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대 요구사항 관철 계기 마련
이에 보건복지부는 이날 곧바로 요구사항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비대위가 밝힌 대정부 요구사항에 대해 의료계와 조속히 만나 진지한 자세로 대화하고 협의하겠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와 정부간 대화 창구는 열려 있다”라며 “국민 건강을 위해 좀 더 좋은 해법을 모색할 수 있도록 의료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소통을 기대한다”고 했다.
의협 이필수 비대위원장은 “복지부는 언론에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비대위에 직접 연락을 해야 한다”라며 “그냥 연락하는 시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요구사항을 실제로 수용하는 것까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16가지 모든 안건을 전부 수용하면 협상이 가능하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궐기대회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날 참석한 의사 A씨는 “비대위가 의협 집행부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보여줬다”라며 “비대위원장 등을 새롭게 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의사 B씨는 “정부를 상대로 의료계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줬다”라며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에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라고 말했다.
의료계가 넘어여할 산은 ‘국민 여론’
포털사이트의 댓글을 남긴 한 네티즌은 “의사들이 결국 주장하는 것이 수가 인상”이라며 “의사들은 이미 다른 직종보다 충분한 수익을 내고 있는데도 국민 의료비 부담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은 “의사들이 시위하는 이유를 보면 자기 밥 그릇 챙기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의협 추무진 회장은 비대위 활동을 지원하면서도 “정부에 의료계의 뜻을 알리는 건 좋지만 국민 여론이 걱정된다”라며 “국민이 의사 배불리기만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대위 최대집 투쟁위원장이 애국단체에서 태극기 집회로 유명한 인사라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의사 C씨는 “최대집 위원장은 보수세계에서 워낙 유명하다”라며 “의료정책에 대한 찬반이 자칫 보수와 진보의 진영 논리로 나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대화에 응한다 하더라도 수가 정상화를 위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환자단체, 시민단체 등의 벽을 넘을지도 관건이다. 건정심은 의료공급자 8명 외에 가입자단체(의료이용자) 8명과 공익위원 8명 등이 속해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보건의료 분야는 이해관계자가 많아 의협이 (수가 인상 등의) 원하는 사안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보건의료 자문위원은 “의사들은 의사를 향한 국민 여론이 싸늘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며 “의사들은 정부와 대화하면서도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직으로서 사회를 돌보고 있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