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릴리(Eli Lilly and Co)의 GLP-1 비만약 젭바운드(Zepbound, 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며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위고비(Wegovy, 성분명 세마글루티드)와 정면 승부를 예고한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GLP-1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기 위해 2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눈길을 끌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생명공학 기업 에코진(Eccogene)과 비만, 제2형 당뇨병 및 기타 심장대사 질환을 위해 개발 중인 차세대 경구용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1 수용체 작용제(GLP-1RA)인 ECC5004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계약 조건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는 에코진에 초기 선급금 1억8500만 달러를, 향후 마일스톤으로 최대 18억2500만 달러를 지급한다. ECC5004의 단독요법과 병용요법을 포함, 중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모든 적응증에 대해 개발, 상업화할 독점권을 가지며, 중국에서는 에코진과 공동 개발, 공동 상업화할 권리를 갖는다.
ECC5004는 하루 1회 저용량 경구용 저분자 약물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로, 현재 미국에서 1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에 따르면 1상 임상시험 예비결과에서 내약성이 우수하고, 위약과 비교해 시험한 모든 용량에서 혈당과 체중 감소를 촉진하는 등 '차별화된 임상 프로파일'을 보였다.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오제약 R&D 부문 수석부사장인 샤론 바(Sharon Barr)는 "오늘날 심장대사 질환과 비만을 앓고 있는 인구가 이미 10억 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지속적인 혁신과 차세대 치료 옵션이 필요하다"면서 "에코진이 생성한 유망한 1상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는 이 경구용 GLP-1RA 분자가 제2형 당뇨병과 같은 심대사 질환과 비만에 대한 잠재적 단독요법 및 병용요법으로 현재의 주사제 요법에 대한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ECC5004는 GLP-1/글루카곤 이중 작용제(AZD9550)와 지속형 아밀린 유사체(AZD6234)를 포함해 인크레틴 및 비인크레틴 경로를 모두 다루는 기존 파이프라인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에코진 저우 징예(Jingye Zhou) 최고경영자(CEO)는 "GLP-1RA는 여러 심대사 질환에 매우 중요한 약물 계열로 현재 경구용으로 승인된 저분자 GLP-1RA는 없다. ECC5004와 같은 저분자 GLP-1RA는 기존 GLP-1RA 치료제에 비해 투약 편의성과 사용 편의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GLP-1 비만약 시장에서는 노보가 제품을 가장 먼저 출시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위고비는 GLP-1 수용체 작용제로, 2021년 6월 미국에서 처음 승인을 받아 판매되고 있다. 최근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위고비 매출은 전년 대비 700% 이상 급증했다. 이어 릴리가 인크레틴 호르몬 수용체를 두 개 표적하는(GIP·GLP-1) 젭바운드를 최근 미국에서 허가 받았으며, 연말까지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두 제품 모두 주사제로 주 1회 피하 투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