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환자만족도가 좋다고 해서 좋은 의료는 아니다."
미래의료협동조합 정환보 이사장(밸런스본의원 원장) 등을 중심으로 젊은 의사들이 만든 '비대면진료연구회'가 비대면진료 참여 의사 10인의 후기를 내놨다. 진료와 진료 외적으로 아직 한계가 명확하다는 게 연구회의 진단이다. 특히 환자 유입을 위해 본인 인증 과정 자체를 생략한 플랫폼 업체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회에 참여하고 있는 아산케이의원 이의선 원장이 해당 내용의 뼈대를 작성한데 이어 서연주 가톨릭의대 내과 전문의와 정환보 이사장이 해당 문제사례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해당 내용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닥터나우 등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들의 문제를 지적하는 근거가 됐다는 후문이다. [관련기사=국감서 닥터나우 '자체 배달약국' 운영 의혹 제기...전문의약품 광고도 도마]
체온계 없는 환자도 수두룩…약 배송 '생략·지연'도 심각
18일 비대면진료연구회에 따르면 이들이 직접 체험한 비대면 진료의 한계는 진료과정을 언어적 소통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기본적인 체온계나 혈압계 조차 보유하지 않고 있는 환자도 대부분이었다.
응급 상황 감별에 필요한 정보도 매우 제한적이다. 일반적인 환자와의 대화로만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연구회는 "시진, 청진, 타진, 촉진 등 비언어적 진료과정을 모두 언어적 소통에 의존해 확인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피부과의 경우 피부상태를 보지 못하니 말로는 알 수 없는 한계가 많았다. 비대면진료는 환자만족도가 좋은 의료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연구회는 "기저질환과 환자상태에 따른 정확한 처방이 어려운 문제도 있다"며 "특히 소아의 경우 체중을 알 수 없는 상황이 많아 약처방에 곤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약배송에 대한 문제도 심각했다. 배송으로 인한 복약지도의 생략과 배송지연 사례가 존재하다 보니 한계가 뚜렷한 것이다.
연구회는 "주 1회 복용이나 48시간 간격 복용 약 등 복약지도가 중요한 약의 경우도 복약지도가 생략되고 있다. 또한 처방전 리뷰의 기회가 상실되고 전자의무기록(EMR) 사고 사례도 있다"며 "전국 환자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대체조제 허용의 불가피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연구회는 "약물은 투약 시간이 중요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역적 한계로 배송지연 사례가 많고 전 국토의 30%만 즉시 배송이 가능한 상태"라며 "주소 제공 부재 등으로 응급환자에 대한 즉각 반응이 어려운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환자 유입 목적으로 본인인증 삭제…환자 본인 확인은 오롯이 의사 몫?
진료 외적으론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들의 문제가 가장 먼저 꼽혔다.
실제로 한 플랫폼 업체의 경우 개인인증을 위한 패스앱, 주민등록번호 검증프로그램 적용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가입자 확장을 목적으로 환자 확인을 의사에게 떠넘긴 사례도 확인됐다.
해당 업체는 안내문을 통해 "본인인증이 있던 기존 버전의 경우 80%의 사용자가 본인인증 과정의 번거로움을 느끼고 이탈하게 됐다. 새로운 버전부턴 더 많은 환자 유입을 위해 본인인증을 제거했다"며 "진료 시작 후 환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꼭 확인해달라"고 알렸다.
플랫폼 업체들의 의료정보 보호 실태도 문제로 지적된다. 연구회는 "플랫폼의 개인 의료정보 남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올라케어의 경우 타원의 이전진료기록을 공유하고 있다"며 "이익 실현을 위해 플랫폼의 정보 활용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회는 "현재 상태론 건강데이터의 무분별한 상품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며 "병원을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 사용료나 홍보비 등 요구계획도 구체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회는 "명확한 비대면진료 체계와 진료 지침이 부재한 것도 문제다. 닥터나우 등 약관조차 없이 의사-환자의 가입을 받은 업체도 있다"며 "책임소재에 대한 불확실성이 의료진의 적극적인 참여를 저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