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독일에는 터미네이터가 자라고 있다. 다섯 살 밖에 안 된 어린아이가 3킬로그램짜리 역기 두 개를 거뜬히 든다. 이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 남달랐다. 갓 태어난 아기의 부드럽고 물렁물렁한 살 대신 울뚝불뚝한 팔과 다리는, 이 소년을 처음 보았던 마커스 쉴케(Markus Schuelke) 박사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처음 두 달은 계속해서 가끔씩 경련을 일으켜 의사는 이 아이가 간질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그 후 쉴케 박사는 우연히 존스 홉킨스 의대 이세진 박사의 논문을 접하게 됐다. 근육생성을 조절하는 마이오스타틴(myostatin)이란 단백질이 결핍된 쥐(knock out mice)를 만들었더니 보통 쥐보다 근육이 2배 이상 많고 몸집이 큰 '마이티 마우스(mighty mouse)'라 불리는 쥐가 됐다는 논문이다.
논문을 읽은 쉴케 박사는 이세진 박사에게 연락해 공동으로 터미네이터 아이의 유전자를 조사해 'Growth muscle hypertrophy in a child associated with a myostatin (GDF-8) mutation'라는 제목의 논문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2004년 실었다. 마이오스타틴(MSTN)은 TGF-베타 그룹(TGF-β family)에 속한 단백질로 근육의 발생과 성장을 억제한다. 이 아이는 인간으로는 처음으로 근육성장을 촉진하는 마이오스타틴 유전자 돌연변이 사례로 보고됐다. 2000년즈음 태어난 이 아기는 지금 청년이 될 나이이기에 어떻게 됐는지 무척 궁금하다. 이 유전자를 타고 난 사람은 스포츠 분야, 특히 보디빌딩이나 파워 리프팅 등 근육으로 승부하는 분야에서 압도적인 강점을 나타낼 수밖에 없기에 더욱 알고 싶다. 독일 대표로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아닌지?
이런 타고날 때부터 터미네이터 같은 아이 발견의 기초는 이세진 박사가 제작한 마이티 마우스 전에 이미 소의 육종에서 시작됐다. 한 눈에 봐도 믿지 않을 만큼 거대한 근육을 자랑하는 소는 '벨지안 블루'(Belgian Blue)라는 이름의 품종이다. 벨지안 블루는 19세기 벨기에 육종업자들이 교배를 통해 우연히 만들어낸 품종이다. 다른 소들과 먹는 양, 운동량이 동일함에도 근육이 유난히 발달했다.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 일반 소보다 근육량이 2배나 많은 슈퍼 근육이 탄생한 것이다. 이 소의 특징은 송아지 낳기가 어려우며 뒷다리에 근육이 과도하게 생기는 이중 근육화(double muscling)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육질이 좋고 단백질이 많아 미식가들의 입맛에 인기가 높다고 한다.
그러나 벨지안 블루는 심장과 뼈, 관절 등 여러 합병증으로 조기 사망하는 일들이 전세계적으로 기록됐다. 놀랄 만큼 기름이 거의 없고 부드러운 육질을 가진 이 소의 유전자를 수년간 연구하며 이에 의문을 느껴 이 소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GDF-8이라는 유전자가 결핍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이것이 바로 마이오스타틴 생성 유전자였다. 이를 계기로 마이오스타틴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이뤄지게 됐다. 이세진 박사팀은 GDF-8가 이중 근육화에 관여한다는 것을 마이티 마우스 제작 실험을 통해 결정적으로 증명했다. 유전자 변형 기법을 통해 근육 돼지를 만들어낸 사례도 있다. 또한 육종의 과정에서 어쩌다가 미오스타틴 결핍증에 걸린 견종을 만들어낸 사례도 있다. 빠르게 움직인다는 뜻의 말에서 붙여진 '휘핏(whip it)'이라고 불리는 개로, 결핍 유전자를 하나(+/-)만 타고나면 굉장히 잘 달리는 개가 되지만 두 개(-/-)를 타고나면 지나친 근육덩어리가 돼 잘 달리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근육량을 늘리려 온종일 운동을 하고 단백질을 섭취하는데 왜 근육량은 무한히 늘어나지 않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우리 몸속 단백질인 마이오스타틴에서 찾을 수 있다. 마이오스타틴(Myostatin)을 다시 해석해 보면 '근육(Myo) + 저해제 (Statin)'라는 합성어다. 바로 근육 생성을 차단하는 신호물질인 마이오스타틴은 근육 세포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근육 세포에 의해 생산되고 방출되는 단백질 인 'myokine'이다. 인간에서는 'MSTN 유전자'에 의해 암호화된다. 마이오스타틴은 인체의 정상 범위 내에서 근육의 발달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어하는 단백질로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양이 각각 다르다. 체내에 마이오스타틴 수치가 정상에 비해 현저히 낮거나 체내에서 아예 생성되지 않는 경우에는 근육 비대증에 걸리게 된다.
2016년 11월 27일 방송된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서는 미오스타틴 관련 근육비대증에 대해 소개했다. 2005년 미국에서 태어난 리움 훅스트라는 '살아있는 터미네이터'로 통한다. 리암은 5개월 때 체조 선수가 하는 아이언 크로스를 했고, 생후 12개월에 계단 오르기를 했다. 생후 24개월 때는 3㎏짜리 아령을 들었다고 한다. 리암의 부모는 의사를 찾아갔고, 미오스타틴 관련 근육비대증 진단을 받는다. 미오스타틴을 갖고 태어나지 않아 TV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엄청난 근육을 갖게 된 것이다.
마이오스타틴은 사람마다 태생적으로 각각 다르게 정해져 있지만, 후천적으로 발현을 감소시키는 방법은 바로 저항운동, 근력 강화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12주간 지속적으로 저항운동을 했을 시, 저항운동을 하지 않은 집단보다 마이오스타틴의 발현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대적으로 무거운 무게로 운동을 진행했을 시 더 많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보디빌더의 마이오스타틴 함량을 분석한 결과, 일반인보다 대체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왜 나이가 들수록 근력 강화 운동이 필요한가? 나이가 들수록 마이오스타틴의 발현도 증가하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근력 강화 운동은 건강을 위해 필수다. 그러므로 나이가 들수록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며 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꾸준한 운동과 식이요법, 충분한 휴식과 숙면을 통해 체내의 마이오스타틴을 자연스럽게 억제하여 몸을 관리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세상에는 이런 지속적인 운동을 통해 근력이 빵빵하고 좋아 보이는 터미네이터만 사는 것이 아니다. 정반대로 환자의 근육세포가 빠르게 줄어들어 18세 정도에는 심근병증이 나타나는 질병이 존재한다. 이 질병이 바로 뒤센근이영양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 DMD)이다. 1968년에 뒤센(G.B.A. Duchenne)에 의해 처음 기술돼 그의 이름이 붙은 희귀질환이다.
진행성 근이영양증(근디스트로피) 중 가장 빈도가 높은 유전성 질환이다. 유병률은 인구 10만명당 약 4명이고, 발병률은 출생 남아 3500~6000명당 한 명이다. 대부분 호흡기 합병증과 심근병증에 의해 20세 이전에 사망하는 심각한 질병이다. 이런 심각한 질병이기에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는 약이 꼭 필요하다. 허가 기관인 미국 식품의약국(FDA) 근무자들도 이런 질병에 대한 마음은 일반 사람들과 같다고 느껴진다.
유전 양식은 반성 열성(sex-linked recessive) 유전이다. 유전자위(gene locus)는 X 염색체의 p21이며, 유전자 중 엑손(exon) 49, 50 일부가 사라지면서 단백질 합성의 중단 신호인 중지 코돈(stop codon)이 생겨나 DNA에 code된 '디스트로핀(dystrophin)'이라는 단백질을 합성하지 못한다. 디스트로핀은 줄무늬 근육에 있는 전체 단백질의 0.002%에 불과하지만 근육의 일반적인 기능에 필수적인 분자이다. 이 단백질은 근육 세포 내의 다양한 구성 요소들을 서로 고정시키고 그것들을 바깥쪽 막인 근섬유초(sarcolema)와 연결시켜 준다. 디스트로핀이 없거나 변형되면 이 공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외막에서 파행이 발생한다. 이것은 근육을 약하게 하고 근육 세포 자체를 활발하게 손상시킬 수도 있다.
증상이 경한 경우에는 혈중 크레아틴 인산활성효소(creatine phosphokinase, CK)의 증가와 마이오글로빈뇨를 동반한 근경련과 사두근 부위의 근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다이스트로핀 부족으로 인해 DMD 환자는 하퇴부 비대증을 동반한 진행성 대칭성 근무력증(근위부보다 원위부에서 자주 발생)이 5세 이전에 증상이 발현하고 근육발달이 저하되며, 근육세포의 괴사가 일어나 13세 이전에 휠체어에 의존하게 된다.
마이오스타틴이 사람들에게 근육 성장을 제한하기에 그것을 차단하는 것이 진행성 근이영양증이나 다른 퇴행성 근육 질환을 치료할 수는 없을까? 답이 '예'이면 좋을 텐데 이들 질환의 주된 원인은 마이오스타틴에 의해 변화되지 않기 때문에 답은 '아니오'일 것이다. 인간에서 질환 초기에 성상 세포(satellite cells)라 알려진 근육 줄기 세포(stem cell)의 재생 능력이 계속 손상돼 근육이 손실되고 비근육 조직인 지방 조직과 섬유 조직으로 대체된다. 이런 과정을 섬유화(fibrosis)라하는데 근이영양증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를 가진 마우스에서도 이 현상을 볼 수 있다. 그러기에 이세진 박사가 2002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마이오스타틴 결핍 마우스와 뒤시엔느 근이영양증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를 가진 마우스를 교배시켰다. 근이영양증을 가진 마이오스타틴 결핍 마우스는 마이오스타틴을 가진 마우스에 비해 3, 6, 9개월의 나이에 더 많은 근육과 강한 근육을 가졌다. 그들의 근육은 마이오스타틴을 가진 마우스에 비해 더 건강해 보였다. 연구진은 마이오스타틴 기능의 손실이 섬유화 정도를 의미있게 감소시켰고 이는 근육의 재생 능력이 향상됐음을 의미한다고 보고했다.
이들 실험 마우스처럼 마이오스타틴 유전자를 결핍시키는 것이 2002년에는 불가능한 일이었으나 근이영양증 환자 치료를 위해서 마이오스타틴 단백질을 차단하는 것은 지금은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CRISPR(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Cas9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의료용 치료기술로 개발하는 것이다. 유전자 가위 유전자 편집으로 마이오스타틴을 차단함으로서 근육 무게와 강도를 증가시키는 것은 근이영양증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이오스타틴 차단이 심한 고통을 받는 환자들의 근이영양증 완화에 효과적일 가능성은 존재한다. 단지 판타지가 아닌 것은 중국은 2016년 세계 최초로 사람의 세포를 가지고 크리스퍼 임상 시험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면역세포 유전자를 크리스퍼로 교정한 다음 다시 사람 몸속에 넣어 폐암을 치료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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