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희귀 간 질환 환자와 가족들이 조기 진단과 치료 접근성 개선, 전문 진료체계 구축과 경제적·심리적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특히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인 희귀질환 특성상 혁신 치료제에 보다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단법인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희귀 간 질환 분야 의료진, 환우회는 4일 서울에서 ‘희귀 간 질환 북토크’를 열고 희귀 간 질환 환자들이 겪는 현실과 개선 과제를 공유했다.
이번 행사에는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증(PFIC)을 비롯해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 알라질증후군, 담도폐쇄증 환자와 가족, 의료진, 환자단체가 참여했다. 국내 최초 PFIC 환자·가족 대상 대중서 출간을 계기로 마련된 자리다.
행사에서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방현진 사무국장은 ‘희귀 간 질환 환자와 가족들이 가야 할 길’을 주제로 최근 실시한 희귀 간 질환 환자·가족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방 사무국장은 희귀 간 질환의 영향이 환자 개인에게 그치지 않고 가족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 사회활동 전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환자와 가족들이 원하는 변화로 ▲조기 진단 강화 ▲치료 접근성 개선 ▲전문 진료체계 구축 ▲경제적·심리적 지원 확대 등을 제시했다.
특히 환자들이 단순히 질환을 관리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정진향 사무총장도 환자와 가족이 감당하는 질환 부담과 환자단체 간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사무총장은 “희귀 간 질환은 환자 수는 적지만 환자와 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결코 작지 않다”며 “이번 행사가 환자와 가족, 의료진, 환자단체가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이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을 수 있다”며 지속적인 연대와 교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치료 접근성에 대한 환자들의 요구도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PFIC의 새로운 치료 옵션인 ‘빌베이’가 지난해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으면서 치료 접근성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여전히 충분한 치료 선택지가 없는 환자들이 존재하는 만큼 조기 진단과 함께 혁신 치료제에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PBC 환자들의 경우 가려움과 피로, 수면장애 등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증상들이 충분히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공유됐다. 이에 환자의 미충족 수요를 해소할 수 있는 신약의 신속등재 필요성도 논의됐다.
의료진 역시 희귀 간 질환 환자의 진단과 치료 환경 개선 필요성에 뜻을 같이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소아소화기영양학과 고홍 교수와 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허문행 교수는 전문가 토크에서 희귀 간 질환 환자들이 겪는 진단 지연과 낮은 질환 인지도, 소아에서 성인으로 이어지는 전환기 관리 문제 등을 짚었다.
PFIC 대중서를 집필한 고홍 교수는 “최근 희귀 간 질환 분야에서도 진단과 치료 환경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며 “더 빠른 진단과 치료 접근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변화가 PFIC뿐 아니라 PBC를 비롯한 다양한 희귀 간 질환 환자들에게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질환별 환우회 간 연대 필요성도 강조됐다. PFIC와 PBC, 알라질증후군, 담도폐쇄증 등 질환은 서로 다르지만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이 경험하는 어려움에는 공통점이 많은 만큼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 연결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질환은 희귀하지만, 희망은 희귀하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를 공유하며 희귀 간 질환 환자가 더 나은 진단과 치료 환경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환자·가족·의료진·환자단체 간 연대를 이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