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2일 성명서를 통해 고 임세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추모했다. 병의협은 "많은 사람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올 새해를 준비하고 있던 2018년의 마지막 날 저녁. 믿을 수도 없고, 믿고 싶지도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대한민국 의사와 국민들의 마음은 한 없이 슬프고 또 무거워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을 마칠 시간, 대부분의 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마감하고도 한참 지난 그 시간까지 고인은 외래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고인은 남들이 다 퇴근하는 늦은 시간까지 환자를 돌보고 환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해 '보고 듣고 말하기'라는 한국형 표준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70만명의 생명사랑지킴이를 양성할 정도로 온전히 환자를 위해 살아 온 의사였다"고 언급했다.
병의협은 "그는 자신도 우울증을 경험해 누구보다 환자의 마음을 잘 알았기에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라는 저서를 집필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구하려 애썼던 열정적인 의사였다"며 "자신의 생명이 위험한 다급한 순간에도 같이 일하는 간호사가 피신했는지를 살폈던 의인이었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그런 고인의 죽음 앞에서 남아 있는 의사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울분을 삼키고 있다"며 "고인을 생전에 만나보지도 못했던 의사들의 마음도 이렇게 찢어지는데, 유가족과 동료들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고 전했다.
병의협은 "하지만 우리가 슬퍼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최전선에서 수많은 의료인들은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일하고 있다"며 "그리고 그 붉은 피가 스미는 치열한 의료 현장에서는 이번과 같은 비극적인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의사를 비롯한 모든 의료계 종사자들은 지금도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지만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세상에는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으며 죽어도 되는 사람도 없다"며 "하물며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의료인들에 대한 폭력과 살인은 환자의 목숨까지도 앗아갈 수 있는 만큼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2018년 마지막 날 폭력과 살인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곳은 바로 의사들이 생명을 살리기 위해 바둥거리는 공간이었다"고 했다.
병의협은 "이런 역설을 이 사회가 더 이상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며 "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의료인 모두의 안전이 확실히 보장돼야 보다 많은 환자들이 살아날 수 있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분명한 사실을 이제는 모두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의협은 "고인과 같이 병원에서 일하면서 환자를 돌보는 의사들로서 병의협은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앞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나갈 것"이라며 "그것이 고인의 죽음 앞에 남겨진 우리들이 할 수 있고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하겠다. 마지막으로 남겨진 가족들과 동료 선생님들의 아픔에 동참하며 고인의 추모에 함께 하겠다. 그리고 고 임세원 교수를 기억하며 고통 없이 영면하시기를 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