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건복지부가 공보험을 논의하는 내년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을 구성하면서 대형 민간보험사 노동조합들에게도 가입자 단체로서 위원 추천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올해로 임기가 만료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새 위원 추천을 의뢰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렇게 내년부터 활동하게 되는 9기 건정심 위원 추천 의뢰서는 무려 160여개 단체에 발송됐는데 가입자 대표 8명, 공급자 대표 8명, 공익대표 8명 등 각 전체 24명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숫자는 꽤 이례적이다.
예년에는 정부가 건정심 참여 단체를 선정한 뒤 해당 단체로부터 위원 추천을 받는 방식이었는데 이번에는 이러한 과정 없이 무려 65배수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복지부가 위원 추천 공문을 보낸 가입자 단체 중 대형 민간보험 노동조합인 삼성화재노조와 삼성생명보험노조,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 등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현재 건정심의 가입자대표는 총 8명으로, 근로자대표 2인과 사용자대표 2인, 시민단체, 소비자단체, 농어업단체, 자영업자단체 각 1인으로 구성돼있다.
특히 복지부는 제약바이오협회와 바이오의약품협회에도 공문을 보내 위원 추천을 의뢰했는데 이러한 작업을 두고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건정심 의원을 대폭 물갈이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건의료노조는 "건정심 물갈이로 바이오산업계의 이익과 민간보험사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것으로 그동안 윤석열이 민간보험을 활성화하고 의대 증원 등으로 바이오산업계를 지원하려 한 정책 등과 일맥상통한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현 정부는 지급해야 할 건강보험 정부 지원금 12조1658억 원 중 절반 가량인 6조1158억 원을 올 회계 마감이 임박한 아직까지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는 것으로, 공적 보험인 건강보험을 공격하고 민간보험을 활성화하는 정책의 일환"이라며 "윤석열의 무력 쿠데타는 실패했지만, 의료 민영화 쿠데타는 조규홍에 의해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의료 민영화 쿠데타도 즉각 멈출 것을 경고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 역시 성명을 내고 "사회보험으로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입자 참여를 통한 민주성 확보는 제도의 근간이다. 그러나 이번 보건복지부의 행태는 '추천하면 우리가 고르겠다'라는 비민주적 태도를 여실히 보여준다"며 "직장가입자를 대변하는 가장 큰 조직인 양대노총을 두고, 생명보험사나 화재보험사 같은 민간보험의 노동조합을 가입자단체 몫으로 참여시킬 수 있다는 발상은 건강보험 거버넌스 자체를 붕괴시키고 희화화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공보험인 건강보험재정을 논의하는 건정심에 민간보험단체를 포함시키겠다는 발상 자체가 넌센스"라며 "건강보험이 아닌 민간보험을 키우려는 의도라고 볼 수 없다"며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