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이 궁극적으로 한의사에게 의사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의 의료일원화가 추진될 경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논란보다 훨씬 큰 의정갈등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의사 대다수가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을 정치권이 밀어붙이면 갈등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신중을 촉구했다.
주신구 회장은 11일 메디게이트뉴스와 인터뷰에서 "의료일원화 논의가 과학적 검증이나 의료계 합의보다 교육·면허 통합 일정을 앞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선 주 회장은 의료일원화가 단순한 제도 정비가 아니라 의사 인력 구조 자체를 통째로 바꾸는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의사가 3만명가량 되는데, 교육통합 이후 향후 한의사에게 의사 자격을 주게 되면 결국 의사가 3만명 늘어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보다 10배는 더 큰 문제입니다.”
주 회장은 이 같은 이유로 의료계가 의료일원화를 사실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봤다. 의대 증원은 이미 전공의 사태와 의료계 집단행동을 겪으며 사회적 비용이 컸던 사안인데, 의료일원화는 그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의사 면허의 의미와 진료권에 충격을 준다는 것이다.
현재 2023년 기준 한의과대학, 한의학전문대학원의 학부 및 한의무석사(전문학위) 입학정원 중 정원 내 인원은 총 750명이다. 재학생 수는 총 4460명에 달한다.
향후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언급한대로 의사, 한의사 학제통합이 이뤄질 경우 매년 의대 정원이 750명 가량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주 회장의 견해다.
그는 "의사들이 대다수 반대하는데 정부나 국회, 정권이 밀어붙인다면 의대 정원 문제로 생긴 갈등보다 폭발력이 최소 10배는 더 커진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정권이 이걸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신구 회장은 의-한 학제통합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도 전했다.
그는 "모든 의료행위는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한방도 예외는 아니어야 한다"며 "검증 절차 없이 의학과 한의학 면허와 교육을 묶는 방식은 반대다. 특히 두 학문은 출발점과 원리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통합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방 이론과 진료행위를 먼저 평가하고, 근거중심의학 기준을 통과한 내용만 수용할 수 있다. 교육기관을 합치거나 현대의학 과목을 추가한다고 해서 한방 치료법의 과학적 타당성이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회장은 의료계 내부의 대응에도 책임을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 전성훈 법제이사가 국정감사에서 학제·교육 일원화 논의에 참여할 의향을 밝힌 것과 관련, 이것이 의료일원화 추진 동의로 확대 해석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는 "의협은 현 김택우 회장이 아닌 법제이사를 국회에 대리자로 보낸 이유와 법제이사의 '조건부 참여' 발언이 의료일원화 찬성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즉각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