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가톨릭관동의대 본1] 의과대학 정원 문제는 항상 뜨거운 감자로 도마 위에 올라가 있다. ‘의료’는 필수재이며 이를 다룰 사람들은 의사들이고 의료시스템과 의료의 질을 고려했을 때 그들의 수를 적정수준으로 조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의사 1명’을 육성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자본이 소요된다. 가장 합리적으로 ‘의사 인력의 수급’을 정하는 일은 이상적인 의료시스템 구축에 있어서 필수적인 일이다.
정부는 항상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역설하고 있지만 사실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다. OECD 국가 중 한국은 ‘의사증가율’이 1위인 상황이다. 또한 빠른 고령화 추세로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의사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출산율 감소, 고령 인구 증가, 의사 증가율을 고려한다면 한국은 향후 10년 이내로 OECD 국가 중 의사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된다.
현 상황에서 단순히 의대 정원의 ‘수’를 늘려 의사 인력의 공급을 늘리는 것은 비용 면에서나 의료의 질적 문제 면에서나 합리적인 방법은 아니다. ‘의대정원’을 조정하려는 노력도 결국에는 ‘합리적인 의료시스템의 구축’ 그리고 이를 통해 국민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의사 수를 늘려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결국 밑 빠진 독의 물 붓기일 뿐이다. 밑이 빠진 독은 결국에는 깨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의대 정원의 증가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의료의 최종목표를 위해서는 ‘의대 정원의 증원’보다는 다른 과제들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을 살리는데 필수적인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바이탈과에 대한 처우 개선이다. 이는 매번 거론되고 있는 문제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는 부분이다. 매년 의사는 증가하고 있지만 소위 바이탈과라고 일컫는 곳의 의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의사 인력 매년 400명 증원’ 그리고 이 중 300명을 지역의사로 선발해 10년 동안의 의무복무기간을 갖게 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세웠지만, 문제는 이런 것들이 ‘강제성’만 가지고 있으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바이탈과에 대한 처우 개선 없이 이런 정책이 강제성만 가지고 실현되면 10년 후에 지방 의료인력은 다시 수도권으로 몰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탈과에 대한 처우가 개선된다면 강제적인 의무복무기간이라는 조항을 만들지 않고도 충분히 합리적으로 의료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 지방병원에 대한 지원도 필요할 것이다. 지방의 의료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역 의사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지만, 정작 지방 병원의 실상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못하고 있다.
‘무대’ 가 있어야 ‘배우’가 활약할 수 있듯이 제대로 갖춰진 ‘무대’가 없는 상황에서 배우가 활약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지방병원을 제대로 육성하고 운영한다면 수도권에 몰려있는 의사의 수 역시 재배치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가 개선도 선행돼야 한다. 매년 수가 협상이 이뤄지고 있지만, 저수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수가는 원가의 70%를 겨우 상회하고 있으며 이는 OECD 평균의 3분의1 수준이라고 한다. 의료수가가 정상화돼야 의료서비스의 질도 향상될 수 있다. 현재와 같은 저수가가 지속된다면 문제가 되고 있는 ‘3분 진료’와 같은 현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 수준의 수가가 회복돼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소수 의사의 희생에 기대 필수 의료를 이끌어 나갈 수는 없다. 의료의 ‘질’을 높이고 국민들에게 최상의 의료를 전달하려면 이제는 단순한 ‘숫자’보다는 의료인력의 ‘배치’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