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전공의 10명 중 8명은 의료분쟁에 대한 불안을 느껴 방어진료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사고 발생 시 소속 기관으로부터 법률적 지원이나 행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고 보는 인식도 적지 않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22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6 전공의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월 12일부터 1월 31일까지 실시한 것으로 전공의 1만 305명 중 1755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전공의의 76.4%는 의료분쟁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었으며, 78.1%는 방어진료를 시행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75.4%는 이러한 부담이 전공 선택이나 향후 진로 계획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특히 의료사고 발생 시 소속 기관으로부터 법률적 지원 및 행정적 보호를 받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응답한 비율은 40.6%에 달했다. 수련기관에서 의료사고 예방 및 분쟁 대응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답한 비율도 12.9%에 불과했다.
실제 의료사고 경험도 적지 않았다. 수련 중 환자 위해 사건을 경험한 비율은 12.2%, 의료사고 및 분쟁으로 이어진 비율은 4.2%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분쟁 부담은 전공의들의 전반적인 수련환경 문제와 맞물려 나타나고 있었다. 전공의의 주당 평균 실제 근무시간은 70.5시간(중위값 72시간)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고, 약 3분의1(32.6%)이 법정 상한인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있었다. 최근 3개월 기준으로도 27.1%가 4주 평균 80시간 초과 근무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실제 근무시간이 병원 전산 기록보다 많다고 응답한 비율도 44.8%에 달해 근무시간 관리의 신뢰성 문제도 제기됐다.
최근 4주 기준 최대 연속근무시간은 평균 26.2시간(중위값 24시간)이었고, 24시간을 초과하는 연속근무를 했다는 응답은 42.9%에 달했다. 이 중 48.7%는 한 달 동안 5회 이상 이를 반복했다.
전공의는 정규 근무 시간 동안 평균 14명의 입원·응급 환자를 담당하고 있었으며, 응급의학과는 평균 37.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심장혈관흉부외과·신경외과(25.2명), 방사선종양학과(23.2명), 영상의학과(19.9명), 산부인과(18.8명), 외과(17.5명) 순이었다.
행정 및 비진료 업무 비중은 평균 21.5%였으며, 30% 이상이라는 응답도 32.2%에 달했다.
대체인력 구조 역시 전공의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연속근무 종료 후 주간 업무를 대체하는 인력은 전공의가 69.1%로 가장 많았고, 진료지원인력(15.5%), 교수(8.6%) 순이었다.
대부분의 전공의들읜 진료지원인력과 협업하고 있었다. 전공의의 80.4%가 진료지원인력과 함께 근무하고 있었으며, 평균 6.2명이 배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계열별로는 서비스계(6.5명), 외과계(6.1명), 내과계(5.3명) 순이었다. 병원별로는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7.3명, 수도권 종합병원 4.6명,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 5.8명, 비수도권 종합병원 4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수행하는 업무는 기록 및 처방(60.1%), 환자 평가 및 모니터링(48.7%), 상처·장루·욕창 관리(34.1%), 수술 지원(33.9%), 의료용 관 관리(25.5%), 침습적 시술 및 처치(7.3%) 등이었다.
교육 환경은 열악했다. 보호수련시간은 주당 평균 4.1시간(중위값 2시간)에 불과했고, 28.0%는 보호수련시간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지도전문의로부터 직접 교육을 받는 시간도 주당 평균 4.5시간(중위값 2시간)에 그쳤다.
전공의들은 지도전문의 제도의 한계로 ▲형식적인 지정에 불과해 실질적인 교육·지도가 없음(53.8%) ▲지도전문의의 과도한 진료 업무로 교육시간 부족(43.1%) ▲피드백 및 평가 체계 미비(25.4%) 등을 지적했다.
정신건강 지표도 우려스러운 수준이었다. 수련 중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우울감이나 절망감을 경험한 비율은 31.2%로, 일반인(11.6%)보다 크게 높았다. 자살사고 경험 비율은 23.1%로 일반인(14.7%)보다 높았으며, 이 중 0.9%는 실제 자살을 시도했다고 응답했다.
업무 수행 과정에서 폭력 경험도 적지 않았다. 폭언 및 욕설 경험은 20.2%, 폭행 2.2%, 성폭력 2.1%로 나타났다. 폭언 가해자는 교수(71.8%), 환자 및 보호자(30.1%), 전공의(26.5%), 전임의(8.5%), 간호사(5.9%) 순이었다.
출산·임신 환경 역시 열악했다. 수련 중 본인 또는 배우자의 임신·출산 경험 비율은 13.0%였으며, 연차가 높을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동료 전공의의 출산 관련 휴가로 인해 업무 부담이 증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2.7%, 증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4.4%(해당 없음 42.0%)였다.
임신 경험이 있는 전공의 중 주 40시간 이하 근무 비율은 26.4%에 불과했고, 19.8%는 임신 중에도 야간·휴일근무를 수행했다.
대전협 한성존 회장은 “이번 전공의 실태조사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 문제들이 현장에 깊이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근무시간 단축, 대체인력 체계 구축, 지도전문의 제도의 실질화, 전공의 정신건강 지원 강화 등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논의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