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미국은 다른 국가보다 의약품 가격이 매우 비싸기로 악명높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약가인하' 카드를 강하게 내세웠고, 지난달 경쟁을 통한 가격인하,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 장려를 통한 가격경쟁 확대 등을 포함한 약가인하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의약품 가격 경제성을 평가하는 미국 비영리기관인 ICER(Institute for Clinical and Economic Review)가 신약뿐 아니라 오래된 의약품의 가격 인상에 대한 이슈를 제기하고 나섰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CER는 최근 새로운 임상 근거 없이 의약품 가격을 인상시키는 것(unsupported price increases)에 대한 대한 연례보고서를 작성할 전문가 그룹을 소집한다고 밝혔다.
전문가 그룹에는 MSD(Merck & Co.), 리제네론(Regeneron Pharmaceuticals) 등 제약회사 관계자와 적정 가격의 약을 원하는 환자들의 모임(Patients for affordable drugs) 등 시민단체,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 등 의료계와 학계가 고루 참여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몇 년간 제약사들이 관행적으로 의약품 가격을 인상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직접적으로 약가에 관여는 못하지만,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승인을 통해 의약품 가격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ICER는 최근 몇 년간 제약회사들이 신약을 지나치게 비싸게 판매한다며 비판하고 견제해왔다.
예를 들어 새로운 계열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인 PCSK9 억제제의 경우 처음 출시됐을 때 가격 부담은 연간 1만 4000달러 수준이었지만 ICER는 4500~8000 달러로 권고했다. 올해 3월 리제네론(Regeneron)과 사노피(Sanofi)는 프랄런트(Praluent) 가격을 고위험군 환자에 대해 ICER 권고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노바티스(Novartis)와 암젠(Amgen)이 개발한 편두통 예방제 에이모빅(Aimovig)의 경우 연간 가격이 8000~1만 달러로 예상됐지만, 실제 출시 가격은 이보다 낮은 6900달러로 책정됐다. ICER는 전형적인 리베이트와 할인을 반영해 가정했을때 정가는 5000달러 가량으로, 기존 예방 옵션에 모두 실패한 환자에서 가격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에 ICER는 신약이 아닌 오래된 의약품들의 가격 인상에 주목하고 있다.
ICER 회장인 스티븐 피어스(Steven D. Pearson) 박사는 "연방 정부는 의약품 가격 인상에 우려를 표하고 있고, 몇몇 주에서는 이미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크게 가격을 인상한 의약품의 목록을 만들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면서 "연간 보고서는 연방이나 주 정부 정책 입안자, 환자,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가격 이상이 새로운 임상 근거나 다른 요인에 의해 뒷받침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명확하고 독립적인 접근법이다. 이것이 새 이니셔티브의 목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가치 기반 가격은 의약품이 신약에서 벤치마킹할 것이다. 이는 실제로 환자의 예후를 잘 개선시키는지 근거를 반영해 가격과 보험 정책을 수립하는데 사용된다"며 "오래된 의약품의 가격 인상에 근거 기반 접근법을 적용함으로써 가치 높은 건강 관리에 대한 접근성과 수용성을 더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ICER는 2019년 1분기 첫 번째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