원할 게 아니라, 좀 더 가능성 있는 곳에, 또 국가의 이익으로 다시 환원될 수 있는 곳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면서 "임상 3상까지 이어가는 방향에 대해 국회와 업계가 같이 고민해 나갈 시점"이라고 부연했다.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 신약개발, 기술수출도 한 방법…시대 역행적 발상"

제약업계는 조명희 의원실이 제약업계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발표라며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과 임상시험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보도자료라고 본다. 제약업계가 임상3상과 상용화를 하고 싶어도 이를 모두 총괄할 재정이 없어서 오픈이노베이션을 하는 것"이라며 "업계도 당연히 역량만 있다면 임상 3상까지 개발을 완수해 블록버스터 신약을 보유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즉 후보물질 발굴, 임상 1, 2상 등은 업계의 역량만으로도 가능하나, 아직까지 한국의 제약업계가 천문학적 비용과 다양한 전문인력 등이 필요한 임상 3상까지 이어나갈 기반이 없어 현실적인 선택을 취하는 것이란 의미다.

또한 기술수출이 잘 이뤄져야만 또다른 R&D로의 재투자가 가능해져 제약산업 발전의 선순환도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도 "물론 국가가 연구개발과정에서 일부 자본을 지원했지만 이것만으로 기술수출까지 가능한 R&D비용 전체를 지원할 수 없다. 후보물질 탐구부터 비임상, 임상1, 2상 등의 과정에서 자체적인 자본과 민간의 투자, 전문인력 확보 등을 통해 가능하다"라며 "노하우와 기술력, 역량 등 무형의 이익들과 역량 축적 등을 배제한 근시안적 지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주기를 모두 소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실적 한계와 자본 부족의 문제로 차선책을 택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기술들이 다른 나라로 가지 않고, 국내 상용화까지 가려면 정부와 산업계의 협력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단계별 허가·승인 기준 마련 등 관리감독 강화 주장에 대해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다. 다양한 형태의 연구개발이 이어져야만 제약산업도 성장할 수 있다"면서 "오히려 규제를 더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묵현상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은 "R&D를 하고 난 후 사업화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자체적으로 가는 것도 좋고, 여건이 되지 않으면 공동개발이나 특허 판매, 기술실시권 이전과 같은 방법도 있다"면서 "회사가 처한 상황에서 가장 알맞은 것을 택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묵 단장은 "현재 우리나라 제약산업계는 임상 2, 3상 경험이 부족하고 재무적인 부분에서도 한계가 있어서 공동개발, 기술 실시권 이전(라이센스아웃) 등의 형태의 계약이 많이 이뤄지는 편"이라며 "특히 자금과 노하우, 인력 부족으로 2018년 전까지는 자체 신약개발이 어려웠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지원 사업들 대부분이 해외 기술수출로 가는 것에 대해 지적했는데, 해외 기술수출은 신약개발 방법 중 한가지로 봐줬으면 한다. 최근 많은 글로벌 제약사들도 공동 개발을 통해서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들고 이익분배를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화이자가 바이오엔텍의 기술수출을 통해 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가가 예산을 지원하고 그로 인해 기술 수출에 따른 마일스톤 수령 등의 제약사 이득이 발생하는 만큼, 리펀드 금액을 늘리는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묵 단장은 "현재 리펀드 비율을 늘리는 것 뿐 아니라 정부가 투자한 것에 대한 지분을 갖는 것도 국익 환수 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리펀드 확대든, 지분 확보든 법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도 있다"며 "미국, 영국 등도 정부가 투자하고 지분을 받고 있는데, 이 경우 국익 환수는 가능하나 기피 현상이라는 부작용으로 정책목표 달성이 어려워진다는 단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