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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미래 먹여 살릴 '의사과학자' 양성에 쏠린 관심

    8일 국회 정책세미나서 학계∙산업계 전문가들 열띤 토론...국민의힘 당대표∙원내대표도 참석

    기사입력시간 2021-12-09 07:05
    최종업데이트 2021-12-09 07:05

    포스텍 김무환 총장, KAMC 한희철 이사장,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김법민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코로나19를 계기로 의사과학자 양성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 보다도 커진 가운데 8일 국회에서 관련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국민의힘 김정재·김병욱 의원 주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는 학계, 산업계 인사들이 모여 의사과학자 양성과 관련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바이오헬스·바이오메디칼 분야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데 공감하면서 그간 우리나라는 해당 분야를 이끌어 나갈 의사과학자 양성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다음 세대 먹거리 '헬스케어'...공학기반 의학교육으로 의사과학자 양성해야"

    연구중심 의대설립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포스텍의 김무환 총장은 포스트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은 ‘헬스케어’가 될 것이라며 공학 기반 의학교육을 통한 의사과학자 양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총장은 “초고령화사회 진입에 따라 향후 우라나라 의료비 지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의료비 증가 문제 해결을 위해 공학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적 측면에서도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약 1경3000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다음 세대의 먹거리는 헬스케어”라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이미 수십년 전부터 공학과 의학의 융합교육을 시작하는 등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하버드와 MIT의 경우 1970년부터 의학과 이·공학분야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인 HST(Harvard-MIT Health Sciences and Technology)를 운영 중이며, 일리노이대학은 지난 2015년 세계 최초로 공학 기반 의대를 표방한 칼 일리노이의대(Carle Illinois College of Medicine)를 설립해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이 같은 노력이 부족했단 지적이다. 김 총장은 “의료기술, 서비스는 이미 세계적 수준인 반면 바이오 산업의 국가 경쟁력은 되레 하락하고 있는 추세”라며 “최근엔 나아졌지만 그간 공식적인 의사과학자 교육과정 및 자격이 미비하거나 부재했다”고 꼬집었다.

    "병원 의사들 과다한 진료 업무로 연구할 시간 없어...의학연구 사령탑 부재도 문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한희철 이사장은 의사과학자들이 맘껏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 이사장은 “의료는 의학 즉, 과학에 근거한 진료를 뜻한다”며 “최상의 진료를 위해선 의학 그중에서도 학술의학(Academic Medicine)의 발전이 선행돼야 하고 그 중심에 의사과학자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사과학자가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조성돼 있지 않다는 게 한 이사장의 지적이다. 우선 병원에 있는 의사들의 경우 과다한 진료 업무 탓에 연구에 투자할 시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의학연구를 총괄할 거버넌스가 부재하다는 점 역시 큰 문제로 꼽았다. 한 이사장은 “보건의료 R&D 투자를 하는 부처만 해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등 5~6개에 달한다”며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져 보이는 연구들에 대해선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NIH, 일본은 AMED가 의학연구의 총사령탑 역할을 하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며 “우리나라도 의학연구 사령탑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확실한 미래 탓 임상으로 빠져...병원 내 의사과학자 위상도 낮아"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김법민 교수(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사업단장)는 불확실한 미래가 학생들이 선뜻 의사과학자의 길을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그는 “MD-PhD학위를 획득한 다음이 큰 문제”라며 “학생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임상의사로 활동할 경우 어느정도 생활이 보장되지만 연구자의 길을 가는 것은 국내에선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김 교수는 “학위과정 이후 전문 연구자로 진출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박사가 됐다고 연구를 그냥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포닥 등 연구에 숙련될 수 있도록 트레이닝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과학자는 병원에 수익을 가져다주기 어려워 눈칫밥을 먹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대학 부속병원은 산학협력단과 기술지주회사를 활용해 사업화를 통한 수익창출이 가능하지만 모두 교비회계로 전출돼 병원 연구개발 재투자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학교법인 병원 외에 법인격(특수법인, 재단법인, 사회복지법인, 의료법인)을 가진 병원들의 경우는 체계적으로 법제화된 산학협력단 및 기술지주회사조차 설립돼 있지 않다.

    김 교수는 “의사과학자들은 병원 내 다른 동료들에게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된다”며 “‘나는 열심히 진료해 병원 수익창출에 도움이 되는데 당신은 뭐하냐’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 처하는 데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김하일 교수, 차병원 이일섭 연구부원장, 의협 이정근 상근부회장, 한국화이자제약 강성식 부사장, 웰트 강성지 대표

    "연구 즐기는 사람들 지원해야...과학자 가난하단 건 편견"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김하일 교수는 처우를 개선한다고 해서 연구를 하는 의사과학자들이 대폭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를 즐기는 소수의 사람들이 제대로 연구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주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공부를 진심으로 재밌어하는 사람이 드물듯이 연구하는 과학자가 된다는 것은 그렇게 인기있는 일은 아니다. 결국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게 된다”라며 “그래서 돈으로 해결할 순 없는 문제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을 해 계속 그 길을 갈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과학을 하면 가난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대해서도 '편견'이라며 오히려 의사들이 병원 밖으로 나갈 때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젠가 제 종합소득세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라며 “개원해서 올릴 수 있는 수입정도까진 아니지만 과학을 한다고 해서 절대로 가난하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쪽을 보면 최근에 미국 회사들은 연봉으로 50만달러 정도를 준다고 한다. 카이스트 교수라 그런거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학생들도 스타트업으로 가면 1억5000만원에서 2억가량을 받는다”며 “의사들은 병원 담을 넘어가면 병원에서보다 훨씬 더 많이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형 의사과학자 양성 필요" "의사과학자 의과학자 개념 구분 명확히 해야"

    차병원 이일섭 연구부원장은 MD-PhD라는 학위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실제 산업체에서 필요한 부분을 교육해 산업형 의사과학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원장은 “신약개발 과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병원 의사들의 경우는 제약사, 바이오벤처 등에서 약 개발에 대한 자문을 요청하면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실제로 유럽에서는 임상시험 수가 줄어들자 병원의사들 대상 임상연구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진단하고 2013년부터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의사들이 임상연구와 자문을 제대로 해줄 수 있도록 특화된 교육 및 산업계 인턴십 등으로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의사과학자 양성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의사과학자와 의과학자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초의학발전을 위한 의사중심의 의사과학자와 산업 목적의 이공계 중심 의과학자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의사과학자는 의대를 졸업한 의사면허 소지자로 환자를 진료하거나 해당분야 질병을 연구함과 동시에 관련분야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고 중개연구를 하는 의사”라며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선 현재 의학교육 시스템 내에서 의사면허 소지자를 대상으로 교육, 수련, 진로 등 전주기 지원체계를 강화해 의학과 과학을 접목시키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의사과학자 양성 취지에서 벗어나 일반 이공계 계열을 대상으로 하는 건 공학기반 교육으로 의과학자를 양성하는 것”이라며 “현 의학교육시스템이 아닌 별도 의사양성기관 신설이나 기존 이공계열 중심의 학제로 편입 및 개편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의협은 절대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의대의 벅찬 학부과정과 전공의 과정에서 의사과학자 교육 과정을 추가하는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의사면허 소지자를 입학자격으로 하는 대학원 과정을 통해 의사과학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보단 대학원 과정이 적절" "의사과학자 자질 가진 사람 찾아내는 교육 필요"

    한국화이자제약 강성식 부사장(한국제약의학회 회장) 역시 학부 과정보다는 대학원 과정이 의사과학자 양성에 더 적합하다고 봤다.

    강 회장은 “학부보단 대학원 과정 또는 전문의 과정을 마친후 임상에서 미충족 수요를 파악한 상황에서 더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진정한 의사과학자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R&D 중에서 연구는 이미 한국이 세계적 수준이지만 모자란건 개발 부분이다. 여기에 절실히 필요한 게 의사과학자인데 과연 이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며 처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웰트 강성지 대표는 의사과학자의 자질을 가진 이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강 대표는 “직업이 아니라 학문적 개념으로 의학을 소화하는 게 의사과학자들의 기본 소양이자 자질이라 생각한다”며 “그런 사람들을 키운다기보다는 찾는 게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우 개선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 분야가 전망이 좋다는 이유로 등 떠밀려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의지가 있지만 주변 여건으로 인해 눌려있던 이들을 찾아서 올려주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원래 나도 포항공대 물리학과가 1지망이었지만 연세의대로 진학하게 됐다”며 “의사가 되는 것만 강요받았다면 의사가 됐겠지만 대학에서 연구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들이 주어졌고, 그 덕분에 디지털에 관심을 갖게돼 지금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국민의힘 "의사과학자 양성 정책화 할 것...윤석열 정부서 최우선 추진"

    한편, 이날 국회 토론회에는 이례적으로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 김기현 원내대표까지 직접 참석해 의사과학자 양성과 관련한 정책 추진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과학고 출신의 과학∙공학도였던 이 대표는 “향후 바이오메디컬 영역에서 큰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선 의사과학자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육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학위 과정도 잘 마련해야 한다”며 “정책화를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원내대표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나라가 갖는 위상을 보며 의사과학자 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절감하고 있다”며 “다음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바이오메디컬, 의사과학자 양성 등의 의제를 가장 우선순위에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