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권미란 기자] 북한은 전체 주민의 32%가 감염병을 앓고 있지만 진단 조차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열악한 환경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의료계 전문가들은 북한의 감염병 진단, 예방을 위한 지원과 남북 의료진간 학술적인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들을 제시했다.
대한감염학회는 19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2018년 남북 교류 활성화 대비 감염병 대응 심포지엄' 개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감염학회 김양수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보건의료 분야 중에서는 우리 국민과 북한 주민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감염 분야가 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며 "다행히 보건당국이 이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결핵, 말라리아, 기생충 질환, 예방접종 개선 질환 등이 1차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질환이다"라며 "오늘의 심포지엄이 의료를 포함한 각계 분야의 남북교류 활성화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축사를 통해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서 교류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분야가 건강을 대상으로 한 보건의료 분야다. 그 중에서도 최우선으로 감염병 분야에 대한 협력 교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보건복지부와 질본도 내부적으로 어떤 협력과 대응이 필요한지 검토하는 단계에 있다"며 "북한의 감염병 현실은 굉장히 열악하다. 전체 32%가 감염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의 건강 문제도 있지만 북한의 감염병이 남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남한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협력·교류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정 본부장은 "정부와 민간의 교류방안 토대가 되고 중요한 계획을 만들 수 있는 논의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에서 북한은 우리나라 보다 결핵 발생률이 4배 가량 높았고 기생충과 말라리아 감염, B형 간염 발생 등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의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통일보건의학협동과정)는 "북한 귀순병사의 소장에서 최대 30cm에 달하는 기생충 수십마리가 발견됐다"며 "북한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도 있지만 북한의 질병 문제가 곧 남한의 질병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한 보건의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가장 시급히 주목해야 할 생명과 직결된 문제 ▲통일을 대비한 가장 유효한 투자영역 ▲사람의 통합을 위한 가장 따뜻한 치유의 도구 등을 꼽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최근 결핵 발생률은 2013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429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결핵 발생률은 10만명당 98명이었고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나라 보다 4배 가량 높아 더욱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남한은 바이러스성 질환이 주를 이루지만 북한은 세균성 질환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갑자기 통일될 경우 북한의 열악한 보건의료 실태가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반도의 면적은 22만km에 불과하다"며 "북한 말라리아로 인해 우리나라도 인천시 강화군, 경기도 김포시·파주시·연천군, 강원도 철원군 등 남북 경계지역은 말라리아 감염 위험지역으로 3개월간 헌혈을 금지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감염병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남북보건의료 교류협력을 위한 상설기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 교수는 "2007년에 노무현 정부에서 남북보건의료·환경보호협력 분과위원회 합의가 이뤄진 바 있다"며 "당시 전염병 통제와 퇴치를 위해 예방약, 냉장운반장치, 구급차, 진단시약, 치료제를 지원하는 등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이를 이행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대학원 북한학과 최정훈 교수(북한 청진의대 졸업)는 "북한에서 감염병 발생시 감염원, 경로, 감수성 등 감염고리를 차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현재 북한의 현실로는 백신과 예방접종 등을 통해 감염병의 발생과 확산을 방지하고 근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까지 개발된 백신들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과학기술과 제약 시스템이 북한에 부재한다"며 "특히 외부에서 백신이 지원되더라도 냉장 보관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 심지어 전기 등 에너지 조차 부족하다"고 했다.
최 교수는 "감염병을 진단할 수 있는 진단 설비 자체가 없다. 감염병 진단을 위한 진단시약, 실험기구가 보장되지 않는다"며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등 진단검사용 시약조차 정상적으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북한에서조차 실효성과 민감도 문제로 사용에 논란이 일고 있다"고 했다.
또 "심지어 전기와 급수 같은 기본적인 인프라마저 열악하다"며 "겨울철 실험실 적정온도 조차 보장하지 못해 검사결과 오류로 진단에서 오진하는 경우가 다수이다"라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북한은 정확한 진단을 통한 치료가 불가능하다. 최근 다제내성결핵 등 항생제 내성균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다"며 "병원 등 치료기관들의 약물부족으로 의사 감시하의 격리치료에 대한 의미가 무색하다"고 말했다.
결핵뿐만 아니라 B형간염, 말라리아, 기생충 등의 감염병 문제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교실 박상민 교수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의 B형간염 항원 양성률은 5~10% 내외로 남한과 비교했을 때 3~4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추정 수치에 불과하며 북한의 간염실태에 대한 정확한 통계수치는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B형 간염은 2003년 북한 당국이 선정한 북한 우선순위 보건의료문제에서 2위를 차지했다"며 "감염 경로의 50% 이상이 모자 수직감염에 기인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주민의 B형간염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방관리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며 "특히 수직감염 전파 차단을 위한 사업이 필요하다. 효율적인 B형간염 해결을 위해서는 모자보건사업과 감염관리사업을 함께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탈주민의 결핵환자 비율은 2003년 1.5%에서 2013년 5.4%로 나타났다. 내국인과 비교했을 때 10배 이상에 달한다"며 "재북 결핵 진단자 중 80%는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았다. 20%는 결핵 진단을 받고서도 결핵약을 1~2개월만 복용했거나 민간요법을 하는 등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시기에 따른 맞춤 건강관리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이주민의 건강관리를 위한 코호트를 구축해서 적정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실무자와 의료인에 대해 교육을 진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의료법윤리학연구원 김소윤 원장도 "만성 B형 간염에 대한 실제적인 북한의 유병률은 알려진 바 없다"며 "세계보건기구(WHO)나 유니세프(UNICEF)에 보고되는 북한 예방접종률은 신빙성이 다소 떨어지고 북한이탈주민 증언에 따르면 실제상황과 다소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1년 북한이탈주민 중 간염 양성자는 10.8%였다"며 "북한 주민 12%는 간염 보균자, 15~25%는 간암이나 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 말라리아 유행지역을 보면 접경지역이 대부분이다"라며 "말라리아는 예방접종이 개발되고 있지만 백신이 나와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 원장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4년까지 대북 보건의료 개발지원의 분야별 지원현황에서 결핵에 대한 지원이 27%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기초보건진료 20%, 영양 17%, 말라리아 퇴치 15% 등의 순이었다. 국제 사회의 질병벽 대북 감염병 지원 현황을 보면 2001년부터 2009년까지 WHO를 통해 우리나라 정부의 지원을 받아 말라리아 방역사업을 진행했다. 유니세프도 글로벌 펀드의 자금을 받아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북한 말라리아 퇴치 지원이 이뤄졌다.
김 원장은 "북한 내 보건의료체계를 보면 간염이나 결핵, 정신 관련한 별도 병원이 있지만 말라리아는 없다"며 "치료나 진단 차원이 아닌 모기장, 스프레이 등 예방적인 차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민재 교수는 "북한의 기생충 감염 현황자료가 많지 않다. 중국의 도움을 받아 중국 국경 지역에 거주하는 236명 주민과 병사들을 검사한 결과 28.3%, 주민은 60~79%의 감염률을 보이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기생충관리를 위해 WHO를 통해 조달한 구충제를 집단 투약하고 있다"며 "주로 집단투약을 하게 되면 10대 이하에서 많이 하게 되는데 북한의 기생충 감염률은 20~90% 이상까지 보고되는 등 성인에서도 발병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전체 구충제 투약규모는 500만명에서 590만명 사이로 판단된다"며 "구충제 집단 투약사업의 수행체계나 투약률 조사, 감염률 조사에 대한 자료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 교수는 "우선 상황파악이 급선무다.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한 구충제 투약률 조사가 필요하다"며 "북한 전국의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기생충 감염률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고도 유행지역의 화장실 개선사업과 식수시설 개선사업 등 추가적인 사업요소를 파악해야 한다"며 "다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사업 재원과 이해관계자의 조율도 필요하다. 국제 기구를 통한 재원 조달 가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 사회에서 기생충 감염은 매우 중요한 사회적인 함의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윤석준 교수는 우리나라의 남북 분단 상황과 빚대어 독일의 통일 사례를 통해 의료체계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독일은 통일에 앞서 동독 주민 보건의료분야의 제도적 기반 마련과 서독의 재정 부담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된 보건협정을 맺었다"며 "상대적으로 부유했던 서독 중심으로 보건의료체계가 개편됐다"고 말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보건의료재정의 경우 동독 주민들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서독 주민들이 내는 건강보험료로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보험제도의 경우 동독 지역에 서독의 의료보장제도를 공식적으로 도입했다. 보건의료시설도 병원, 병상, 약국 등 보건의료시설에 대한 적정 규모와 현대화 시설 도입 등 합리화 정책을 시도했다.
북한은 국영의료제의 무상치료제, 남한은 사회보험과 공공부조(의료급여) 방식의 민간 시장주도 의료공급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과 같이 남북간 상이한 보건의료체계의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동서독 협정을 통해 서독 정부가 동독에 대규모 항생제를 지원했다"며 "서독에서 동독 의사들을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 의사에 대한 신뢰도가 부족하고, 편차 역시 크다"며 "통일 전부터 의료진의 격차를 좁혀나가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윤 교수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안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며 "남북 상대방이 의료인 면허를 어떻게 인정하게 할 것인지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
보건의료 단체의 대응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의대 감염내과 염준섭 교수는 통일시대를 맞이해 대한감염학회의 역할과 준비에 대해 발표했다.
염 교수는 "북한의 의료체계, 북한의 감염병 현황 등 북한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그동안 축적된 북한 관련 감염병 자료를 수집하고 과거 북한의 교류 경험을 갖고 있는 분들의 경험을 공유해 북한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학문적 교류가 굉장히 제한적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질환이 많이 있지만 이런 질환에 대한 학술적 교류는 거의 없었다"며 "말라리아 등 남북 공동의 노력이 시급한 감염병을 도출하고 예상되는 감염병 확산에 대비해 관리, 예방, 정책 개발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각 발제자들은 전체 발표에 대한 각자의 소감을 발표했다.
김소윤 원장은 "감염분야 뿐만 아니라 의료인력교육이나 예비인력교육,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며 "전체 질병 중에서는 감염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북한의 질병 주요 원인을 보면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토론 자리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다른 질환은 자기 관리 등 의료인이 접근하기 힘들 수 있지만 감염은 의료인의 준비가 많이 필요한 분야다"라고 말했다.
김민재 교수는 "WHO가 발표한 북한의 말라리아 감염 현황을 믿기 어렵지만 일반적인 말라리아 관리라고 하는 진단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정훈 교수는 "북한의 감염병 중에서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들은 오늘 상당하게 언급됐다"며 WHO에 북한이 일절 보고하지 않고 북한 내에서도 위생 부분만 공개되기 때문에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북한의 보건의료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 것은 북한 체제 특성상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라며 "지원과 교육도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진단과 관련된 부분, 치료, 학술 등 과학기술적인 부분들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물적, 학문적, 기술적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며 "남북 상호 협력기관을 만들거나 북한 체제가 감염병, 보건의료, 주민건강과 관련해 전폭적으로 공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으면 치료 자체도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혜원 교수는 "학술적인 인적교류가 현실적으로 가장 진행 가능한 부분일 것이다"라며 "제제가 있는 이 시기에 실질적인 교류가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도 조선의사회가 있다. 현대의학, 신기술을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욕망이 상당히 크다"며 "기본적으로 체계가 있기 때문에 중앙에서 이뤄진 많은 교류와 들어온 신기술이나 정보들이 굉장히 잘 전달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실태조사, 현황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공동 의견이다"라며 "그게 어렵다면 공동연구의 형식이나 학술대회나 심포지엄 형식으로 정보의 교환과 소통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염준섭 교수는 "모든 교류의 기본은 서로에 대한 신뢰다. 남한과 북한 학자가 만나서 토의했을 때 과연 진실에 가까운 학술적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실질적으로 학술적으로 원활한 교류가 이뤄지기에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감염학회는 19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2018년 남북 교류 활성화 대비 감염병 대응 심포지엄' 개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감염학회 김양수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보건의료 분야 중에서는 우리 국민과 북한 주민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감염 분야가 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며 "다행히 보건당국이 이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결핵, 말라리아, 기생충 질환, 예방접종 개선 질환 등이 1차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질환이다"라며 "오늘의 심포지엄이 의료를 포함한 각계 분야의 남북교류 활성화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축사를 통해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서 교류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분야가 건강을 대상으로 한 보건의료 분야다. 그 중에서도 최우선으로 감염병 분야에 대한 협력 교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보건복지부와 질본도 내부적으로 어떤 협력과 대응이 필요한지 검토하는 단계에 있다"며 "북한의 감염병 현실은 굉장히 열악하다. 전체 32%가 감염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의 건강 문제도 있지만 북한의 감염병이 남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남한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협력·교류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정 본부장은 "정부와 민간의 교류방안 토대가 되고 중요한 계획을 만들 수 있는 논의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에서 북한은 우리나라 보다 결핵 발생률이 4배 가량 높았고 기생충과 말라리아 감염, B형 간염 발생 등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의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통일보건의학협동과정)는 "북한 귀순병사의 소장에서 최대 30cm에 달하는 기생충 수십마리가 발견됐다"며 "북한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도 있지만 북한의 질병 문제가 곧 남한의 질병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한 보건의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가장 시급히 주목해야 할 생명과 직결된 문제 ▲통일을 대비한 가장 유효한 투자영역 ▲사람의 통합을 위한 가장 따뜻한 치유의 도구 등을 꼽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최근 결핵 발생률은 2013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429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결핵 발생률은 10만명당 98명이었고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나라 보다 4배 가량 높아 더욱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남한은 바이러스성 질환이 주를 이루지만 북한은 세균성 질환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갑자기 통일될 경우 북한의 열악한 보건의료 실태가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반도의 면적은 22만km에 불과하다"며 "북한 말라리아로 인해 우리나라도 인천시 강화군, 경기도 김포시·파주시·연천군, 강원도 철원군 등 남북 경계지역은 말라리아 감염 위험지역으로 3개월간 헌혈을 금지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감염병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남북보건의료 교류협력을 위한 상설기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 교수는 "2007년에 노무현 정부에서 남북보건의료·환경보호협력 분과위원회 합의가 이뤄진 바 있다"며 "당시 전염병 통제와 퇴치를 위해 예방약, 냉장운반장치, 구급차, 진단시약, 치료제를 지원하는 등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이를 이행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대학원 북한학과 최정훈 교수(북한 청진의대 졸업)는 "북한에서 감염병 발생시 감염원, 경로, 감수성 등 감염고리를 차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현재 북한의 현실로는 백신과 예방접종 등을 통해 감염병의 발생과 확산을 방지하고 근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까지 개발된 백신들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과학기술과 제약 시스템이 북한에 부재한다"며 "특히 외부에서 백신이 지원되더라도 냉장 보관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 심지어 전기 등 에너지 조차 부족하다"고 했다.
최 교수는 "감염병을 진단할 수 있는 진단 설비 자체가 없다. 감염병 진단을 위한 진단시약, 실험기구가 보장되지 않는다"며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등 진단검사용 시약조차 정상적으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북한에서조차 실효성과 민감도 문제로 사용에 논란이 일고 있다"고 했다.
또 "심지어 전기와 급수 같은 기본적인 인프라마저 열악하다"며 "겨울철 실험실 적정온도 조차 보장하지 못해 검사결과 오류로 진단에서 오진하는 경우가 다수이다"라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북한은 정확한 진단을 통한 치료가 불가능하다. 최근 다제내성결핵 등 항생제 내성균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다"며 "병원 등 치료기관들의 약물부족으로 의사 감시하의 격리치료에 대한 의미가 무색하다"고 말했다.
결핵뿐만 아니라 B형간염, 말라리아, 기생충 등의 감염병 문제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교실 박상민 교수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의 B형간염 항원 양성률은 5~10% 내외로 남한과 비교했을 때 3~4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추정 수치에 불과하며 북한의 간염실태에 대한 정확한 통계수치는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B형 간염은 2003년 북한 당국이 선정한 북한 우선순위 보건의료문제에서 2위를 차지했다"며 "감염 경로의 50% 이상이 모자 수직감염에 기인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주민의 B형간염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방관리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며 "특히 수직감염 전파 차단을 위한 사업이 필요하다. 효율적인 B형간염 해결을 위해서는 모자보건사업과 감염관리사업을 함께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탈주민의 결핵환자 비율은 2003년 1.5%에서 2013년 5.4%로 나타났다. 내국인과 비교했을 때 10배 이상에 달한다"며 "재북 결핵 진단자 중 80%는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았다. 20%는 결핵 진단을 받고서도 결핵약을 1~2개월만 복용했거나 민간요법을 하는 등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시기에 따른 맞춤 건강관리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이주민의 건강관리를 위한 코호트를 구축해서 적정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실무자와 의료인에 대해 교육을 진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의료법윤리학연구원 김소윤 원장도 "만성 B형 간염에 대한 실제적인 북한의 유병률은 알려진 바 없다"며 "세계보건기구(WHO)나 유니세프(UNICEF)에 보고되는 북한 예방접종률은 신빙성이 다소 떨어지고 북한이탈주민 증언에 따르면 실제상황과 다소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1년 북한이탈주민 중 간염 양성자는 10.8%였다"며 "북한 주민 12%는 간염 보균자, 15~25%는 간암이나 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 말라리아 유행지역을 보면 접경지역이 대부분이다"라며 "말라리아는 예방접종이 개발되고 있지만 백신이 나와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 원장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4년까지 대북 보건의료 개발지원의 분야별 지원현황에서 결핵에 대한 지원이 27%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기초보건진료 20%, 영양 17%, 말라리아 퇴치 15% 등의 순이었다. 국제 사회의 질병벽 대북 감염병 지원 현황을 보면 2001년부터 2009년까지 WHO를 통해 우리나라 정부의 지원을 받아 말라리아 방역사업을 진행했다. 유니세프도 글로벌 펀드의 자금을 받아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북한 말라리아 퇴치 지원이 이뤄졌다.
김 원장은 "북한 내 보건의료체계를 보면 간염이나 결핵, 정신 관련한 별도 병원이 있지만 말라리아는 없다"며 "치료나 진단 차원이 아닌 모기장, 스프레이 등 예방적인 차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민재 교수는 "북한의 기생충 감염 현황자료가 많지 않다. 중국의 도움을 받아 중국 국경 지역에 거주하는 236명 주민과 병사들을 검사한 결과 28.3%, 주민은 60~79%의 감염률을 보이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기생충관리를 위해 WHO를 통해 조달한 구충제를 집단 투약하고 있다"며 "주로 집단투약을 하게 되면 10대 이하에서 많이 하게 되는데 북한의 기생충 감염률은 20~90% 이상까지 보고되는 등 성인에서도 발병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전체 구충제 투약규모는 500만명에서 590만명 사이로 판단된다"며 "구충제 집단 투약사업의 수행체계나 투약률 조사, 감염률 조사에 대한 자료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 교수는 "우선 상황파악이 급선무다.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한 구충제 투약률 조사가 필요하다"며 "북한 전국의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기생충 감염률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고도 유행지역의 화장실 개선사업과 식수시설 개선사업 등 추가적인 사업요소를 파악해야 한다"며 "다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사업 재원과 이해관계자의 조율도 필요하다. 국제 기구를 통한 재원 조달 가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 사회에서 기생충 감염은 매우 중요한 사회적인 함의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윤석준 교수는 우리나라의 남북 분단 상황과 빚대어 독일의 통일 사례를 통해 의료체계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독일은 통일에 앞서 동독 주민 보건의료분야의 제도적 기반 마련과 서독의 재정 부담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된 보건협정을 맺었다"며 "상대적으로 부유했던 서독 중심으로 보건의료체계가 개편됐다"고 말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보건의료재정의 경우 동독 주민들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서독 주민들이 내는 건강보험료로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보험제도의 경우 동독 지역에 서독의 의료보장제도를 공식적으로 도입했다. 보건의료시설도 병원, 병상, 약국 등 보건의료시설에 대한 적정 규모와 현대화 시설 도입 등 합리화 정책을 시도했다.
북한은 국영의료제의 무상치료제, 남한은 사회보험과 공공부조(의료급여) 방식의 민간 시장주도 의료공급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과 같이 남북간 상이한 보건의료체계의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동서독 협정을 통해 서독 정부가 동독에 대규모 항생제를 지원했다"며 "서독에서 동독 의사들을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 의사에 대한 신뢰도가 부족하고, 편차 역시 크다"며 "통일 전부터 의료진의 격차를 좁혀나가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윤 교수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안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며 "남북 상대방이 의료인 면허를 어떻게 인정하게 할 것인지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
보건의료 단체의 대응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의대 감염내과 염준섭 교수는 통일시대를 맞이해 대한감염학회의 역할과 준비에 대해 발표했다.
염 교수는 "북한의 의료체계, 북한의 감염병 현황 등 북한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그동안 축적된 북한 관련 감염병 자료를 수집하고 과거 북한의 교류 경험을 갖고 있는 분들의 경험을 공유해 북한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학문적 교류가 굉장히 제한적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질환이 많이 있지만 이런 질환에 대한 학술적 교류는 거의 없었다"며 "말라리아 등 남북 공동의 노력이 시급한 감염병을 도출하고 예상되는 감염병 확산에 대비해 관리, 예방, 정책 개발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각 발제자들은 전체 발표에 대한 각자의 소감을 발표했다.
김소윤 원장은 "감염분야 뿐만 아니라 의료인력교육이나 예비인력교육,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며 "전체 질병 중에서는 감염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북한의 질병 주요 원인을 보면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토론 자리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다른 질환은 자기 관리 등 의료인이 접근하기 힘들 수 있지만 감염은 의료인의 준비가 많이 필요한 분야다"라고 말했다.
김민재 교수는 "WHO가 발표한 북한의 말라리아 감염 현황을 믿기 어렵지만 일반적인 말라리아 관리라고 하는 진단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정훈 교수는 "북한의 감염병 중에서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들은 오늘 상당하게 언급됐다"며 WHO에 북한이 일절 보고하지 않고 북한 내에서도 위생 부분만 공개되기 때문에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북한의 보건의료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 것은 북한 체제 특성상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라며 "지원과 교육도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진단과 관련된 부분, 치료, 학술 등 과학기술적인 부분들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물적, 학문적, 기술적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며 "남북 상호 협력기관을 만들거나 북한 체제가 감염병, 보건의료, 주민건강과 관련해 전폭적으로 공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으면 치료 자체도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혜원 교수는 "학술적인 인적교류가 현실적으로 가장 진행 가능한 부분일 것이다"라며 "제제가 있는 이 시기에 실질적인 교류가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도 조선의사회가 있다. 현대의학, 신기술을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욕망이 상당히 크다"며 "기본적으로 체계가 있기 때문에 중앙에서 이뤄진 많은 교류와 들어온 신기술이나 정보들이 굉장히 잘 전달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실태조사, 현황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공동 의견이다"라며 "그게 어렵다면 공동연구의 형식이나 학술대회나 심포지엄 형식으로 정보의 교환과 소통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염준섭 교수는 "모든 교류의 기본은 서로에 대한 신뢰다. 남한과 북한 학자가 만나서 토의했을 때 과연 진실에 가까운 학술적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실질적으로 학술적으로 원활한 교류가 이뤄지기에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