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의료계와의 협의 없이 원격의료 기반을 마련한다는 명분으로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 대상 화상진료장비 지원 사업에 대한 즉각적 중단을 요구했다.
의협은 15일 성명서를 통해 "원격진료 도입의 근거로 악용될 수 있는 이 사업에 대한 참여거부를 회원들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의협은 “그동안 의료계와의 어떤 협의 없이 코로나19라는 국가재난 사태를 빌미로 시행되고 있는 한시적 전화 상담·처방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전화 상담·처방이 원격진료의 일방적 도입의 근거로 악용될 위험성을 여러 차례 경고해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협은 “정부에서도 이런 의료계의 지적에 대해 전화 상담·처방은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서 감염전파의 위협을 줄이기 위한 한시적 조치이며, 의사의 판단 하에 안전성이 확보된 경우에 한해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정부에서 그간의 입장과 달리 2020년 제3차 추가경정예산에서 전화 상담·처방을 시행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화상 진료장비 지원 등을 위한 예산을 일방적으로 편성하고, 민간업체를 선정해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화상진료장비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의협은 강도 높게 비판했다.
즉, 코로나19를 빌미로 시행되고 있는 한시적 전화 상담·처방제도에서 한발 나아간 화상진료장비 지원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결국 원격진료 도입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게 의협의 입장이다.
의협은 "이런 원격의료 도입 시도를 위한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은 원격의료 등을 의·정 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한 사회적 약속인 의·정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코로나19의 확산 방지와 예방을 위해 생명을 담보로 임상현장에서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의료계의 희생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에 의협은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 화상진료장비 지원 사업의 즉각적 중단을 정부에 요구하고 동 지원사업 수주업체인 민간업체를 통해 제공되는 무상 모니터 수령을 거부와 이미 제공된 모니터의 반납에 대한 협조를 회원들에게 요청했다.
의협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목숨을 걸고 헌신하고 있는 의사들에게 충분한 지원은 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산업과 고용 창출이라는 의료의 본질과 동떨어진 명분을 내세운 정부의 일방적 원격진료 도입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