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호르몬 수용체 양성, 사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 음성(HR+/HER2-) 환자는 전체 유방암 환자 중 73%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HR+/HER2- 조기 유방암 예후는 대체로 양호하지만 20~30%는 완치되지 않는 전이성 유방암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재발을 경험한 환자의 50% 이상이 또다시 재발하는 악순환을 겪는다. 그러나 CDK 4&6 억제제가 국내에도 도입되면서 이러한 고위험 환자군에서 재발 위험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특히 최근 4년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2년 치료를 마친 다음에도 효과가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릴리가 CDK 4&6 억제제 버제니오(Verzenio, 성분명 아베마시클립)의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적응증 허가 확대를 기념해 14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버제니오는 11월 18일 호르몬 수용체 양성(HR+), 사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 음성(HER2-), 림프절 양성의 재발 위험이 높은 조기 유방암 성인 환자 보조 치료로 내분비 요법과 병용하는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간담회에서는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가 HR+/HER2- 림프절 양성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의 의학적 미충족 수요와 이번 식약처 허가 배경이 된 monarchE 임상연구를 통해 확인된 버제니오의 임상적 가치에 대해 발표했다.
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여성암인 유방암은 검진 활성화 등의 영향으로 대부분 조기에 진단 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흔한 아형인 HR+/HER2- 환자의 표준 치료는 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해 보조 내분비요법을 시행하는 것이었다"면서 "HR+/HER2- 조기 유방암의 예후는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고위험 환자들은 재발 가능성이 높아 장기 생존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내 통계에 따르면 일반적인 조기 유방암 환자의 생존율은 90% 이상으로 타 질환 대비 높은 편이다. 그러나 ▲림프절 양성 ▲종양 등급이 높음 ▲종양 크기가 큼 ▲세포 증식 속도가 빠름 등 재발 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는 환자는 원격 재발 및 사망 위험이 일반적인 환자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 따르면 종양 크기가 5cm를 넘는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57%(림프절 전이가 없는 경우)에서 21%(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까지 낮아진다.
손 교수는 "조기 유방암 환자에게 1차 치료 이후 재발이 진행되는 시기는 주로 초기 1~2년으로, 재발과 사망 위험을 낮추기 위해 보다 효과적인 수술 후 보조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2000년대 초기 아로마타제 억제제 도입 이후 HR+/HER2- 조기 유방암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 옵션이 없어 의학적 미충족 수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손 교수는 monarchE 주요 임상 데이터를 소개하고 버제니오의 국내 도입 의의를 전달했다.
손 교수는 "monarchE 임상시험은 HR+/HER2- 조기 유방암의 보조 치료로서 내분비요법과 병용하는 치료제로 약 20년 만에 성공적인 결과를 확인한 유일한 연구다"면서 "이번 적응증 확대 허가의 근거가 된 monarchE 코호트1에서 버제니오+내분비요법은 내분비요법 단독 치료 대비 침습적 무질병 생존율(IDFS; Invasive Disease-Free Survival) 지표를 통한 재발 위험(HR=0.680) 감소 결과 뿐 아니라 원격 무재발 생존율(DRFS; Distant Relapse-Free Survival) 지표를 통해 원격 재발 위험 감소(HR=0.669) 결과까지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손 교수는 최근 샌안토니오 유방암 심포지엄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monarchE의 4년 업데이트 데이터와 그 의미도 설명했다. 전체 환자군에서 버제니오+내분비요법은 재발 위험을 내분비요법 단독 대비 약 34% 줄이고(HR=0.664), 원격 재발 위험 또한 약 34% 감소(HR=0.659)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결과는 코호트1 환자군 대상 분석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손 교수는 "이번 발표에서 버제니오+내분비요법과 내분비요법 단독 치료의 침습적 무질병 생존율 및 원격 무재발 생존율 격차는 4년 추적 기간까지 지속적으로 커졌으며, 이는 2년간의 수술 후 보조요법을 마친 이후에도 버제니오의 치료 혜택이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오랜 기간 치료의 발전이 더뎠던 만큼, 버제니오를 필요로 하는 HR+/HER2-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들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HR+/HER2- 환자 가운데 림프절 양성의 재발 위험이 높은 조기 유방암 환자는 12% 정도로, 유병률을 고려했을 때 국내 환자 수는 1500명 정도로 추산된다.
한국릴리 PRA 구동현 이사는 "고위험 조기 유방암 치료에 미충족 수요가 있는 만큼 건강보험 급여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충분하게 있다고 본다. 6월 영국에서 급여 논의 이후 급여 조건을 받았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비용효과성에 대해서도 많은 자료를 준비해 보건당국과 원활하게 소통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최대한 빨리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좋은 결과가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릴리 크리스토퍼 제이 스톡스 대표는 "종양 등급이 높거나 림프절 전이가 많은 등 높은 재발 위험으로 큰 부담을 안고 있던 HR+/HER2- 림프절 양성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분들을 위한 최초의 CDK 4&6 억제제인 버제니오가 치료의 새로운 희망이 되리라 기대한다"며 "한국릴리는 남은 2022년과 다가오는 2023년에도 계속해서 국내 유방암 환자들의 치료 여정을 응원하며, 국내 환자들을 위해 보다 많은 의료진들에게 버제니오의 임상적 혜택을 알리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