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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법원, 의대 단과대 노조 ‘불가’ 판결…아주의대 교수노조 설립 ‘취소’ 위기

    대우학원, 노동청 상대로 아주의대 교수노조 교원노조법 상 자격 미비 소송에 승소...아주의대 교수노조, 법적 대응 및 플랜B 준비

    기사입력시간 2022-11-15 07:29
    최종업데이트 2022-11-15 08:54

    사진=아주대병원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과대학 단위의 노동조합 설립이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국내 최초의 의대교수노조인 아주의대 교수노조의 설립 취소는 물론이고 향후 의대 단위의 교수노조 설립이 원천 차단될 수 있어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15일 메디게이트뉴스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 10일 수원지방법원 제3행정부는 학교법인 대우학원이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노동조합 설립신고필증 교부 무효확인 소송에서 아주의대 교수노조에 대한 노조설립신고필증 교부 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우학원 제기 소송에 법원 학교 측 손 들어줘...노동청 항소 시 노조 지위 '유지'

    대우학원은 지난해 아주의대 교수노조가 교원노조법 상 자격을 갖추지 못한 노조라며 노동청을 상대로 설립신고필증 교부 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교원노조법 제4조 2항은 고등교육법에 따른 교원의 경우 개별학교 단위, 시∙도 단위 또는 전국 단위로 노조를 설립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아주의대 교수노조는 이를 어기고 단과대인 의과대학 단위의 노조를 설립했다는 주장이다. 이 외에도 학교는 조합원 중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해 행동할 우려가 있는 주임교수가 있단 사실을 문제 삼았다.

    법원은 주임교수 문제에 대해선 주임교수도 조합원이 될 수 있다며 학교 측 주장을 기각했다. 하지만 아주의대 교수노조가 단과대 단위 노조라 적법하지 않다는 학교 측의 주장은 받아들였다. ▲아주의대 교수노조가 명칭에 단과대학명인 ‘의과대학’을 기재하고 있다는 점 ▲조합원이 모두 의대 교원이라는 점 ▲조합원 자격을 아주의대 전임교원 및 전임교원으로 임용돼 근무했던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단과대 단위 교수노조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지난해 3월 국내 최초로 출범한 아주의대 교수노조는 설립 1 년 8개월 여만에 존립 위기를 맞았다. 다만 노동청이 항소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최종심 판결 전까지는 노조의 법적 지위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청은 노조설립신고필증 교부라는 행정 처분에 대해 제3자인 사용자(대우학원)가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는 주장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노동청은 현행 노조 설립신고주의는 노조의 자주성∙민주성 확보를 위한 것으로, 노동청이 노조 설립신고를 수리했단 이유만으로 사용자의 법률상 이익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어 사용자가 소송을 걸 권한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 법적 대응 및 플랜 B 준비..."전화위복 계기로 삼을 것"

    설립 취소 위기에 놓인 아주의대 교수노조 역시 보조참가인으로 항소심에 참석해 노조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상급단체 가입 등 플랜B도 준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주의대 교수노조를 단과대 단위의 노조로 판단해 적법하지 않다는 1심 판결이 유지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상급 단위 노조를 새로 설립하거나 상급 단체로 들어가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아주의대 교수노조 노재성 위원장(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우리 노조는 아주대 교수노조로서 조합원 자격을 의대교수로 한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법원이 단과대학 단위로 판단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한 학교 내 복수 교원노조도 허용되는 상황에서 단과대학 단위 노조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판결 자체가 별 실익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청의 항소심에 보조참가인으로 참석해 법적대응을 하는 한편 대법원 판결 확정 전까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플랜 B도 준비해나가겠다”며 “또 한 번의 충격이지만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소송비용 지원 등을 통해 아주의대 교수노조를 도왔던 전국의과대학교수노동조합 역시 이번 판결이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국의대교수노조는 아주의대와 인제의대 교수노조 등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다른 의대들에서도 추가적인 노조 설립 움직임이 나올 것으로 기대해왔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대교수노조 김장한 위원장(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은 “교원노조도 복수노조가 인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설립 취소 판결이 나올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며 “의대교수들은 타과 교수들과 근무 여건이 크게 달라 별도 노조가 필요한데, 단과대 단위 노조는 불가능하다고 법 조문을 좁게 해석한 것은 아쉬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항소가 진행될 예정이라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알 수 없지만 향후 전국의대교수노조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