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습성 퇴행성 황반변성(AMD) 치료에 적응증 허가를 받지 않은 아바스틴(Avastin, 성분명 베바시주맙)을 처방하는 것에 대해 영국 법원이 제약사 대신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 손을 들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잉글랜드·웨일스 고등법원은 노바티스(Novartis)와 바이엘(Bayer)이 제기한 소송에서 잉글랜드 북부 임상위원회(Clinical Commissioning Group, CCG)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면서, CCG에는 정책의 합법성을 찾도록 하고, 바이엘과 노바티스에는 소송 비용을 지불하도록 했다.
법원 발표에 따르면 현재 습성 퇴행성 황반변성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노바티스의 루센티스(Lucentis, 성분명 라니비주맙)와 바이엘의 아일리아(Eylea, 성분명 애플리버셉트)의 비용은 주사 당 각각 551파운드, 816파운드인데 반해 아바스틴은 28파운드에 불과하다. 이번 판결에 따라 NHS는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노바티스와 바이엘은 영국 북부 12개 CCG가 환자에게 저렴한 아바스틴을 오프라벨로 사용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기 위한 정책을 펼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소송 절차를 시작했다.
로슈(Roche)의 아바스틴은 아일리아·루센티스와 같은 항-VEGF 항체주사지만, 전이성 직결장암, 전이성 유방암, 비소세포폐암, 진행성 신세포암 치료 등 항암제로 승인 받고, 안과적 사용은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
제약사 측은 CCG의 정책에 대해 ▲안과용으로 허가받지 않았기 때문에 아바스틴 공급은 불법이고 ▲이는 유럽연합(EU)의 의약품 지침을 훼손했으며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이 승인한 약을 사용할 환자의 권리를 훼손하고 ▲정책에 수반된 환자 정보 시트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등 네 가지 근거로 반대했다.
그러나 영국 고등법원은 "유럽의약품청(EMA)은 아바스틴이 안과용으로 임상적으로 효과적이고 안전한지 여부를 결정할 독점적인 권한이 없다. NICE와 CCG 또한 해당 분야에서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서 "치료하는 의사는 비용을 근거로 안과용으로 아바스틴을 합법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안과 치료 목적으로 사용했을 때 아바스틴이 안전하지 않다는 청구인들(제약사)의 주장은 이번 문제(challenge)의 맥락에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제기된 것이 아니다. NICE는 아바스틴 사용이 안전하다고 결론내렸고, NICE 가이드라인은 안전성 이슈를 해결해준다"며 "안과용 목적의 아바스틴 사용은 영국 및 다른 지역에서 널리 사용 가능하고 여기에 확립된 시장이 있다"고 봤다.
또한 "영국보건당국(MHRA)의 2011년 지침에 따라 안과적 목적 사용에 대한 아바스틴은 승인되지 않은 의약품이지 승인된 의약품의 오프라벨 사용이 아니다"면서 MHRA에게 지침을 검토하도록 요청하고, NHS 트러스트가 합법적으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주문했다.
잉글랜드 북동부 사우스 타인사이드 CCG를 총괄하는 데이비드 햄블턴(David Hambleton) 박사는 "이제 아바스틴을 습성 퇴행성 황반변성의 대체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소송에 관련된 12개 CCG에서 연간 1350만 파운드 이상을 절감할 수 있고, 전국적으로는 수억 파운드를 절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