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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의 원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칼럼] 차라리 창원경상대병원·김기배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소화불량증연구회

    기사입력시간 2021-09-07 16:12
    최종업데이트 2021-09-07 17:49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릴레이 칼럼 

    메디게이트뉴스는 반복적인 소화기 증상을 나타내지만 객관적 검사에는 이상이 없는 '기능성 위장관 질환'에 대해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전문가들의 '릴레이 칼럼 및 희귀질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기능성소화불량증, 과민성장증후군, 기능성변비, 위식도역류질환과 같은 기능성 위장관 질환은 흔히 발생하지만 잘 낫지 않아 환자들의 삶의 질을 매우 나쁘게 만듭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다양한 기능성 위장관 질환에 대해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질환 정보 및 최신 연구내용을 다룰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①환자도 의사도 답답하고 괴로운 병, 기능성 위장관 질환
    ②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식이·생활습관 조언
    ③이해가 필요한 위식도역류질환의 유지요법
    ④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의 원

    [메디게이트뉴스] 코로나19로 힘든 날들을 보내는 요즘에 많이 접하는 위장관 증상중의 하나는 "소화가 안돼요"이다. 환자의 표현의 매우 여러가지이지만 의학적 용어로 '소화불량(dyspepsia)'으로 정의하게 된다. 소화불량증상은 외래에서 많은 빈도를 차지하는 증상이지만, 증상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원인질환의 감별도 필요하다. 본 글에서는 많은 환자들이 호소하는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정의와 병인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뚜렷한 인과관계를 가지는 기질적 질환이 없으면서, 만성적이고 반복적인 위장관 증상(상복부 통증, 상복부 팽만감, 조기 만복감, 식후 포만감, 오심, 구토, 트림 등)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증상에 따라 식후 불쾌감증후군(postprandial distress syndrome, PDS), 상복부 통증증후군(epigastric pain syndrome, EPS)의 두 가지 아형으로 나눌수 있으며, 어느 한쪽 아형으로 분류될 수 없는 중복군도 있다.

    Rome criteria는 소화기 기능성 질환의 정의 및 분류를 위해 전문가들이 모여 합의를 한 내용이다. 2016년에 발표한 Rome IV에서 제시하는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아래와 같은 4가지 증상 중 1가지 이상이 진단 6개월 이전부터 있었으며, 최근 3개월 이내 에도 증상이 지속될 때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해당하는 4가지 증상은 불쾌한 식후 포만감(bothersome postprandial fullness, 위 내에 음식이 계속 남아있는 것 같은 불편한 증상), 불쾌한 조기 만복감(bothersome early satiation, 식사를 시작하자 곧 배가 부르고 더 이상 식사를 할 수 없는 느낌), 불쾌한 상복부 통증(bothersome epigastric pain), 불쾌한 상복부 속쓰림(bothersome epigastric burning)이다. 식후 불편 증후군은 식후 팽만감과 조기 포만감 중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이 1주일에 최소 3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이며, 마찬가지로 진단 전 6개월 동안 최소 3개월 이상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내시경적 이상 소견이나 구조적 이상이 없을 때로 정의한다. 상복부 통증 증후군은 1주일에 1일 이상 상복부 통증, 상복부 작열감 중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이며, 이러한 증상을 일으킬 만한 기질적인 질환이 없으면서 진단 전 6개월 동안 최소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이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유병률은 전 세계적으로 10% 정도로 보고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유병률은 4.9% 정도이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병태생리는 여러 기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위저부의 순응도 감소, 위배출능의 저하, 위의 내장 과민성, 위산 분비 장애, 유전적 · 환경적 요인, 정신사회적 요인, 생활 습관 그리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감염 등이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병태생리 각각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그림).
     
    그림: 기능성 소화불량증 병태생리 Koduru 등. Clin Gastroenterol Hepatol 2018.

    첫 번째는 식사 후 위 적응 장애 (dysaccommodation)이다. 식사를 하면 위 기저부는 이완되면서 음식물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된다. 그러나 위 기저부가 충분히 이완되지 못하면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는 조기 포만감이 나타날 수 있다. 음식물 섭취 후에 위 기저부가 적절히 이완되지 못하는 것을 위 적응 장애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지연된 위배출 (delayed gastric emptying)이다.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위내에서 연동운동을 통해 십이지장으로 음식물을 배출 하게 된다. 이 위배출 기능에 장애가 발생해 적절한 시간내에 음식물을 배출시키지 못하면 식후 포만감이나 더부룩함, 심할 때는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내장 과민성(visceral hypersensitivity)이다. 이것은  장관 내의 여러 가지 자극에 대해 위나 십이지장이 정상보다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자극의 원인으로는 위산이나 위 또는 십이지장이 팽창하는 것 등이 있는데, 이에 대해 과도하게 반응하면정상적인 포만감이 아닌 불편한  소화불량 증상으로 느낄 수 있다. 

    네 번째는 헬리코박터감염이다. 일부 환자들은 헬리코박터 제균 요법 후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있어서 최근에는 헬리코박터감염이 소화불량증의 하나의 원인으로 여겨진다 소화불량증 환자에서 헬리코박터 검사 및 제균 치료에 대해 최근 발표된 여러 진료지침들은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에서 헬리코박터 검사를 하고, 헬리코박터가 발견되는 경우 제균 치료를 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렇지만 모든 환자들이 제균 요법 후 소화불량 증상이 호전되는 것은 아니며, 증상 발생의 원인을 헬리코박터 감염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외래에서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에게 이런 설명이 어려운 점은 이 기전들이 모든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과, 각각의 기전이 단독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위배출의 지연이다. 위배출이 늦어지면 당연히 더부룩함이 느껴질 것 같은데 실제 연구를 해보면 증상과의 관련성은 높지 않았다.  즉 위 배출능이 저하돼있다고 해서 반드시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어서 이 둘 사이에 밀접한 상관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  또 내장과민성이 모든 소화불량증 환자에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환자에게 소화불량의 증상이 나타나는 기전을 설명할 때는 환자의 증상에 맞춰 이해하기 쉬운 내용을 골라 설명하는게 효과적이다.

    위에 언급한 기전외에도 최근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원인으로 새로 제시되고 있는 것들은 십이지장의 가벼운 염증(low-grade inflammation), 점막 투과성(mucosal permeability)의 증가, 음식물 항원(food antigens) 등이 있다.  즉 전통적으로는 기능성 소화불량증이 기질적인 원인은 없이 위장관 운동이상이나 감각이상을 발생한다고 여겨졌다면 최근에 와서는 조금 더 미시적인 측면에서 감염이나 스트레스, 위 산 노출, 흡연, 음식물 알러지에 의해서 십이지장 점막에 염증이 생기고 점막 투과성이 증가돼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기능성 질환과 미세 기질적 질환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진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복잡한 소화불량증의 증상 발생 기전을 의사가 잘 알아야 하고 또 환자에게 설명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전형적 증상과 함께 위암, 위궤양 등 기질적 질환의 동반 여부를 확인 한 뒤 진단한다. 여러 권고안에서 위험 징후가 있는 경우(삼킴곤란, 지속적 구토, 비정상적 체중감소, 출혈 징후 및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최근 진통소염제 또는 항혈전제를 복용한 경우) 기질적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 검사를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 소화불량증상이 단기간에 발생한 경우라면, 위식도역류질환, 소화성 궤양, 췌담도 질환, 소화기계 암과 같은 기질적인 질환을 생각하고, 경고 증상 여부에 따라 혈액 검사, 위내시경, 복부 초음파 또는 복부 CT와 같은 검사를 통해 기질적인 질환을 배제해야 한다. 이렇게 기질적 원인이 배제된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치명적인 질환은 아니지만 환자들은 여전히 증상을 느끼면서 답답해 하기 때문에 삶의 질이 매우 나빠지는 어려운 질환이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으로 진단이 되면, 적절한 환자 교육을 실시하고, 환자를 안심시켜 주며 식이 요법과 약물 요법을 병행할 수 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시경이나 혈액검사에도 이상이 없는데 증상이 왜 일어나는지를 잘 설명해서 환자가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 잘 낫지 않는 증상에서 오는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치료를 잘 따라오게 만드는 요인이다 .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기전을 잘 알아야 하는 또다른 이유는 여러 병태생리중에서  환자의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주된 기전에 따라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증상 개선에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기존의 약물 치료에 더해 비약물적 치료의 중요성 또한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생활습관의 개선 및 식이요법은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증상 호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증상이 심하고, 약물 치료에 반응이 없는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에서 정신 치료가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라는 질환에 대한 자세한 안내와 교육을 통해 환자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낸다면 적절한 치료 및 장기적인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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