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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염병 정보 시스템이 없다...수십개의 엑셀파일과 단톡방으로 대구 코로나19 위기 넘겨"

    영남의대 이경수 교수, 정보 시스템으로 공정성 투명성 소통 강조...반복적인 유행 장기 전략 세워야

    기사입력시간 2020-06-22 06:47
    최종업데이트 2020-06-22 06:47

    영남의대 예방의학교실 이경수 교수. 사진=온라인 공동포럼 유튜브 캡처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구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 2차 유행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다. 현재까지 감염 추세를 반영해 대구시 인구 0.5%인 1만2164명이 발생했을 때 시나리오 등을 작성했다. 초안을 만들어 구체적인 안을 완성하고 환자 발생 60일 기준으로 병원들과 협의에 나서기 시작했다.  

    영남의대 예방의학교실 이경수 교수는 19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등이 공동으로 마련한 '대구·경북에서 COVID-19 경험과 이를 바탕으로 한 대응방안 주제;로 열린 온라인 공동포럼에서 이 같이 말했다. 

    대구는 지난 2월, 3월 코로나19 대유행 때 처음부터 업무의 흐름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확진자를 치료했다. 환자들의 정보가 조각난 데이터로 이뤄져있다 보니, 하나의 통합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가 쉽지 않았다. 각자 일을 열심히 했는데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면서 일을 할 정도였다. 아직도 데이터베이스 통합 작업은 어려운 과제다. 

    이 교수는 “대구는 폭발적인 발생에서 열심히 대응했고 잘한 측면이 많다. 민간과 공공 할 것 없이 모든 대구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라며 “다만 성찰을 통해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으면 한다”라고 했다. 

    그가 돌이켜본 대구의 코로나19 대유행은 위기대응을 위한 자원 동원의 전략과 절차, 배치 등의 과정에서 미숙한 점이 많았다. 가령 중앙과 지방정부가 감염병 위기대응에 대한 협력 대응한 경험이 없었고 지침에 시간 개념이 포함돼있지 않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수십개의 엑셀파일과 단톡방으로 위기 고비를 넘겨 

    이 교수는 “위기 상황에서 인력과 모든 자본을 투입하면서 완성도를 높이기는 힘들었다. 확진자 발생 속도나 규모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려웠다”라며 “수십개의 엑셀파일 조각과 카카오톡 단톡방으로 위기의 고비를 넘겼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장에서의 대응 정보 시스템이 가장 시급히 필요하다. 수도권의 유행을 보고 있으면서도 가장 염려되는 부분이다”라며 “감염병 경로에서 역학조사의 과정, 경과 등이 신속하게 이뤄지면서도 정보 시스템 구축이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환자 정보를 관련된 모든 사람이 확인하고 빠르게 치료해야 하는데 역학조사 결과, 임상 정보, 치료 경과 등이 모두 제각각이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전체적인 조직은 평소 의사결정이나 소통체계, 조직운영체계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위기 대응에서 별도의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큰 틀에서의 치료를 생각하다 보니 하위체계에 놓여있는 임산부, 어린이, 노인환자, 정신질환자 등이 제대로 치료할 병원을 찾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다. 대구 환자가 인천까지 가서 치료를 받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아직도 바이러스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는 기존에 알던 지식이 계속 바뀌면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한 많은 착각을 하고 있다.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감염 확산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다를 수 있다. 이를 마음속에 새기고 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경쟁이 아니라 공존, 장기적인 코로나19 전략 마련이 필요할 때 
    영남의대 예방의학교실 이경수 교수. 사진=온라인 공동포럼 유튜브 캡처 

    그는 코로나19의 현장 위기대응과 관련한 화두는 경쟁이 아닌 공존의 세계라고 강조했다. 한국 의료체계는 경쟁적인 관계에서 효율을 중심으로 하는 패러다임으로 많이 작동해왔지만 감염병 대응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각자의 역할, 각 병원의 역할만으로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어렵다. 협력과 소통을 통해 대응 역량을 극대화시켜야 한다”라며 “완전한 것 같이 보였던 의료체계가 순식간에 특수 환자의 접촉자가 됐을 때 대응하기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수도권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공존의 패러다임을 발휘해 감염병 대응 시스템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지역 내 의료기관은 물론이고 다각도의 협력 수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소위 성공적인 K방역이라고 불리는 3T(Test, Tracing, Treatment)에서 기술적 측면과 협치 공공과 민간을 더 강조하고 3S(System, Scenario, Security)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우선적으로 시스템 , 정보 시스템이 없다. 정보 시스템에 의한 정보의 공유는 공정성, 투명성,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 의사결정을 위한 신속한 시간의 확보까지 의미한다”라며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치료에서 전략이 부족하다.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임상진료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축적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상황을 넘어 시간과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의사결정을 위한 시나리오별로 대응해야 한다”라며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막아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감염병은 우리 경제와 모든 생활 전반에 걸친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왔다. 단순히 질병 확산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건강의 안전과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다"라며 "앞으로 3S를 더 보강해서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감염병에 대응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가 대구 지역의 폭발적인 유행에서 잘 이뤄졌다고 본 것은 지역사회 조직화와 협력체계, 공동의 인식을 통해 지역사회 역량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이 교수는 "거버넌스는 보통 공동 지향성으로 표현하지만 감염병과 관련해 지역사회 네트워크, 조직화, 지역 역량의 강화와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라며 “ 평소와 위기상황에서 조직화와 각자의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코로나19의 끊임없는 발생으로 '위드코로나(with corona)'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백신과 치료제가 광범위하게 개발되기 전까지는 반복적인 유행 상황이 예상된다”라며 “대응체계를 구축해서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risk)를 가져가야 한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너무 호들갑을 떨지 말고 장기적인 대응을 생각할 때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