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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천 교수 “응급의료법 개정, ‘입증책임’ 의사에게 전환된 셈…시행령 개정 必”

    “전문학회와 중과실 세부규정 다시 논의해달라”…복지부 “한 번에 원하는 것 다 얻을 수 없어”

    기사입력시간 2026-04-25 08:54
    최종업데이트 2026-04-25 10:27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최상천 응급의학과 교수(대한응급의학회 법제이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응급의학계가 법 개정으로 ‘입증 책임’이 환자에서 의사로 넘어 온 구조라고 지적하며, “반드시 전문학회들과 상의해 시행규칙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화만 늦게 받아도 의료과실?…해석에 따라 의료과실 범위 커질 수도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최상천 응급의학과 교수(대한응급의학회 법제이사)는 24일 경주 화백컨벤션에서 진행된 응급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대한 큰 우려를 나타냈다. '법이 통과됐다고 끝난 게 아니라 이제부터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제대로 만들어 부작용을 걸러내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는 게 응급의학회의 견해다. 
     
    최상천 교수는 최근 응급의료 관련 법안 쟁점이 단연 ‘응급의료법’과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중심으로 첨예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의료분쟁조정법은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취지와 달리 오히려 응급의료 현장을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됐다.
     
    그는 “이 법이 만들어진 논리는 명확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라며, “기존 의료사고 대응이 기준 없이 이뤄져 왔기 때문에 자동차보험처럼 일정한 기준을 두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의료행위는 교통사고처럼 기계적으로 판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점에서, 법안의 전제 자체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상천 교수는 반드시 시행규칙 수정이 필요한 내용으로 ‘12대 중과실 조항’을 꼽았다. 설명·동의 위반, 진단·모니터링 미이행, 전원 지연, 위험 예측과 대응 미흡, 고위험 의료에서의 안전관리 의무 위반 등은 현실 진료에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판단 영역인데, 이를 과실 기준으로 고정해 버리면서 사후적 해석과 소송 가능성만 키운다는 것이다.
     
    그는 “통상 수용되는 진료에서 '현저히' 벗어난 의료행위 등 표현이 들어간 조항으로 인해 해석의 여지가 커졌다. 예를 들어 응급실에서 전화 확인이 늦어도 자칫 잘못하면 과실로 처리될 수 있는 것”이라며 “결국 (과실) 입증 책임이 환자에서 의사로 넘어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문학회와 중과실 세부규정 다시 논의해달라”
     
    개정안은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에게 설명을 의무화하고 책임보험 가입과 손해배상 절차를 거쳐 형사책임을 제한하는 구조를 담고 있다.
     
    다만 최 교수는 이 과정에서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사실상 첫 판단기관이 되는 만큼, 위원회 구성의 전문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위원 구성은 의료기관 추천 인사보다 법조계, 소비자단체, 공무원 비중이 크다는 취지다.
     
    그는 “의료사고가 ‘되느냐, 말 것이냐’를 결정하는 위원회에 의료인이 25%밖에 안 된다면, 의료 전문성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겠느냐”며 “최소한 과반 이상의 의료인이 참여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법안이 이미 통과된 만큼 전면 재검토는 어렵더라도, 시행령과 시행규칙 단계에서 반드시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12대 중과실 조항은 전문학회의 의견을 다시 들어 세부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중과실 정의를 현행 12가지에서 ‘사고 당시의 정보와 환경에서 합리적으로 의사가 반드시 수행했어야 할 기본 평가, 위험 인지, 표준 치료 또는 안전한 이행 중 하나 이상이 명백히 누락돼 환자에게 중대한 위험을 초래한 경우’로 수정돼야 한다고 봤다.

    학회는 중과실 정의를 현행 12가지에서 ‘사고 당시의 정보와 환경에서 합리적으로 의사가 반드시 수행했어야 할 기본 평가, 위험 인지, 표준 치료 또는 안전한 이행 중 하나 이상이 명백히 누락돼 환자에게 중대한 위험을 초래한 경우’로 수정돼야 한다고 봤다.
     
    최 교수는 “중과실은 고의에 준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특히 필수의료 분야에선 중과실이 아닌 경우도 형사 책임을 면제할 필요가 있다”며 “필수의료는 민사 책임 역시 의사 개인이 아닌 국가와 의료기관이 부담하고 중과실이 있을 때만 구상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설명 의무와 관련해서도 그는 “설명과 조정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유죄 추정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며 “의료는 불확실성의 영역이기 때문에 법도 그 불확실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한 번에 100% 원하는 대로 되는 경우 없어”
     
    반면 학술대회에 함께 참석한 보건복지부 이중규 공공보건정책관은 ‘한 걸음을 내딛기가 어려운 만큼 향후 미비한 부분에 대해선 충분히 수정이 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이 정책관은 “개정안은 의료계 내부와 시민단체 모두에서 상당한 반대가 있었던 법안”이라며 “그럼에도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의료분쟁조정법이라는 ‘공식 무대’가 생긴 만큼, 그 안에서 사회와 본격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루트가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족한 부분은 그 루트 안에서 고쳐나갈 수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한 번에 100% 원하는 대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 교수는 이날 응급의료법 개정안도 함께 언급했다. 그는 개정안이 응급실 수용 문제와 지역 간 이송 지연, 최종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비판했다.
     
    특히 응급의학과 의사를 권역·지역센터에서 최소 2인 1조로 근무하도록 명문화한 부분은 “지금도 한 명씩 돌리기 어려운 병원이 적지 않은데 현실을 모르는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또 수용 여부를 사전 고지하지 않으면 환자를 이송하도록 하는 취지의 조항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환자를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결국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이 부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