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우리나라는 국가 예방접종 지원사업(NIP)을 통해 소아 예방접종률을 95% 이상으로 향상시키고, 등록사업을 통해 효과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했다. 반면 성인 예방접종에 대한 관심은 낮은데다, 올해 처음으로 고령자가 아닌 인구집단인 임신부를 대상으로 인플루엔자백신 무료접종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사회 고령화와 더불어 만성질환자 비율이 늘면서 성인에서의 예방접종 필요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대한백신학회가 주최하고 대한감염학회가 주관한 '우리나라 성인 예방접종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이 19일 가톨릭의대 의생명산업연구원에서 열렸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정희진 교수는 "우리나라 성인 예방접종은 그동안 유행차단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임시, 단체 접종이 이뤄졌고, 접종 스케줄에 따른 정책 수립은 이뤄지지 않았다. 1970년대 이후 위상상태가 개선되고 소아 예방접종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성인 예방접종에 대한 관심은 낮아졌고, 아무도 관심없는 상황이 최근까지 수십년간 이어져왔다"고 현황을 소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과 2006년부터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인플루엔자백신 무료접종이 시작됐고, 2013년부터 65세 이상 폐렴구균백신(PPV)을 무료접종, 2019년과 2020년부터 임신부의 인플루엔자백신 무료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정 교수는 "국가권장 백신 중에서도 무료접종이 가능한 인플루엔자의 경우 2019년 2월 기준 84.3%이고 폐렴구균 백신도 2014년 5월 기준 61%로 빠르게 늘었다. 반면 Tdab/Td 백신은 국가 기본권장백신임에도 보장을 하지 않아 매우 낮은 접종률을 보인다"면서 특히 고령자에서 예방접종의 국가지원여부에 따라 접종률이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해외에서의 성인예방접종 권장과 보장 사례를 소개했다. 먼저 영국은 국가권장백신은 소아, 고령자, 고위험군 성인 모두 국가에서 지원하고, 미국은 소아와 고령자는 펀드와 공공보험, 그 외 성인은 민간보험에서 보장한다. 일본도 고령자 국가권장백신에 대해 일부 %를 정부에서 지원한다.
정 교수는 국내 성인예방접종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서는 근거를 바탕으로 지원 백신을 확대하고, 저소득층과 고위험군과 같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대상을 확대하며 국가보험체계 내로 흡수해 지원을 다양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소아처럼 성인에서도 예방접종 일정과 기록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 질병부담 측정이나 백신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 정착도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성인 예방접종 활성화를 위해서는 ▲성인 백신에도 급여 지급 ▲비급여 백신이라도 국가건강보험 시스템에 포함 ▲국내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방접종사업 평가 ▲백신 유통과정, 의료기관 보관 등 콜드체인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오 교수는 질병은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되고 질병 예방은 비급여라는 아이러니한 상황과 여행자 백신이나 의료인 예방백신과 같은 공공의료와 관련된 부분도 모두 개인 손에 맡겨두는 것에 대한 문제와 함께 현재 예방접종 시스템이 발병과 분절돼 있어 백신을 맞은 뒤 질병이 발생햇는지 여부를 연결해서 보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오 교수는 "예방접종을 건강보험체계에 넣으면 모든 연령층에서 백신접종을 통한 국가 감염병 관리의 정책 수단을 갖게 되고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예방접종사업을 신속하게 평가해 사회에 환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성모병원 감염내과 최정현 교수도 "전국민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돼 있는 상황에서도 성인 백신에 대한 국내 데이터가 많지 않다는 부분이 가장 고민스럽다. 어떤식으로든 성인 예방접종이 건보체계에 들어가면 국내 역학, 백신의 효과, 위험군에서의 효과를 극명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체계가 돼야 국내 실정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동의했다.
국립암센터 암관리학과 기모란 교수는 미리 계획을 세워 성인 예방접종 레지스트리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예방접종을 받았다는 기록만 있고 질병이 있다거나 항체가 있다는 등의 정보는 넣을 수 없어 중복검사나 필요없는 예방접종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 교수는 "그런데 이 경우 장기적으로 보면 질병관리본부가 우리나라 인구 5000만명의 전생애 데이터를 다 관리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건강보험공단 수준의 데이터베이스가 되는 셈인데, 백신의 필요성과 효과성 등을 연구하려면 공단 자료와 연결해야 한다. 이는 예방접종이 공단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문제로 다시 돌아오기때문에 장기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기 교수는 한정적인 재원 안에서 예방접종을 늘리면 보건소는 다른 보건사업을 줄이게 된다는 점에서 예방접종 재원을 큰틀에서 조율할 필요가 있고, 의료인 예방접종과 같이 특수직역에 있는 사람에 대한 예방접종 가이드라인이 구체적으로 나올 필요가 있다는 점도 제언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연구센터 지영미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예방접종 프로그램에 굉장히 많은 예산을 투자해와 앞서있지만 소아 중심이었던 것은 사실이고, 성인 접종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져있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면서 "이와 관련 전문위원회를 정기적인 워킹그룹처럼 운영하면 더 좋을 것 같다. 근거 마련 연구도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어 학회차원에서 인풋을 주며 많이 요구했으면 한다. 어떤 백신을 먼저 도입할지 계속 이슈화되는데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학회 차원에서 자료를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