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최근 들어 의료계의 가장 핫한 이슈는 누가 뭐래도 의대증원이다. 처음에는 350명에서 500명으로 언급되던 증원 인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인상적인 숫자' 언급 이후 뻥튀기 돼 1000명에서 3000명까지 언급되고 있다.
윤 정부와 의사협회가 적정 의대 정원을 논하는 사이에 가장 애매한 위치에 놓인 것은 아무래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아직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 측은 1000명 이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의사협회 측은 350명을 언급했다. 2020년 당시 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했던 10년간 400명 증원이다. 2020년 파업 당시 투쟁 상대였던 의사협회 측에 가까운 규모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금와서 윤정부 측처럼 1000명 이상을 주장하는 것도 곤란하다.
그래서 야당 측이 주장하는 것이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 없이는 의대증원을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월18일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심지어 공공의대법은 2020년 논란이 됐던 법안과 토씨하나 다르지 않았다. 여당과 의료계의 힘다툼 가운데 야당도 나름대로 급박한 상황에 놓인 상태였다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 중 공공의대는 공정성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법안이다. 그래서인지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하는 의료제도는 지역의사제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지역의사제는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지역의사선발전형으로 입학한 의대생에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대신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간 지방 의료취약지 등 특정 지역이나 특정 기관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할 것을 명시했다.
의료계는 지역의사제가 실효성이 떨어질 뿐더러 직업 선택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기에 위헌이라고 반대해왔다. 이에 김원이 위원은 '지역의사제'에서 위헌 소지가 없다고 반발했고, 입법조사처는 지역의사제에 위헌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한 의료지에 따르면 지난 22일에도 입법조사처는 '군법무관 의무복무 제도의 헌법재판소 합헌결정'을 참고할때 지역의사제 제정안 10년 의무복무 조항 자체가 위헌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입법조사처가 지역의사제에 위헌성이 없다고 주장한 근거 판례는 2가지였다. '공중보건의의 장기간 병역기간에 대한 판결'과 '군법무관 임용에서 직업선택 자유 침해여부 대한 판결'이다. 두 판례에서 재판부는 장기간의 복무기간은 위헌이 아니라는 점, 별도의 방식으로 변호사 자격을 획득한 이에게 의무복무를 부여한 것은 합헌이라는 점을 명시했다.
하지만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필자가 입법조사처가 제시한 두 판례를 직접 찾아보니 지역의사제에서 위헌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가 확인한 판례는 ‘군법무관 임용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단서 조항이 군법무관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례(헌법재판소 2007. 5. 31. 선고 2006헌마767)였다.
판사, 검사, 변호사가 되는 방법은 현재로는 로스쿨 진학 후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는 길 뿐이다. 로스쿨이 도입되기 전에는 사법시험을 통해 법조인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2005년까지 유지되었던 군법무관 임용시험이 그것이다.
군법무관 임용시험은 부족한 장기군복무관을 임용시키기 위한 제도였다. 이 시험을 통해 변호사가 된 사람은, 10년간의 장기복무를 의무적으로 수행해야했다. 그리고 위의 판례는 사법시험이 아닌 '군법무관 임용시험'을 통해 변호사가 된 군법무관도 장기복무를 하지 않아도 되는지를 확인하는 소송이었다.
해당 판례에서 재판부는 사법시험이 아닌 '군법무관 임용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된 군법무관에게 10년의 의무복무를 강제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판시 사항은 두가지였다. 관련 법률(군법무관 임용 등에 관한 법률)이 군법무관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그리고 '평등권'을 침해하는지였다. 그리고 재판부는 해당 법률이 군법무관의 두가지 권리를 모두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원이 의원과 입법조사처는 군법무관 임용시험 제도와 지역의사제가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두 제도는 같지 않다. 차이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 둘 중 후자, '평등권'에 있다.
10년간 의무복무를 해야하는 장기군법무관은 사법시험이 아닌 '군법무관 임용시험'을 통해 변호사 자격을 획득했다. 다른 시험을 치르고 변호사가 됐기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변호사와 복무기간이 다른 것이 '평등'한 것이다.
반면 의사면허증을 획득하는 방법은 어느 의사도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의 모든 의사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주관하는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해야만 의사면허를 획득한다. 헝가리 등 외국의대 졸업생도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해야만 한국의 의사면허증을 획득하게 된다.
그런데 지역의사제를 위해서 의사면허시험을 별도로 만들 계획은 없지 않나. 결국 지역의사제를 통해 의사가 된 의사도 동등하게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해서 의사가 된다. 다른 의사들과 의무복무기간이 달라지는 것이 '평등권의 침해'에 해당하게 된다는 뜻이다.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나 지역거주 주민들이 도시 거주민보다 더 우수한 의료환경을 제공받지 못하는 것은 전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동일하며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오히려 도농간 의료격차가 적은 편이다.
물론 지역민을 위한 의료를 발전시키려 노력하는 것이 나쁜 행동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나라만의 문제인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에 따른 주장으로 보인다. 그러한 정치적 의도에 의해 잘못된 법안의 입법으로 이뤄진다면 작은 문제로 볼 수 없다.
그리고 지역의사제는 위헌요소가 다분하다. 입법조사처가 위헌성이 없다며 근거로 들었던 두 판례 중 군법무관 판례를 확인해도 위헌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지역의사제로 면허증을 얻은 의사에게 의무복무를 하는 것은 평등권의 침해로 위헌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위헌 여부가 확인되기 까지는 의대 재학 기간인 최소 6년이 소요된다. 지역의사제가 지역 의료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착각한 상태로 6년 이상의 긴 세월을 허송세월하게 될 것이란 의미다.
지역의사제가 통과돼 의대증원 인원을 줄일 수 있다면 오히려 의사에게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의료계 전문가인 의사로서 추구해야할 방향은 국민의 건강과 보건의료체제의 적절한 개선이다. 위헌성이 다분한 지역의사제를 입법시키면 국민 보건이 개선될거라는 희망만 가진채 6년이 의미없이 흘러갈 것이다. 일종의 희망고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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