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비대면 진료가 산업계의 수익 창출 도구로 전락해 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와 오히려 환자의 선택권과 접근성을 넓혀 환자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6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개최한 ‘비대면 의료서비스 적용 전략 포럼’에서 참석한 전문가 패널 간에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 문제를 놓고 치열한 토론이 진행됐다.
안전성 확보되지 않은 비대면 진료, 산업계 수익 창출 악용돼 환자에게 '악영향' 가능성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문석균 연구조정실장(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은 코로나19 특수성 하에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가 사회 흐름에 따라 중재 없이 추진되는 데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문 실장은 “의료계가 비대면 진료를 반대해 온 이유는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료는 환자를 위한 것이지, 산업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논의는 안전성보다는 편리성을 우선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기술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인데 현재 이것들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산업 발전을 위해 비대면 진료를 밀어붙이는 듯한 논의는 다소 성급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 정부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의 발전을 강조하며,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제대로 된 방향성 없이 방치 상태에 있는 비대면 진료 시장에 민간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허술한 규제 틈을 타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문 실장은 “우리나라 의료시장은 수가체계로 돼 있고, 전 국민이 건강보험제도 안에 들어와 있다. 따라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지 않아 시장성이 없는 게 아니고 원래 수익모델이 없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문 실장은 “결국 플랫폼 업체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전문의약품 광고, 특정 약품 처방 명기, 병원과 약국 자동 매칭 등 수익모델을 찾고자 하게 된다. 문제는 이것들이 모두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이다”라며 “이런 것들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제한하지 않고 진행할 경우 의료시장은 혼탁하고 망가진다. 의료계는 이걸 걱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의료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의사협회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를 인증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관리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유승현 교수 역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사업 모형으로 연계하는 과정에서 무리수로 생각되는 시도를 다수 해나가고 있다. 이로 인해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는 의사들이 경쟁적으로 환자의 콜을 잡으려고 카카오택시 기사처럼 콜잡이를 하거나 환자를 낚아채기 위한 경쟁에 내몰리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 교수는 고령화 사회에서 필요성을 인정받은 요양병원이 극한 경쟁으로 인해 원가 절감과 수익 극대화를 위해 현대판 고려장으로 변모하고, 사무장 병원 난립이라는 사회악을 탄생시킨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비대면 진료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의 욕심과 수익 창출 욕구로 비대면 진료도 사회악의 요소가 될 수도 있다”며 시대적 흐름이라는 명목으로 추진되는 비대면 진료에 대해 경계했다.
유승현 교수는 특히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는 주체에 대한 진정성을 우려하며 “환자 상태에 대한 평가 없이 약물 처방만으로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우리나라의 한계점을 생각을 해보면 우리가 비대면이라고 하는 굴레 속에 환자들을 위험한 상황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시적 비대면 진료 기간, 심각한 부작용 사례 거의 없어…환자 선택권, 접근성 확보 도움
이처럼 안전성과 유효성을 이유로 비대면 진료에 반대하는 반대측의 주장과 달리 찬성 측에서는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 등의 문제는 해외 국가의 사례를 통해 해소됐다고 반박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김대중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ICT 기술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인데 서비스 면에서는 외국 기업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그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의료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왜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다른 나라처럼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가 없는 건가. 왜 그렇게 하면 안 되나”라며 “안전성 유효성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지만,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1000만건의 처방이 내려졌다고 한다. 전체 처방 건수의 3.6% 정도인데, 이 정도 수준이면 우리나라도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는 측은 안전성, 유효성 문제를 계속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다면 왜 선진국은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답도 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비대면 진료를 왜 해야 하냐에 대한 질문이 많은데, 의료 소비자인 환자 입장에서는 비대면 진료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오픈루트 김유석 실장은 “우리나라는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반강제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안전성에 우려가 되는 사례들이 가끔 보고가 되고 있다. 예를 들면 마약류나 사후 피임약 같은 약물의 오남용이 바로 그것이다”라고 전했다.
김 실장은 “대면 진료보다 간편하게 처방을 받다 보니 일부 부작용 사례들이 보고되기는 했지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한시적 허용 기간 심각한 부작용이나 안전성에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이 보고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의료 소비자인 환자 입장에서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분명한 수요가 존재한다. 기술적으로도 지난 10~15년 동안에 비대면 진료를 대면 진료의 보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갔다”며 “학회 차원에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질환에 대한 검토를 통해 제도화 과정에서 반영되면 좋을 것”고 말했다.
웰트 이유진 이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의사로서 환자를 위해서 무엇이 제일 필요한가에 대해 고민해 보면 비대면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영역이 있다고 본다”며 “더 많은 환자들에게 좋은 건강관리 및 치료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생겨난 것이 디지털 치료제와 같은 비대면 서비스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신과 영역에서 최근 비대면 의료서비스의 수요가 늘어났다. 코로나19 동안 자폐성 질환자들이 매일 받아야 하는 놀이치료, 감각치료가 중단되면서 수요가 늘어났다”며 “비대면이 꼭 필요한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