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바이오시밀러 공세에 오리지널 품목인 존슨앤드존슨(J&J) 레미케이드의 지난해 미국 매출이 8.5% 감소하는 등 미국 시장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오리지널 품목의 시장점유율이 앞도적으로 높은데, 미국 의료보험 지불자인 보험사 관점에서 바이오시밀러 채택이 더딘지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 생명과학 컨설팅 회사 트리니티 파트너스는 최근 보험사 메디컬 디렉터 10명과 바이오시밀러 시장 동향과 역학, 향후 접근성에 대한 기대 등에 관해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허들 1. 복잡한 가격 책정 과정과 리베이트
보고서에서는 진입장벽으로 크게 3가지를 꼽았는데, 먼저 가격 책정에서의 복잡성을 지적했다.
미국에서 약물 제조사와 공급자, 도매업자, 보험사, 의약품 급여관리자(PBM) 간의 계약은 복잡하고 거의 투명하지 않다. 의약품 도매가(WAC)는 생산자 권장가격(list price)로 공개될 수 있지만 개별 구매자에 대한 정가(net price)는 그렇지 않다. 정가에는 WAC의 대폭 할인이 포함될 수 있고, 이는 고객마다 크게 다르다.
보고서에서는 인플릭시맙을 예로 들었다.
2016년 4분기 기준 오리지널 품목인 레미케이드의 WAC은 1113달러였고, 같은 기간 화이자가 판매하는 셀트리온의 인플렉스라(램시마)의 WAC는 946달러였다. 당시 신문기사 헤드라인은 "화이자가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를 15% 저렴한 가격에 출시했다"였다.
하지만 WAC이 아니라 보험사와 공급자 간에 거래되는 두 약물의 가격인 리베이트 및 할인을 제외한 평균판매가격(ASP)을 비교하면 그렇지 않다. ASP 정보는 일반인이 직접 얻을 수 없지만, 미국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서비스(CMS)가 분기별로 게시하는 메디케어 지불한도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4분기 레미케이드의 ASP는 807달러로, 출시 시점에서는 인플렉트라의 WAC인 946달러보다 더 낮았다. 그러나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렌플렉시스가 출시되면서 인플렉트라의 지불한도가 ASP와 함께 하락하면서, 가격적인 측면에서 더 경쟁력을 얻게 됐다.
이와 더불어 제조업체와 보험사 간의 성과 기반 계약인 일명 '리베이트 트랩'도 고려해야 한다. 보험사는 해당 약물 계열 내에서 얼마나 많은 양 또는 시장 점유율을 달성했는지와 같은 특정 '성과' 측정 항목을 기준에 따라 증가하는 리베이트를 제공받는다.
레미케이드의 경우 보험사들이 레미케이드에서 바이오시밀러로 전환하도록 장려하면 J&J와 계약한 리베이트를 받지 못해, 바이오시밀러를 사용하면 소요되는 비용이 더 증가하게 된다.
이에 지난해 9월 화이자는 이러한 대규모 리베이트와 결합한 '배제 계약'을 비판하며 J&J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허들 2. 오리지널사들의 법적 대응과 소비자 직접 광고
두 번째 허들은 바이오시밀러와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빅파마들이 지난 10년간 구축한 법적, 마케팅적 장벽이다.
예를 들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휴미라의 경우, 2016년 9월 암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바이오시밀러 암제비타를 승인받았지만 아직 출시하지 못했다. 오리지널 개발사인 애브비는 암젠과의 협의를 통해 2023년까지 오리지널의 독점 기간을 연장했기 때문이다.
유사한 법적 분쟁으로 암젠의 엔브렐이 있다. 노바티스는 2016년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에렐지를 승인받았지만 암젠의 법적 조치로 2018년까지 출시가 미뤄졌다.
마일란과 바이오콘은 지난해 12월 FDA로부터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오기브리를 승인받았지만 같은해 3월 오리지널 개발사인 로슈와 협의한 내용에 따라 출시일이 정해질 예정이다. 오기브리가 승인받기 전 로슈는 또다른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를 두고 화이자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오리지널사들은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환자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소비자 직접(DTC) 광고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예를들어 2015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광고된 처방 의약품은 휴미라였는데, 애브비는 텔레비전, 잡지 등 휴미라 DTC 광고에 3억 5000만 달러(한화 약 3730억 원)을 지출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광고는 의사나 보험사가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특히 바이오시밀러로 전환하도록 하기 더 어렵도록 고안된 의도적인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허들 3. 대체조제가능성(interchangeability) 인정받을 것인가
세 번째 허들로는 임상적 불확실성이 지적됐다.
현재 FDA 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들은 대부분 만성질환 치료제인데, 만성질환 환자들은 대개 한 약물을 유지하고, 치료를 중단하거나 부작용이 생기면 약물을 바꾸는 경향이 있다.
보고서는 "환자와 의료 공급자들은 바이이오시밀러 사용을 주저하고 있고, 이런 이유로 비록 비용이 더 저렴하더라도 보험사들은 환자들에게 바이오시밀러로 전환하도록 강요하기는 아직 어렵다"면서 "이러한 임상적 장벽은 대제초제 가능한 약물로 지정을 받으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초 FDA는 대체조제 지정에 관한 가이던스 초안을 발표했다. 이 초안에 따르면 대체조제 가능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오리지널의약품과 스위칭 임상연구를 통해 전환했을 때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해야 한다.
보고서는 "대체조제가능성이 없으면 보험사들은 신규 환자에서는 바이오시밀러를 선호하는 정책을 펼치더라도 기존 환자는 그대로 오리지널을 사용도록 둘 가능성이 있다"며 "만성질환 적응증에서 이러한 결정은 바이오시밀러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미국의 보험사들은 가까운 미래에 바이오시밀러 채택이 증가할 것이라 낙관하고 있다"면서 "특히 바이오시밀러 제조업체가 상당한 할인을 제공하거나 대체조제 가능하다면 보험사들은 기꺼이 바이오시밀러 채택을 빠르게 확산시키는데 도움이 될 정책을 추진할 의향이 있고, 바이오시밀러는 의심할 여지 없이 미국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핵심 구성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