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정부가 실시하는 의료질평가에 대한 중소병원의 아쉬움이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관 인증과 적절성 평가, 의료질평가 지원금 등 의료의 질을 평가하는 정부의 정책은 실제로 의료기관이 노력했을 때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은 8일 열린 한국의료질향상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중소병원 의료질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발표하며, 의료질평가는 의료기관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 이사장은 "병원 등급을 보면 상급종합병원과 대학병원을 제외하고는 상위등급인 1~2등급에 분류된 곳에 중소병원이 포함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평가가 주로 상급병원 위주로 되어있어 중소병원에 적용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5년 '의료질평가지원금 관련 쟁점'을 보면 평가지표의 적정성과 지표의 변별력, 지표선정, 사회적 원칙 등 여러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보사연 해당 자료를 보면, 실제로 종합병원 50%이상이 산출하지 못하는 지표가 다수이며, 일부 지표의 경우 상급병원 대다수가 최고점수를 획득했다. 더불어 의료이용량 증가를 유도하는 지표가 다수 존재하며, 상대평가에 따른 서열매기기 등 부작용을 유발한다고 나와 있다.
박 이사장은 "미국의학회 발표에 따르면 의료의 질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효과성, 환자중심성, 적시성, 효율성, 평등성, 공평성 6가지 측면을 봐야한다"며 "한 가지만 봐서는 되지 않는다. 6가지를 공정하게 평가하고 뭔가 잘못된 결과가 나왔을 때 그것이 피평가자의 노력으로 개선하는 방식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적정성평가의 보완책이 필요함을 언급하며 현행 의료질평가 문제점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어떤 질환에 대한 의료를 일정증례 이상 제공했고 적절한 경우 A등급을 매기고, 해당 질환에 대한 의료를 일정증례 이상 제공했으나 부적절한 경우 B등급, 일정증례 미만이나 적절한 경우 C등급, 일정증례 미만이며 부적절한 경우 D등급, 의료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 E등급을 매기는 현행 평가방식이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사실상 가장 나쁜 의료는 일정증례 이상 의료를 제공했으나 부적절한 것"이라며 "부적절함에도 의료량을 채우기 위해 많이 제공한 것은 B등급이 아니라 가장 낮은 등급이 돼야 한다. 지표를 모든 의료기관에 적용하기 보다 해당 질환을 치료하겠다는 병원과 하지 않겠다는 병원을 구분하고, 치료한 병원이 제대로 적절히 치료했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각 종별로 제공해야 할 의료에 대한 역할 분담이 있어야 하고, 의료의 질에 대한 정의를 고려한 평가도 따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더불어 의료의 질과 무관한 환자수 기반의 보상체계도 마찬가지"라며 "환자군별 보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환자군별 수에 맞춰 평가결과도 가중치가 더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소병원의 현황과 문제점'을 발표한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임준 교수는 중소병원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병상총량관리와 함께 적정규모의 의료기관 확충과 부적절 기관의 퇴출,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등의 대안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준 교수는 "중소병원은 전반적으로 병상공급부터 봐야한다"며 "병상총량제를 실시해 정부가 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동일 진료권 소재 중소형 비영리법인 병원 간 합병을 허용하고, 여기에 필요한 구조조정 자금을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거점 기능이나 진료권별 책임의료기관 역할을 할 수 있는 병원은 공익의료법인으로 전환하고, 공급과잉 병상의 자발적 청산을 위해 잔여재산 일부를 법인 기부자에게 보전 허용하는 특례도 신설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